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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과 사는 남자’, 태도를 말하다

입력 2026. 05. 06   16:30
업데이트 2026. 05. 0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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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과 엄흥도의 이야기는 교관인 내게 깊은 통찰을 준다. 단종은 비록 실각한 처지였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예우를 갖추고 그들의 고단함을 다정하게 보듬어 줬다고 한다. 어린 임금이 보여 준 진심 어린 ‘존중’과 훌륭한 ‘인품’이 있었기에 엄흥도는 “옳은 일을 함에 있어 화를 당하더라도 달게 받겠다”며 목숨을 건 헌신을 할 수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상대를 대하는 ‘태도’임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국방정신전력원에서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하며 강조하는 것 역시 말하는 이의 ‘태도’다. 메시지를 구조화하고 전달하는 기법은 훈련으로 습득할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은 교관의 진정성에 달려 있다. 교육생을 단순한 교육 대상이 아닌 함께할 전우로 예우하는 ‘인품’이 전제될 때 비로소 강의는 진정한 강의로서 울림을 갖는다.

가정에서 두 자녀를 대할 때도 같은 것을 느낀다. 아이들은 아빠의 완벽한 논리보다 눈을 얼마나 오래 맞춰 주는지, 자신의 감정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에 따라 마음을 열고 행동의 변화를 보인다. 단종이 마을 사람들을 대하듯이 교관들이 보여 주는 경청과 존중의 ‘태도’는 교육생의 진심을 깨우는 가장 강력한 교육기법이다. 권위는 계급에서 나오지만, 신뢰는 교관의 인품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에서도 핵심은 기술이 아닌 ‘태도’에 달려 있다. 군이 국민 앞에 설 때 명확한 논리도 중요하지만, 국민을 향한 진실한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 단종이 백성을 따뜻하게 대했듯이 우리 군 역시 국민의 우려에 공감하고 책임 있게 설명하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다양한 상황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투명하게 소통하는 것은 군의 신뢰를 지키는 최고의 전술이다. 상대를 설득 대상이 아닌 함께 길을 가는 파트너로 바라보는 태도가 갖춰질 때 군의 언어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얻는다.

군은 정확성과 책임이 요구되는 조직이다. 그래서 더 엄격하다. 그 엄격함이 소통 단절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단종이 보여 주는 존중과 그에 응답한 엄흥도의 결단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존중받은 부하는 리더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던지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군대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다. 진심이 담긴 ‘태도’는 조직의 결속력을 극대화하고 임무 수행의 효율을 높이며, 위기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대비태세를 구축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소통이 곧 강력한 ‘전투력’인 이유다.

군과 사는 모든 현장에서 건네는 말 한마디에 존중과 진심을 담아 보자. 군의 소통 역량은 군의 품격이자 전투에서의 승리 열쇠다.

박재석 해군소령 국방정신전력원
박재석 해군소령 국방정신전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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