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우리를 연결해 주는 힘 ‘K컬처’

입력 2026. 05. 06   16:30
업데이트 2026. 05. 0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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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문화강국으로 세계에 우뚝 섰다. 한류 스타들의 활약을 시작으로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를 놀라게 했고, 최근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우리말 노랫말이 지구촌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풍경이 낯설지 않게 됐다.

K컬처의 진정한 위력은 단순히 흥행과 인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소외됐던 변두리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잊혀 가던 역사의 한 페이지와 우리 대중을 ‘연결’하는 점에 있다.

어머니의 고향은 강원 영월군이다. 나에게 영월이란 어린 시절 어머니와 손잡고 외가에 가던 곳, 메밀꽃이 아름답고 메밀전이 맛있었던 곳, 푸른 동강과 험준한 태백산맥 자락에 자리한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이었다.

그런데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하며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이 영화가 쏘아 올린 공은 1000만 관객의 흥행을 넘어 극의 배경이자 비운의 임금 단종의 한이 서린 곳, 영월로 향했다. 한가롭던 산골짜기 동네가 갑자기 전국에서 모여든 여행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강제’ 전성기를 맞게 된 것이다.

어머니의 조용했던 고향이 단 한 편의 영화로 대중의 핫플레이스로 변하는 과정은 실로 경이로웠다. 청령포를 감싸는 강줄기와 소나무숲은 영화 속 주인공인 단종과 엄흥도의 흔적을 찾는 이들의 발길로 북적이고 영월행 기차표는 연일 매진사례를 이룬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역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노산군 단종, 엄흥도, 계유정난을 검색한다. 이에 더해 주인공들에게 감정이 이입돼 수양대군 세조와 한명회의 묘지를 검색해 리뷰 별점 테러를 가하는 웃지 못할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사회현상은 얼마 전까지 교과서 속에서 외워야 했던 역사와 인물들이 K컬처로 인해 시대를 거슬러 우리에게 흘러 들어왔기 때문이 아닐까? 문화와 역사가 박물관의 차가운 유리관에서 빠져나와 우리에게 친근히 다가온 것이다.

이처럼 K컬처의 힘은 ‘연결’에 있다. 과거와 현재, 대중을 연결하고 잊힌 지방 소도시까지 잇는다. 더불어 누군가에겐 작고 소박했던 고향을 온 국민의 관심처로 확장한다. 영월의 붐은 비록 일시적인 유행일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가진 문화의 힘이 경제적·정서적 파급력을 가져오는 상징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문화의 힘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놀라게 하고 역사를 기억하며 되새기게 만든다. 내게 영월이 더 특별한 고장이 됐듯이 우리 곁에 숨겨진 이야기도 K컬처와의 연결로 되살아나 앞으로 누군가의 마음 한편에 특별하게 남기를 기대해 본다.

정진왕 중사 해군기동함대 소양함
정진왕 중사 해군기동함대 소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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