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공중 드론·지상 로봇·해상 무인정·수중 잠수정에 무선으로 전력 공급…전 영역 무인체계 통합운용 가능

입력 2026. 05. 04   15:58
업데이트 2026. 05. 0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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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 판도 바꾸는 드론· AI
무선 전력 전송기술의 전술적 가치 

전파·빛으로 에너지 투사 배터리 충전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 원리 확장 개념
드론이 스스로 에너지 보충하며 임무
적에게 운용 패턴 노출 위험 줄어들어
악천후 따른 전파 감쇄 등도 신중 고려

 

구루 와이어리스가 개발한 24㎓ 대역 위상배열안테나를 통해 드론이 무선 충전을 하고 있다. 출처=구루 와이어리스 공식 홈페이지
구루 와이어리스가 개발한 24㎓ 대역 위상배열안테나를 통해 드론이 무선 충전을 하고 있다. 출처=구루 와이어리스 공식 홈페이지

 


전선에 나섰던 소형 드론이 30분 비행을 마치고 귀환한다. 배터리를 교체하는 동안 감시의 눈은 감기고, 적은 그 공백을 놓치지 않는다. 전투원들은 배터리를 갈아 끼우기 위해 엄폐물 밖으로 나가는 순간 표적이 된다. 이 장면은 공중 드론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지상 전투로봇이 전진하다가 멈추고, 해상 무인정이 초계를 중단하고 귀항하며, 수중 잠수정이 기지로 복귀하는 이유도 같다. 배터리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항공유의 약 50분의 1에 불과하다. 이 한계의 획기적 개선에는 최소 10~1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탑재 방식의 딜레마는 소형 드론의 짧은 체공시간만이 아니다. 반대편 극단에 MQ-9 리퍼가 있다. 27시간 이상 체공하기 위해 약 1800㎏의 항공유를 싣는 리퍼는 최대이륙중량의 38%가 연료다. 연료를 많이 실을수록 기체는 커진다. 즉 날개 폭 20m에 최대속도 240노트의 거대하고 느린 표적이 되는 것이다. 2026년 이란 작전에서 미군은 두 달 만에 리퍼 수십 대를 잃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란의 기동형 방공미사일 앞에서 크고 느린 리퍼는 사실상 무방비였다. 작은 드론은 에너지가 부족해, 큰 드론은 에너지를 너무 많이 실어 문제가 된다. 탑재 에너지에 의존하는 한 체공시간과 생존성은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상충관계에 갇힌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에너지를 싣는 게 아니라 받는 것이다. 지상의 송신장치가 전기에너지를 전파 또는 레이저 빔으로 변환해 쏘면 드론에 장착된 수신장치가 이를 받아 다시 전기로 바꿔 배터리를 충전한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의 원리를 수십에서 수천 m 거리로 확장한 것이다. 이것이 무선 전력 전송기술이다.

미국 구루 와이어리스는 24㎓ 대역의 밀리미터파와 위상배열안테나를 활용해 소형 드론에 전력을 무선 공급, 96시간 연속 비행에 성공했다. 미 국방고등연구기획국(DARPA)의 ‘파워(POWER)’ 프로젝트는 레이저로 8.6㎞ 거리에 800W를 전송하는 기록을 세웠다. 파워라이트 테크놀로지스는 약 1500m 고도에서 비행 중인 드론에 ㎾급 레이저 전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드론에 탑재되는 수신기 무게는 약 2.7㎏에 불과하다. 이는 레이저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는 동시에 지상 송신기와 양방향 광통신 링크를 형성해 위치 추적과 데이터 교환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 기술의 진정한 잠재력은 공중 드론의 체공시간 연장에만 있지 않다. 지상, 해상, 수중까지 전 영역의 무인체계로 확장될 때 비로소 드러난다. 캐나다 퀘이즈 테크놀로지스는 자기공명 방식의 무선 충전 표면을 개발해 정밀한 위치 정렬 없이도 지상 로봇·드론·무인정을 접촉 없이 충전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충전 패드 위에 정확히 올려놓지 않아도 일정 범위 안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에너지가 전달되는 방식이다.

