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훈련병의 편지

“이 밤을 다시 한번”

입력 2026. 04. 22   15:12
업데이트 2026. 04. 2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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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 건아라면 누구에게나 정해진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우연히 만났습니다.

별다른 목표 없이 대학생활만 이어 가며 밋밋한 나날을 보내면서 대인 관계 등 모든 면에서 흥미를 잃어 갔습니다. 그러던 중 육군훈련소에서 아주 우연한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훈련소에서의 첫날은 적막 그 자체였습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어색함과 새로운 환경이 주는 긴장감 탓에 누구도 먼저 입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교육과 훈련이 다가왔고, 우리는 휩쓸리듯이 대화전선에 투입됐습니다.

훈련이 거듭될수록 전우들과 가까워졌고, 어색함과 긴장감은 퇴치된 지 오래였습니다. 그쯤부터 3주 차 훈련이 시작됐습니다. 공격군장부터 완전군장까지 군장 무게의 증가와 끝이 보이지 않는 교장 이동은 매번 버티기 힘든 순간을 우리에게 선사했습니다. 그 순간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이를 악물고 땀을 뻘뻘 흘리며 버티는 전우들의 모습에 더불어 고무돼 끝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함께 땀 흘리고 돌아와 생활관에서 잠시나마 대화하며 회포를 풀던 그 밤이 생생합니다.

고난은 훈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감기를 비롯한 컨디션 난조가 연달아 덮치며 심리적·신체적으로 지쳐만 갔습니다. 그때도 힘이 된 건 전우들이었습니다. 고열로 힘들던 저를 위해 분대장님께 대신 상태를 보고해 주고 이불을 덮어 주는 등 전우들이 살뜰히 챙겨 줬습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처럼 아픈 와중에도 각개전투와 행군까지 모두 해낼 수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시작하면 끝을 보던 아주 어린 시절의 저를 잃어버리고 살았습니다. 영원히 없어진 줄로만 알았던 그 모습을 예상치 못하게도 아주 우연히 도달한 육군훈련소에서 다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정해진 일과를 소화하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는 법을 이곳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마음이 통하는 전우 하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이겨 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 그 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그런 밤이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맞고 싶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그런 밤들.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올려다본 밤하늘일 수도, 어머니의 바쁜 발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신병교육 기간 제게도 그런 밤이 생겼습니다. 전우들과 함께 나눈 순간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전우들도 같은 마음일 거라고 여기며 오늘 밤 마음속으로 외쳐 봅니다. 이 밤을 다시 한번!

차동규 이병 육군훈련소 28교육연대
차동규 이병 육군훈련소 28교육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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