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군사명저를 찾아서
모셰 크레스 『작전적 군수: 군사작전 지속의 예술과 과학』
전략과 전술 이어주는 사고체계이며
전쟁 지속성 유지하는 핵심 메커니즘
작전 자체 구조와 범위 결정 요소이자
불확실성·변화에 대한 동적 상호작용
일정 원칙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운용
“전쟁의 전략과 작전은 군수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유명한 전쟁사학자 마틴 반 크레벨트의 말이다. 전쟁 수행에서 군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 논의에서 자주 간과되는 것이 군수 분야다. 수학적 모델링 등 기술적 부분이 많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군수에 대한 개념적 이해는 지휘관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다.
전쟁의 지속성과 기동성 결정
저자 모셰 크레스는 이스라엘 출신인 군수학자로 미 해군대학원에서 연구와 강의를 수행했다. 이 책은 군수(logistics)를 단순한 보급·수송 차원이 아니라 ‘작전술의 핵심 구성요소’로 재정립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저자는 군수를 단순한 행정지원이 아니라 전쟁 수행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체계로 이해한다. 특히 작전적 수준의 군수가 어떤 방식으로 전쟁의 지속성과 기동성을 결정하는지를 이론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군수를 ‘군사과정의 수단(means)이 의도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resources)을 유지·관리·통제하는 활동’으로 정의한다. 정의의 핵심은 ‘수단’과 ‘자원’의 구분에 있다. 병력과 무기체계가 수단이라면 군수는 이 수단이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자원을 제공하는 활동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인 생산 과정이라는 군수(물류)는 다분히 과학적 계산의 영역이다. 그러나 실제 전장은 혼란과 불확실성, 돌발상황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창의성, 직관, 즉흥성, 유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저자는 이를 음악과 미술에 비유하며 군수 역시 일정한 원칙을 바탕으로 하되 창의적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수학적 모형들이 전문가의 군수지식과 작전적 통찰, 상식과 경륜을 결코 대체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한다.
현대 전쟁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군수에 대한 의존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군인이 필요한 물자를 가지고 다니거나 현지에서 조달했다. 그러나 현대 무기체계는 전적으로 전쟁수행에 필요한 물자의 대부분을 군수보급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군수가 단순한 후방행정이 아니라 전쟁 수행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전쟁의 운영체계’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현대전은 더 이상 단순한 병력 충돌이 아니라 자원(물자), 산업기반, 수송망, 조달 역량의 경쟁이며 군수는 이러한 요소들을 통합해 전쟁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작전적 군수를 분석하기 위해 전략·작전·전술의 구분을 활용한다. 전략적 수준에서는 국가의 전쟁목표를 설정하고 전술적 수준에서는 개별 전투를 수행한다. 그러나 현대전은 단일 전투의 승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여러 전투와 기동을 시간(time)과 공간(space) 속에서 조직하고 연결하는 중간 수준이 필요하며, 이것이 바로 ‘작전적 수준’이다. 그는 작전적 수준을 ‘시간적·공간적으로 분산된 전투와 기동을 조정하는 수준’으로 설명한다. 즉, 작전술의 핵심은 개별 전투를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전투를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 배치해 전략적 효과를 창출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작전적 군수 역시 이러한 시간·공간 구조를 유지하고 지속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서 군수는 단순한 보급이 아니라 작전적 기동의 속도와 지속성을 결정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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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군수 세 가지 측면 정의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작전군수를 세 가지 측면에서 정의한다. 첫 번째는 인지적 측면으로 작전적 군수를 전략과 전술 사이를 인지적으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전략적 군수는 장기적·경제적 차원의 거시적 문제를 다루고, 전술적 군수는 개별 전투현장에서의 즉각적 지원을 담당한다. 반면 작전적 군수는 이 둘을 연결하면서 국가 차원의 자원을 실제 작전 요구로 변환시킨다. 따라서 작전적 군수는 단순한 수송이나 보급이 아니라 전략과 전술을 이어주는 사고체계이며, 지휘관이 전역(theater)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
두 번째는 기능적 측면으로 작전적 군수는 대규모 작전을 지속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 군사작전은 단순한 전투행위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 활동이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종 자원이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저자는 작전적 군수를 전략적 자원을 실제 전장 수요로 전환하는 ‘변환 체계’로 설명한다. 다시 말해 작전적 군수는 단순한 후방지원이 아니라 작전 자체의 지속성과 속도, 그리고 심도를 결정하는 요소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실제적 측면이다. 여기서 작전적 군수는 군수 네트워크 형태로 구현된다. 군수 네트워크는 군수 노드, 통신선, 자원 흐름으로 구성된다. 전구시설, 보급창, 항만, 공항, 집결지가 이러한 네트워크의 핵심 구성요소다. 군수 네트워크를 단순한 보급체계가 아니라 ‘작전체계의 골격’으로 부르는 이유다. 현대작전이 네트워크 중심 구조 속에서 유지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작전적 군수는 전략적 군수보다 구체적이고 전술적 군수보다는 추상적이다. 작전적 군수는 전구 전체의 시간·공간 구조를 관리한다. 따라서 작전적 군수는 지속성, 공간적 확장, 상호연결성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저자는 작전적 군수의 본질을 ‘동적 상호작용’으로 설명한다. 전장 상황은 끊임없이 변한다. 적의 행동과 함께 자원의 소비율과 손실도 지속적으로 변동하며 군수 계획을 계속 수정하도록 만든다. 따라서 작전적 군수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과 변화에 대응하는 체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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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분석모형 제시
이 책의 상당 부분은 실제 작전적 군수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각종 분석모형이 제시돼 실무자에게 유용한 분석틀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를 위한 교과서로서 모자람이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의 핵심적 주장은 작전적 군수가 작전술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작전적 군수는 단순한 지원활동이 아니라 작전술의 필수적 구성요소”라고 주장한다. 현대 작전술의 핵심이 시간, 공간, 전투력을 조합해 전략적 효과를 창출하는 데 있다면, 이러한 조합은 군수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아무리 우수한 기동계획이 존재하더라도 연료와 탄약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작전은 정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군수는 전투를 단순히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작전 자체의 구조와 범위를 결정하는 요소라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군수 병과가 아니라면 1~3장만 읽어도 핵심 논지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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