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현대 군사명저를 찾아서

공격에서 억제로…미 해병대 ‘바벨 전략’을 꾀하라

입력 2026. 04. 22   16:54
업데이트 2026. 04. 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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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군사명저를 찾아서

요안나 시에키에라 (2025). 『진화의 요구: 21세기 미 해병대의 역할 변화와 그 이후』 
Joanna Siekiera, ed. 2025. 『Evolution on Demand: The Changing Roles of the U.S. Marine Corps in Twenty-first Century Conflicts and Beyond』. pp. 316. Marine Corps University Press. 

 

 

현재 미 해병대는 혁신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21세기 전쟁 양상의 구조적 변화를 전제로 미 해병대의 존재 방식 자체를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이 책은 단순히 특정 전력이나 작전 개념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군사력 전반을 관통하는 ‘구조적 전환’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장에서 제시된 바벨 전략(barbell strategy)은 이러한 전환을 이해하는 핵심 개념이다. 바벨 전략은 군사력을 균형적으로 분산하는 것이 아니라 ‘방어작전’과 ‘위기대응(crisis response)’이라는 양극단에 집중하고 전통적인 대규모 공격작전과 같은 중간 영역을 과감히 축소하는 접근이다.

기존 해병대는 상륙작전과 기동전을 중심으로 한 공격적 전력으로 발전해 왔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해병대 정체성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구조가 반접근/지역거부(A2/AD) 환경, 장거리 정밀타격, 무인체계 확산이라는 현대 전장 조건에서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비선형적 전쟁 환경에서는 중간 수준의 전력이 가장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제한된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분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해병대는 적의 작전을 저지하고 시간을 확보하는 억제 중심 전력, 즉 ‘거부에 의한 억제(deterrence by denial)’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전력 구조의 변화는 작전 개념의 근본적 재구성을 요구한다. 2장에서 제시된 스탠드인 전력(SIF·stand-in forces) 개념은 해병대가 적의 타격 범위 내에서 전진 배치돼 작전을 수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력을 의미한다. 이는 과거처럼 병력을 집결해 전장을 돌파하는 공격부대가 아니라 전진 배치된 상태에서 적의 작전 자유도를 제한하는 전력으로 기능해야 함을 보여준다.

특히 해병 원정군은 지상, 항공, 군수, 정보전력을 통합한 작전체계로서 단순한 전술 단위를 넘어 전구 수준에서 작전 효과를 창출하는 핵심 구조로 제시된다. 6장에서 논의된 대만 방어 시나리오는 이러한 개념을 더욱 구체화한다. 해병대는 대규모 상륙작전을 수행하는 공격부대가 아니라 1도련선 안에서 적의 기동을 차단하고 초기 단계에서 시간을 확보하는 전진 방어 전력으로 기능해야 한다. 연안작전, 해상거부, 분산기동은 이러한 전력구조 변화의 핵심 작전 원리로 작용한다.

군수 분야에서도 전력구조 변화의 영향은 결정적으로 나타난다. 4장은 미얀마 전역 사례를 통해 군수가 단순한 지원 기능이 아니라 전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임을 보여준다. 다양한 국가가 참여한 연합작전에서 군수 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작전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7장은 이를 현대 유럽 전구에 적용, 분산된 군수체계가 고강도 분쟁 환경에서 생존성과 지속성을 확보하는 핵심 수단임을 강조한다. 특히 러시아와 같은 국가의 장거리 타격 능력 아래서는 기존의 고정된 군수 인프라는 매우 취약하며 해상 기반 보급과 전진기지 운영이 필수적이다. 이는 군수가 단순히 물자를 전달하는 기능을 넘어 작전 효과를 창출하는 핵심 요소로 기능해야 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전력구조의 변화는 군수체계의 전면적 재설계를 요구한다.

21세기 안보환경에 맞춰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미 해병대에 대해 저자는 ‘바벨 전략’이란 이름의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고 있다. 미 해병대 장병이 M27 소총으로 사격하고 있는 모습. 출처=미 해병대 공식 홈페이지
21세기 안보환경에 맞춰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미 해병대에 대해 저자는 ‘바벨 전략’이란 이름의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고 있다. 미 해병대 장병이 M27 소총으로 사격하고 있는 모습. 출처=미 해병대 공식 홈페이지


교육과 훈련 영역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2장과 13장은 워게임의 역할을 중심으로 전문군사교육(PME)의 방향 전환을 제시한다. 기존의 교육 방식은 교리와 이론 중심의 학습에 치중돼 있었지만 현대 전장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은 보다 실험적이고 탐색적인 학습 방식을 요구한다. 워게임은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는 핵심 도구로 작전 개념과 전력구조를 사전에 검증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특히 디지털 워게임은 다영역작전 환경을 현실적으로 모사하고 다양한 변수와 시나리오를 반복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교육 도구를 넘어 전략 수립과 전력 개발 과정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분석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 또한 워게임은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고 공동 작전 개념을 발전시키는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 책은 해병대의 역할을 단순한 전투 수행 조직에서 전략적 억제 구조의 핵심 요소로 확장한다. 5장에서 논의된 필리핀과의 동맹 사례는 해병대가 단순히 군사력을 제공하는 조직이 아니라 동맹의 신뢰성을 강화하고 정치적 신호를 전달하는 전략적 도구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전력구조가 군사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외교·정치적 효과까지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전력구조가 단순한 조직 편제가 아니라 군사력 전체를 통합하는 체계적 설계의 문제라는 점이다. 작전, 군수, 교육, 기술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으며 하나의 구조적 틀 속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특히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전통적인 재래식 전략 강화가 아니라 해안방어능력을 중심으로 위기대응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해병대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해병대의 미래를 단순히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된 전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적 전환의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1장의 전력구조 논의는 이후 모든 장을 관통하는 중심 개념으로 작전, 군수, 교육, 워게임을 하나의 통합된 체계로 연결한다. 책이 제시하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기존의 공격 중심 원정군 모델은 더 이상 현대 전장 환경에 적합하지 않으며, 해병대는 억제와 방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전력으로 재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군사 연구서를 넘어 미래 전쟁을 이해하기 위한 전략적 사고의 틀을 제공하는 중요한 저작으로 평가할 수 있다.

책이 미 해병대의 관점에서 집필됐기 때문에 한국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해병대가 준4군 체계로 성장하는 시점에 한 번쯤 검토해야 할 중요 지점들을 짚고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한 책이라고 판단한다.

필자 최영진은 국방전문가로 전쟁사, 전략론, 정신전력, 병력구조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필자 최영진은 국방전문가로 전쟁사, 전략론, 정신전력, 병력구조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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