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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바다에 내린 ‘신뢰의 닻’

입력 2026. 05. 04   16:30
업데이트 2026. 05. 0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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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영 중사 해군기동함대 의무대
조소영 중사 해군기동함대 의무대


제주 민·군 복합항 개항 10년
중급병원 규모 의료시설 운영 통해
군함 사이로 부는 강정의 바람에
따뜻한 사람의 온기 스며들어


제주 남단 푸른 바다가 맞닿은 서귀포 강정해안. 이곳에 제주 민·군 복합항이 준공된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 민·군 복합항이 조성되던 시기에는 기대와 더불어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군과 마을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며 신뢰를 쌓아 왔다. 어느덧 군함 사이로 부는 강정의 바람에는 따뜻한 사람의 온기가 스며 있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는 주민들과 가장 가까이서 마주해 온 해군기동함대 의무대가 있다. 의무대는 10여 개의 진료과목을 갖춘 중급병원 규모의 의료시설을 운영하며 장병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동시에 지역주민들에게도 의료지원을 해 왔다. 이제 이곳은 단순한 군 의료시설을 넘어 지역주민들에게는 소중한 ‘이웃 병원’과 같은 존재가 됐다.

특히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부대 의무대에는 조금 특별한 풍경이 펼쳐진다. 마을 주민 대상 의료지원이 이뤄지는 날로, 평생 바다와 함께 살아온 마을 어르신들이 부대에 오신다. 진료실에서 해녀 어르신들의 혈압을 재고 건강상태를 살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군복을 입은 의료진과 주민 사이의 거리는 어느새 한층 가까워져 있다. 평생 바다에서 일해 오신 해녀 어르신들이 고맙다며 손을 잡아 줄 때면 의무대에서 근무하는 장병들 역시 군인으로서 책임과 보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진료가 끝날 무렵 어르신들께서 한 달에 한 번 부대에 오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말씀해 주실 때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서로 안부를 묻는 짧은 대화 한마디 한마디에서 주민과 부대 사이의 신뢰가 조금씩 깊어져 왔음을 체감한다.

이제 제주 민·군 복합항은 국가안보의 거점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의무대 안에서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장병과 주민들의 모습은 민·군 상생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지난 10년이 대민진료라는 매개체로 신뢰의 씨앗을 심고 뿌리를 내리는 기간이었다면 다가올 10년은 그 신뢰가 더 단단하고 울창한 상생의 숲으로 자라나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강정 바다에 깊게 내려진 ‘신뢰의 닻’이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군복 입은 이웃과 마을 주민이 같이하는 따뜻한 동행이 계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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