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함께하는 전쟁사
독일의 소련 침략과 프로코피예프
1812년 나폴레옹 전쟁 배경의 소설
1941년 나치 독일, 소련 침공에 투영
7개 장으로 구성된 ‘평화’ 테마 1부
전쟁 딛고 찾아온 사랑의 결실 메시지
2부 민중의 강인함·애국심 담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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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6월 22일 프랑스를 점령한 독일은 영국에 항복을 요구하며 본토에 대대적인 공격을 단행했다. 원래 항공전으로 제공권을 장악한 뒤 지상전을 전개할 계획이었으나 영국 공군의 완강한 저항과 레이다를 포함한 방공시스템의 획기적 발전이 독일군을 좌절시켰다. 독일의 다음 공격 목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전쟁 초기 독일은 동·서 양방향에서 전쟁을 수행할 경우 전투력이 분산돼 불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1939년 8월 소련과 불가침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동쪽에 있는 소련과는 전쟁을 회피하고 서유럽을 점령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소련 침공은 서유럽이 어느 정도 확보된 이후로 늦춰졌다. 이제 시기가 도래한 셈이다. 독일은 먼저 발칸반도의 세르비아와 그리스로 진격해 이 지역을 장악했다. 소련 침공을 앞두고 주변 세력이 가담하지 못하도록 일종의 정지작업을 한 것이다. 그리고 1941년 6월 독·소 전쟁이 시작됐다.
작전명 ‘바르바로사’…마침내 시작된 소련 침공
‘바르바로사’는 고대 신성로마제국 프리드리히 1세의 별명이었던 ‘바르바로사(붉은 수염)’에서 유래한 말이다. 명군으로 불리던 프리드리히 1세가 동방에 관심을 기울였던 것에서 착안해 대(對)소련전에 걸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 ‘붉은 수염’이 스탈린을 암시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독일의 소련 침공은 양국이 맺은 불가침 조약의 파기로 시작됐다. 히틀러는 당시 우랄산맥 서쪽의 소련 영토를 유럽 일부로 규정하고 이 지역을 확보해 ‘열등한 민족’으로 규정한 슬라브족을 동쪽으로 내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독일의 공격은 크게 세 방향에서 이뤄졌다. 먼저 북쪽 레닌그라드 방향은 빌헬름 리터 폰 레프 장군이 이끄는 북부집단군을 편성했다. 레닌그라드는 러시아 혁명의 발상지이자 제정 러시아의 수도였다. 또 소련 발틱 함대의 거점이자 제2의 산업도시로 정치·심리적으로 가치가 높았다. 핀란드와 연계해 소련의 해상 보급선을 끊을 수 있는 길목이기도 했다. 스탈린은 레닌그라드를 반드시 사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종심방어 및 소모전으로 대응한 소련군
독일군 주력은 중앙에서 모스크바를 점령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페도르 폰 보크 장군이 이끄는 중부집단군을 편성했다. 목표인 모스크바는 그 자체가 전략적 중심이었다. 모스크바를 잃으면 전쟁지도체제가 마비되기 때문에 항복 카드를 꺼내야만 하는 핵심 지역이었다. 남쪽은 레르트 폰 룬트슈테트 장군이 이끄는 남부집단군을 편성했다. 이들은 스탈린그라드로 진격했다. 스탈린의 이름이 붙은 도시를 파괴할 경우 심리적 패배를 안길 수 있었다. 더구나 볼가강을 이용한 물류와 캅카스 유전지대를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길목이기 때문에 독일군으로서는 확보가 필요했다.
소련은 독일군의 빠른 기동전을 예상했다. 이에 따라 독일군의 진격을 늦추기 위해 전선을 넓게 펼치고 종심이 깊은 방어선을 구축, 군사력을 소모시키는 전략으로 대응했다. 주요 공장과 생산 시설은 우랄산맥 동쪽 후방으로 이동시켜 군수물자 생산을 지속하도록 했다. 또한 겨울철 추위를 이용해 독일군의 기동성을 마비시키고 반격의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나치 독일의 소련 침공과 관련해 꼭 살펴볼 작품이 있다. 소련의 낭만주의 후기 작곡가 프로코피예프(1891~1953)는 독일의 침공 시기에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1828~1910)의 소설 『전쟁과 평화』를 소재로 오페라 ‘전쟁과 평화, Op. 91’을 작곡했다. 『전쟁과 평화』는 나폴레옹 전쟁 시기 프랑스와 러시아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히 나폴레옹이 1812년 6월 러시아를 침공해 모스크바를 점령했던 시기에 모스크바가 불바다가 된 상황과 당시의 러시아 총사령관 쿠투조프가 승리를 위해 후퇴를 단행한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전쟁 속에서 사랑이 소용돌이처럼 요동치는 내용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1865년 ‘1805년’이라는 표제로 러시아 신문 ‘러시아통보’에 게재하기 시작한 뒤 이듬해 2부를 발표했고, 제목을 『전쟁과 평화』로 정했다. 이어 1869년 나머지 부분을 완성해 단행본으로 출판했다. 톨스토이는 전쟁을 통해 삶의 의미와 사랑을 깨닫는 일련의 과정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프로코피예프, 승리의 염원을 오페라에 담아
프로코피예프는 120여 년이 지난 1941년 나치 독일군대가 러시아를 침공해 모스크바를 공격하고 레닌그라드를 포위하는 등 또다시 전쟁으로 치닫자 1800년대 톨스토이의 작품을 소환해 오페라를 작곡했다. 모스크바가 적에게 공격당한 상황이 나폴레옹 전쟁 시기와 비슷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아내 미라 멘델슨의 도움을 받아 1942년 초판을 완성한 후 1944년 피아노로 초연을 했다. 제대로 된 대규모의 공연은 1959년 이뤄졌다.
1부는 ‘평화’를 테마로 7개 장으로 구성됐다. 나폴레옹의 본격적인 전쟁을 개시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전쟁에 참전했던 안드레이와 나타샤가 만나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했지만 부모가 반대해 안드레이는 강제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그 사이 나타샤는 다른 유부남의 유혹에 넘어가 스캔들에 휘말린다. 돌아온 안드레이는 이를 알게 되자 결혼 약속을 깨고 다시 전쟁터로 간다. 안드레이는 전쟁터에서 큰 부상을 입고 돌아오는데 나타샤의 극진한 간호에도 죽고 만다. 전쟁이 만들어낸 상처였다. 나타샤는 안드레이의 친구 피에르와 사랑하게 되고 미래를 함께한다는 내용으로 1부의 막이 내린다. 평화가 찾아왔다는 메시지로 끝을 맺은 셈이다.
‘전쟁’을 테마로 한 2부는 6개 장으로 구성됐다. 테마가 암시하듯 2부는 나폴레옹의 1812년 러시아 원정 작전을 묘사했다. 먼저 나폴레옹과 러시아 총사령관 쿠투조프의 지휘소가 등장한다. 그리고 불타는 모스크바가 연출된다. 그러나 결국 쿠투조프의 뛰어난 전략으로 승리를 거둔다는 내용이 2부를 장식하고 있다. 프로코피예프는 오페라를 통해 러시아 민중의 강인한 삶과 사랑, 그리고 애국심을 담아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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