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나를 위한 ‘갱밍아웃’ … 스스로를 대접하다

입력 2026. 04. 29   16:34
업데이트 2026. 04. 2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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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에서 만난 트렌드
뉴년기…인생의 절반을 다시 바라보다

4050 고충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와인시음·전시·콘서트·여행
여가 소비에 적극…다양한 활동
젊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추구
새로운 문화·트렌드 욕구 높아

과거 ‘노년의 시작’으로 인식되던 갱년기는 이제 인생의 반환점에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뉴년기’로 변화하고 있다.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소비와 여가를 즐기는 뉴년기 세대 모습. 출처=클립아트코리아
과거 ‘노년의 시작’으로 인식되던 갱년기는 이제 인생의 반환점에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뉴년기’로 변화하고 있다.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소비와 여가를 즐기는 뉴년기 세대 모습.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인생시계를 아는가?
사람의 나이를 하루 24시간에 비유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우리의 수명이 100세라고 가정하면 0시는 0세, 24시가 100세가 된다. 이때 20세의 경우는 아직 일과가 시작되기도 전인 새벽 4시48분에 해당하고, 40세는 출근해서 한창 바쁘게 일을 시작하는 오전 9시36분에 해당한다. 사람들은 흔히 인생에서 꽃피는 시기를 청년기라 생각하고 40~60대는 꽃이 저문 후의 가을에 비유하지만 인생시계의 기준으로 본다면 50세는 하루 중 가장 활기찬 시간, 즉 ‘정오’에 해당한다. 

여성의 경우 50세는 갱년기에 해당한다. 갱년기의 사전적인 의미는 ‘인체가 성숙기에서 노년기로 접어드는 시기’ ‘마흔 살에서 쉰 살 사이에 신체 기능이 저하되는 시기’다. 이제까지 사람들은 갱년기를 노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보고 부정적으로 인지했다.

하지만 인생시계가 보여주듯 수명이 길어지면서 갱년기의 성격도 변화를 겪는다. 신체적 변화는 과거와 다름이 없지만 인생의 절반에 해당하는 시점에서 자신을 재정비하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갱년기의 새로운 모습을 일컬어 ‘뉴년기’라 부르고자 한다. 필자가 속한 트렌드코리아팀이 한화손해보험과 함께 지금의 갱년기 소비자들을 조사해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현재 갱년기에 해당하는 4050세대 소비자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더 젊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한다. 오픈서베이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50대는 스스로 ‘마음의 나이’를 실제 나이보다 11.2세 젊게 인식한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 지난 10년 사이 경제활동 참가율이 60~70% 수준으로 오르면서 직장에서 갱년기를 보내는 사람이 많고 결혼과 출산연령이 올라가면서 갱년기 가족의 구성도 달라졌다. 이뿐만 아니라 남성도 정도와 속도에 차이가 있을 뿐 갱년기를 겪는다. 이러한 배경에서 뉴년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로 요즘 뉴년기 소비자들은 갱년기에 대해 솔직히 드러낸다. 조사에 따르면 갱년기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갱년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꺼려진다’는 문항에 동의한 사람은 2.7%에 불과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는 자신의 고충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인기 있는 콘텐츠가 되면서 여배우들이 자신의 갱년기 경험을 공유하고, 극복 방법을 이야기하는 ‘갱밍아웃(갱년기+커밍아웃)’도 많아졌다.

직장생활에서도 갱년기는 피해야 하는 주제가 아니다. 과거에는 직장에서 갱년기임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먼저 자신의 상태를 알리고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한다거나 증상이 심할 경우 업무를 조정하는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을 나쁘게 여기지 않는다.

설문조사 결과 직장동료가 갱년기를 솔직하게 밝히고 양해를 구한다면 ‘멋있다’ ‘도와주고 싶다’고 긍정적으로 느끼는 응답이 45.5%에 달했다. 실제로 본인이 양해를 구한 경험이 있거나 그럴 의향이 있다고 밝힌 비율도 13.4%였다.

사실 갱년기 양상 자체는 동일하다. 갱년기는 성호르몬 감소라는 신체적 원인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갱년기를 인지하고 대응하는 방법에서 뉴년기의 차이가 드러난다.

최근 여성들이 과거에 비해 갱년기가 빨라진 것 같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시대적으로 자신을 돌보는 것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변화를 예민하게 알아채기 때문이다.

또한 ‘갱년기를 처음 인지한 뒤 한 행동’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연령대별로 응답에 차이를 보였다. 60대는 과거 경험에서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고 답한 데 비해 40대는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다’는 응답이 높았다. 카드사에서 결제 건수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적극적 관리를 하는 4060세대도 증가하는 추세다.

여가 소비에도 적극적이다. 시간과 구매력이 있는 만큼 시니어 타깃의 커뮤니티 서비스에서는 와인시음, 전시관람, 콘서트, 여행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소위 ‘핫플’로 불리는 서울의 인기 거리와 상점을 도슨트와 함께 돌아보는 브랜드 투어 상품도 인기다.

그만큼 뉴년기 소비자들이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를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활동에 몰입하는 것은 갱년기의 신체적·정서적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뉴년기 소비자들은 X세대다. 문화생활 욕구가 높은 세대이자 ‘아이돌 덕질’ 1세대, 인터넷을 처음 사용한 세대라는 특징이 있다. 그만큼 여가활동에서도 SNS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물론 콘서트와 같은 액티브한 활동에도 적극 참여한다. 놀유니버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투어 콘서트’ 티켓을 2회 이상 구매한 고객 중 5060세대 비중은 27.2%로 20대(23.4%)보다 높았다.

소비 취향에서도 세대 차이가 크지 않다. BC카드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트렌디한 소비문화를 상징하는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에서 결제된 액수를 연령대별로 분석해봤을 때 40대의 상승폭은 20대 상승폭과 유사한 수준으로 높았다. 4050세대가 많이 구매하는 패션 브랜드가 1020세대에게도 인기 있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뉴년기 소비자들은 자녀가 아직 연령대가 낮고 자녀와 친한 관계를 유지하며 트렌드 습득에 빠르다.

우리 사회가 뉴년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갱년기가 중년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번 겪는 문제이며, 가족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어머니의 갱년기에 자녀들이 성인이 돼 독립한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출산연령이 늦어지면서 자녀 부모의 갱년기와 자녀의 사춘기가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로 인해 요즘 초등학생 때부터 어머니의 갱년기를 공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녀가 일방적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변화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도 뉴년기 소비자에 주목한다. 대한민국의 인구구조상 가장 규모가 큰 인구집단인 동시에 경제력을 바탕으로 ‘나를 위한 소비’를 할 수 있는 소비자인 만큼 이들이 삶의 큰 변화를 맞이하면서 어떤 욕구를 가지는가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시장의 기회로 이어질 것이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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