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공군

찰나의 승부사들 … 단 한번의 완벽한 성공을 위해

임채무

입력 2026. 04. 29   17:18
업데이트 2026. 04. 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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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작전사령부, 26-2차 한미 연합 EOD훈련 현장

한미 EOD 요원들 4개조 꾸려 3개 훈련 시나리오 순환식 숙달
WMD·활주로 대량 자탄·불발화학탄 위협 대응
상호 기술정보 교류 등 노하우 공유 연합작전 능력 강화

적막이 감도는 건물 내부. 방폭복(Bomb Suit) 안면창 너머로 한미 공군 폭발물처리(EOD) 요원들의 거친 숨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찰나의 실수, 단 1㎜의 오차가 곧 작전 실패로 이어지는 폭발물 앞. EOD 요원의 손끝은 신중했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29일 공군 오산기지에서 공군작전사령부(공작사) 주관으로 열린 ‘26-2차 한미 연합 EOD훈련’ 현장은 실제 테러 상황을 방불케 하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글=임채무/사진=조종원 기자 

한미 공군 EOD 요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미 공군 EOD 요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날 훈련은 건물 3곳에 급조폭발물(IED)로 의심되는 물체가 발견됐다는 다급한 신고가 접수되며 시작됐다. 한미 공군 EOD 요원들은 4개 조를 꾸려 3개의 훈련 시나리오를 순환식으로 숙달하며 대량살상무기(WMD), 활주로 대량 자탄, 불발화학탄 등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는 절차를 점검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훈련 준비 단계부터 서로의 장비와 복장을 챙겨주는 한미 요원들의 모습이었다. 특히 이번 훈련에서 우리 공군 EOD 요원들은 미군의 장비와 복장을 직접 착용하고 작전에 나섰다. 단순한 참관을 넘어 실질적인 장비 호환성을 검증하기 위한 조치였다.


공군 EOD 관계자는 “미측 장병들과 우리가 사용하는 장비의 성능은 거의 비슷하지만, 모델마다 사용법이나 기능이 조금씩 다르다”면서 “지난 1차 훈련과 이번 2차 훈련에서는 미국 장비를, 3·4차 훈련에서는 한국 장비를 교차로 사용하며 상호운용성을 극대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도착한 요원들은 가장 먼저 신고자를 상대로 정보 수집에 나섰다. 폭발물을 발견했을 때 휴대전화를 사용했는지, 물체를 건드렸는지 등을 꼼꼼히 캐물었다. IED는 상용·군용 폭약, 화학물질 등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급조한 장치다. 얼마나 정확하게 상황을 식별하느냐가 작전의 성패를 가른다. 정보 수집이 끝나자, 한미 요원들은 탐지용 엑스레이(X-Ray) 설치 방법과 의심 폭발물 확인 절차를 두고 열띤 전술 토의를 벌였다. 특히 문틈 사이로 엿보이는 가방과 캔 등 예상치 못한 부비트랩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진입 대책을 세웠다.

 

 

한미 공군 EOD 요원들이 서로의 장비와 복장을 챙겨주고 있다.
한미 공군 EOD 요원들이 서로의 장비와 복장을 챙겨주고 있다.

 

폭발물 무력화를 위해 ‘팬 디스럽터’를 설치하고 있는 요원들.
폭발물 무력화를 위해 ‘팬 디스럽터’를 설치하고 있는 요원들.

 

요원들이 부상당한 인원을 건물 밖으로 옮기고 있다.
요원들이 부상당한 인원을 건물 밖으로 옮기고 있다.



우발 상황도 문제없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육중한 방폭복을 입은 EOD 요원이 X-Ray 장비를 들고 건물 내부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삼각대를 펼쳐 폭발물 앞뒤로 X-Ray 스캐너를 설치하고 판독을 준비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펑!” 폭발물이 터진 우발 상황이 부여됐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지만, 한미 요원들의 눈빛은 오히려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들은 망설임 없이 현장에 진입해 부상당한 요원을 안전지대로 끌고 나왔다. 무거운 방폭복을 신속하게 해체한 뒤 거즈와 압박 붕대를 꺼내 들어 출혈 부위를 지혈하는 응급처치가 물 흐르듯 이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진 구출과 처치 과정은 양국 요원들이 평소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며 실전에 대비해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공군 EOD는 1966년 창설된 이래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등 굵직한 국가 행사에서 대테러 임무를 완수해 왔다. 한 해 평균 60여 회에 달하는 폭발물 제거 작전을 수행하는 이들에게 돌발 상황은 곧 일상이다. 훈련에 참가한 요원들은 “폭발이 발생했다고 해서 임무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구조가 끝난 뒤에도 혹시라도 남은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다시금 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요원들이 부상당한 요원을 응급처치 하기 위해 방폭복을 해체하고 있다
요원들이 부상당한 요원을 응급처치 하기 위해 방폭복을 해체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어

