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응급의료기관의 수용 지연(일명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받으면서 국군외상센터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가장 흔한 질문은 “군병원이 왜 민간인까지 진료해야 하는가?”다. 외상의료의 특성과 군의료 현실을 고려해 설명하고자 한다.
혹자는 민간인 진료로 “군인 진료가 소홀해지지 않겠는가?”라는 우려를 표한다. 군병원은 군 전투력 보전을 위해 전·평시 수준 높은 외상수술 능력을 유지·발전시켜 유사시 대규모 외상환자를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평시 발생이 적은 군인 중증 외상환자 치료만으로는 수준을 유지·발전시킬 수 없는 제한사항이 있다. 외상수술은 반복과 숙련을 통한 수준 유지가 핵심인 만큼 다양한 민간 외상환자 진료로 군병원의 외상치료 역량을 고도화하는 게 곧 군을 위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 대비 측면에서 시설 및 장비, 매뉴얼보다 더 중요한 건 의료진의 숙련도다. 평시에 사용되지 않는 시설과 인력은 전시에도 즉시 전력화되기 어렵다. 외상진료는 고도의 판단력과 팀워크, 반복적인 실전 경험을 요구한다. 다양한 손상기전과 중증도의 민간 외상환자 진료는 군의료진에게 전시와 동일한 긴장도와 난이도의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전시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유사시 군인에게 고품질의 진료를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이미 구축된 국군외상센터 시설과 인력을 평시에 지속 활용하며 전시를 대비하는 방안은 국가 외상체계의 효율적 운영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국군외상센터는 인구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 인근 지역 국민의 육로 접근성 측면에서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며, 만성적인 권역외상센터의 과부하를 완화해 지역 내 중증 외상환자의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 교통사고, 산업재해, 추락 등 중증 외상은 평시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생존 여부는 병원 규모나 명성보다 ‘얼마나 빨리 치료 가능한 손에 도달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국가 외상체계의 목표는 자원을 집중해 제일 유명한 병원 한 곳을 만드는 게 아니라 가장 많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헬기 후송이 하나의 거대한 권역외상센터로 환자를 집중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상에 따른 제한이 있고 생존율이 센터와의 거리에 반비례해 감소한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응급의료기관의 수용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민간 외상 전문인력 부족과 기피 전공 구조 때문에 실효성이 제한적이다. 이때 국방부의 핵심 의료 자원인 국군외상센터를 포함한 민·군 하이브리드 외상체계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국군외상센터의 민간 진료 참여와 인근 권역외상센터와의 민·군 협업은 군의료를 희생하지 않고 국가 전체의 생존율을 높이는 전략적 선택이다. 외상은 전시에만 발생하지 않는다. 준비 역시 전시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군의료의 목표는 단순히 병원을 유지하는 데 있지 않으며, 위기상황에서 군과 국민의 생명을 살릴 실질적 역량을 갖추는 게 핵심이다. 민간 외상환자 진료는 그 역량을 살아 있는 현장에서 끊임없이 단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군인은 국민의 군대로 존재하며, 군인의 본분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국군외상센터는 생명 존중의 가치를 지속 수호함과 동시에 다양한 임상 경험으로 전문성을 향상하고, 이를 군의료체계 전반에 환류시키기 위해 오늘도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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