며칠 전 본가에 다녀오며 국가유공자 명패를 발견했다. 그 작은 명패 하나에 아버지의 35년이 담겨 있었다. 아버지는 2023년 7월에 군복을 벗으셨다. 그 명패를 보며 아버지가 어떤 시간을 살아왔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군인이 된 지금 ‘군인 자녀로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며 글을 쓰는 일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군인으로 살아가는 부모들님께 그들의 자녀가 어떤 마음으로 그 시간을 함께 지나오는지 전하고 싶다.
우리 부대에도 많은 군인 엄마·아빠가 있다. 그들의 일상은 늘 바쁘고, 때로는 버거워 보인다. 거주 문제와 육아로 늘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문득 어린 시절 우리 집을 떠올렸다. 그때는 몰랐다. 아버지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감당하고 있었는지.
평소엔 무뚝뚝한 장녀였지만, 아버지의 전역식 날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로는 35년의 세월을 차마 담아낼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한때 국어선생님을 꿈꾸던 문학소년이었다. 가난이라는 현실 앞에서 군인의 길을 택했고, 그 선택을 끝까지 책임지며 살았다. 그 긴 시간 속에서 철없던 딸로,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이제야 그 시간이 떠올라 조용히 죄송한 마음이 스며든다.
하지만 어린 나에게 아버지는 늘 ‘멋있는 사람’이었다. 졸업식이나 체육대회 날이면 아버지에게 전투복을 입고 와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아버지는 늘 웃으며 말씀하셨다. “땀 냄새 나고 더러운데, 이게 뭐가 멋있다고 그러냐?” 그때도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옷의 무게까지는 알지 못했어도 그 안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학원 앞에서 나를 데리러 온 아버지를 더 오래 보여 주고 싶어 일부러 신발장에서 신발끈을 다시 고쳐 묶으며 시간을 끌곤 했다.
친구들과 선생님의 “아버지가 참 멋있다”는 한마디에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던 그 순간이 지금까지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 기억들이 쌓여 결국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게 됐다. 존경은 말로 배우는 게 아니라 보며 자라는 것임을 아버지를 통해 알게 됐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군복을 입고 살아가는 모든 군인 엄마·아빠에게. 당신이 감당하고 있는 하루하루는 자녀에게 평생의 기억이 되고, 삶을 선택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당신은 이미 누군가의 세상을 밝히고 있는 작은 영웅이다. 그러니 그 삶을 마음껏 자랑스러워해도 좋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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