다른 곳에서는 X-Ray 설치·판독 절차가 이뤄지고 있었다. X-Ray 모니터 위로 폭발물 내부의 복잡한 전선과 기폭장치, 그리고 배터리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다행히 비교적 손쉽게 해체할 수 있는 구조의 폭발물이었지만, 요원들은 결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2차, 3차 확인을 거치며 일말의 기폭 가능성마저 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양국 요원들은 최근 실전에 도입되고 있는 로봇 활용 폭발물 처리 노하우를 활발하게 교환하기도 했다.

판독 결과, 폭발물의 심장인 뇌관과 이어진 ‘배터리’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것으로 해체 방법이 결정됐다. 이때 등장한 장비가 바로 ‘팬 디스럽터(Pan Disrupter)’다. 이 장비는 화약의 폭발 압력을 이용해 강력한 수압의 물이나 특수 금속탄을 초고속으로 발사, 폭발물의 특정 지점을 파괴할 수 있다.

한미 EOD 요원들은 X-Ray 사진에 나타난 영문자와 격자 무늬를 좌표 삼아 팬 디스럽터의 타격점을 정밀하게 조준했다. 장비에서 뿜어져 나온 초록 레이저가 폭발물의 전원부를 정확히 가리켰다. 삼각대가 미세하게라도 흔들리면 오발로 인해 대형 폭발로 이어질 수 있기에 요원들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했다. 타격 장비가 불을 뿜고 목표했던 배터리를 완벽히 타격하면서 폭발물은 무력화됐다. 숨 가빴던 훈련이 마무리된 순간이었다.


탐지용 엑스레이(X-Ray) 설치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요원들.
탐지용 엑스레이(X-Ray) 설치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요원들.



단 한번의 성공을 위해

지난 27일 시작해 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훈련에는 우리 공군10전투비행단·15특수임무비행단·18전투비행단·38전투비행전대와 함께 미51전투비행단 EOD 임무요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미 EOD 요원들은 대량살상무기(WMD) 이론교육, 활주로 대량 자탄, 급조폭발물, 불발화학탄 등 다양한 유형의 폭발물과 그에 대한 안전조치 절차를 숙달함으로써 핵심 위협에 대한 임무 숙련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또한 상호 기술정보 교류 등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EOD에 대한 상호운용성을 향상하고 연합작전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한미 EOD요원들이 서로의 전술을 깊이 이해하는 계기도 되고 있다. 10전투비행단 신진혁 상사는 미군 EOD요원들과의 훈련을 통해 서로의 전술과 노하우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신 상사는 “양국 EOD 요원이 모여 노하우를 공유하며 완벽한 전시태세를 확립했다”며 “남은 훈련 기간은 물론 3, 4차 연합훈련도 미 공군 EOD 요원들과 원팀을 이뤄 한미동맹 강화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찰스 웨이드 커윈 병장은 한국 공군 EOD 요원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커윈 병장은 “이번 훈련에서는 한국 공군 EOD 요원들과의 전술 교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 공군 EOD요원들과의 연합훈련은 처음인데, 전술 공유를 넘어 깊은 인간적 교류를 통해 더 강하고 견고한 동맹을 만들어 가고 있어 무척 의미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미 공군은 폭발물 처리 작전 수행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2020년부터 ‘한미 EOD 합의서’에 따라 공동작전기지(COB) 단위의 연합 훈련을 전개해 왔다. 특히 다변화되는 안보 위협에 발맞춰 2025년부터는 그 대상을 한반도 내 전 비행기지로 대폭 확대했다. 다가오는 후반기부터는 공군 교육사령부와 필승사격장 EOD 훈련장에서도 실전적인 연합 훈련을 이어갈 예정이다.

훈련을 계획한 공작사 군수운영과 폭발물처리운영담당 김봉구 원사는 요원들의 땀방울이 곧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 원사는 “안전하고 신속한 폭발물 처리는 다양한 작전의 지속능력과 국민 안전에 직결돼 있다”며 “앞으로도 EOD 임무 수행능력을 갈고닦아 ‘단 한번의 성공이 아니면 완전한 실패’라는 각오로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작전을 완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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