지난해 노르웨이와 미국이 합동으로 실시한 ‘북극 전사 실험(Arctic Warrior Experiment)’에서 퀘이즈는 눈이 10㎝ 이상 쌓인 설원에 접이식 충전 표면을 설치하고 눈을 관통해 3일간 연속으로 드론을 원격 충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실험에서는 드론뿐만 아니라 병사가 착용하는 장비에도 무선 전력을 공급하는 시연이 함께 이뤄져 인체에 안전한 수준의 무선 전력 전송이 실전환경에서 가능함을 보여 줬다. 충전 표면을 스노모빌이나 군용 차량 위에 펼치면 이동 중에도 충전거점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독일 라인메탈이 캐나다와 공동개발 중인 ‘드론 군집 전술감시체계(DSTOW)’는 무인 지상 차량 위에 이 충전 표면을 탑재해 드론을 자율적으로 발진·충전·재발진시키는 개념이다. 미국 L3해리스와의 협력으로 원통형 발사·회수 캐니스터 내부에 360도 무선 충전장치를 적용, 수직 저장된 드론이 캐니스터 안에서 자동 충전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사람의 개입 없이 드론이 스스로 에너지를 보충하며 임무를 지속하는 완전 자율 순환체계가 가까워지고 있다.

해상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퀘이즈는 미국 바튼시스템스의 자율 수중 무인 잠수정 스켈미르 S-6에 무선 충전수신기를 내장해 해저 도킹 포인트에서 물리적 커넥터 연결 없이 충전하는 체계를 개발 중이다. 전기 접점은 해저의 습기와 압력 속에서 부식과 고장의 주요 원인이 됐었다. 무선 충전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제거한다. 이 기술이 실용화하면 무인 잠수정이 수개월간 기지 복귀 없이 해저 감시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국내에서도 한국전기연구원(KERI)이 실시간 추적 기반 무선 전력 전송기술을 확보하고 우주 및 지상 실증단계를 추진 중이다. 다만 미국이 DARPA, 중부사령부 등 군 기관 주도로 장거리·고출력 군사 특화기술에 집중 투자하는 반면 국내 연구는 산업용·민간 응용 중심에 머물러 있다. 무인체계가 미래 전장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아 가는 상황에서 군사적 활용을 겨냥한 후속 투자와 연구 확대가 필요하다.

이 기술이 실전에 적용되면 작전개념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감시드론이 착륙 없이 수일간 체공하는 ‘영구 감시’가 현실에 가까워지고, 충전을 위한 고정 보급지점이 사라지면서 적에게 운용 패턴이 노출될 위험이 줄어든다. 무엇보다 공중 드론, 지상 로봇, 해상 무인정, 수중 잠수정이 하나의 에너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전 영역 무인체계 통합운용이 가능해진다. 후방의 송신 차량이나 고정기지에서 전선의 무인체계로 에너지를 실시간 분배하는 ‘전송형 군수’, 탄약과 연료를 트럭으로 실어 나르는 게 아니라 전파와 빛으로 에너지를 투사하는 새로운 보급개념이다.

악천후 환경에서의 전파 감쇄, 적의 전자전 공격 취약성, 송신 빔 자체가 적 탐지장비에 포착될 수 있다는 양면성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에너지를 본체에 보관하는 시대’에서 ‘에너지를 필요한 곳에 투사하는 시대’로의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우리 군이 주목해야 할 것은 개별 기술의 성능이 아니라 전 영역 무인체계를 하나의 에너지망으로 엮는 교리와 체계의 설계다.

다음 회에선 현실의 전장을 가상공간에 쌍둥이처럼 복제해 승리를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기술,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에 관해 알아본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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