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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핫코다산’이 주는 교훈

입력 2026. 04. 28   15:11
업데이트 2026. 04. 2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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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체감온도 영하 20도, 적설량이 10㎝에 달하는 강설이란 악기상에도 우리 진호대대는 성공적으로 혹한기 훈련을 끝마쳤다. 훈련을 앞두고 우연히 영화 ‘핫코다산’을 접했다. 이 영화는 1902년 1월에 있었던 핫코다 설중행군 조난사건이 배경이다. ‘얼마나 강한가’보다 ‘얼마나 잘 준비돼 있는가’가 동계 전투의 성패를 가른다는 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러시아와의 긴장이 고조되던 1902년 당시 일본 육군은 러시아와 동계 전투를 대비하고자 아오모리현 핫코다산 일대에서 동계 전술행군을 했다. 행군에는 5연대와 31연대 예하의 부대가 참가했는데, 같은 행군이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31연대는 37명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단 한 명의 희생도 없이 200㎞에 달하는 행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핫코다산 일대 지형정찰과 동계 장비 준비, 현지 지형과 기상을 잘 아는 현지인을 가이드로 내세우는 등 철저한 준비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반면 210명이라는 압도적 병력으로 구성된 5연대는 199명이 행군과정에서 길을 잃고 동사하는 참사를 낳았다. 출동 전 현지인의 기상 경고를 듣고 사전에 참사를 막을 수 있었으나 경고를 안일하게 받아들였다. 결국 급격한 기온 하강과 강설로 취사가 제한되고 방향감각을 상실한 부대원들은 집단 공황상태에 빠져 영하 40도의 혹한에서 동사했다.

영화 ‘핫코다산’의 사례는 우리에게 동계 전투현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한 공간임을 보여 준다. 또한 설중행군의 성패는 ‘동계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체계적인 준비와 전장마찰을 극복하는 역량에서 결정된다’는 교훈을 준다.

훈련 복귀 후 이번 혹한기 훈련의 시작과 끝을 뒤돌아보며 악기상에도 우리 진호대대가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훈련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던 것은 과제별 철저한 준비 아래 훈련이 진행됐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출동 전 부대원은 5주간의 단계별 훈련 모델을 적용해 훈련에 대비했다. 개인별 내한 적응훈련과 체력단련으로 추위에 익숙해지는 능력을 길렀고 ‘팀’ 단위 단결력 향상을 위해 야외에서 조포훈련과 소부대 전투기술훈련 등 ‘팀’ 단위 훈련을 했다. 혹한기 훈련 출동 1주 전에는 대대 단위 전투준비태세 훈련과 록드릴(Roc Drill·작전개념 예행연습)을 하며 최종 점검을 마쳤다. 이런 준비과정이 체감온도 영하 20도에 이르는 매서운 추위와 잦은 강설 속 혹한기 훈련을 극복할 원동력이 됐다.

이번 훈련은 실질적인 동계 전투 능력 배양을 위해 혹한의 환경에서 국면별 상황 및 전장마찰을 극복하는 실전의 장이었다. 훈련을 받으면서 혹한의 환경에서 최초의 기계화부대인 진호대대원들이 얻은 경험은 앞으로 동계작전을 실시할 때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박재현 대위(진) 육군8기동사단 번개여단
박재현 대위(진) 육군8기동사단 번개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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