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종사 구출작전을 지켜보며 부러웠고, 그래서 더 부끄러웠다. 미국은 영웅을 만들고, 그 영웅들이 미국을 지킨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한 명의 군인을 위해 수천억 원의 자산을 투입하는 선택. 이 결정은 과연 비효율일까, 아니면 국가의 본질을 드러내는 신호일까.
미군은 고립된 병사 한 명을 구하기 위해 특수부대와 전투기, 수송기를 총동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작전 과정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첨단 장비를 파괴하거나 버려 두면서까지 병력을 안전하게 철수시켰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명백한 ‘경제적 비효율’이다. 그러나 이 판단의 기준은 ‘비용’이 아니라 ‘가치’에 있다.
그 군인이 포로로 잡혔을 경우 발생할 정보 유출과 선전전의 리스크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적 손실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선택을 지켜보는 모든 군인에게 국가가 던지는 메시지다. 바로 “국가는 당신을 절대로 뒤에 남겨 두지 않는다(No Man Left Behind)”는 확신이다. 이 신뢰는 전장에서 군인의 판단과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존중은 사기를 만들고, 사기는 전투력을 만든다. 미 육군 복무 신조(Soldier’s Creed)의 핵심인 전사 신조(Warrior Ethos)에는 “나는 결코 쓰러진 전우를 남겨 두지 않는다(I will never leave a fallen comrade)”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조직의 정체성이며, 군인과 국가 간의 끊어지지 않는 계약이다. 보스니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의 치열한 전장에서 미군이 보여 준 집요한 구출작전은 이 원칙이 살아 있음을 증명해 왔다.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진 군인은 임무 앞에서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막연한 정신론이 아니다. 조직행동 연구에 따르면 구성원이 조직으로부터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느낄 때 몰입도와 헌신도는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생사가 오가는 군대에서 이 차이는 곧 승패와 직결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제 질문의 화살을 우리에게 돌려 보자. 대한민국은 군인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우리는 군인을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존엄한 존재’로 대우하는가, 아니면 당연히 감내해야 할 ‘의무의 대상’으로만 보는가.
현실에서 군 복무는 여전히 인내만을 요구하는 ‘희생’의 언어로 설명되곤 한다. 예산과 효율의 논리에 밀려 군인의 명예가 뒷전이 될 때 군인은 국가와의 관계에서 ‘선택된 영웅’이 아니라 ‘동원된 소모품’으로 스스로를 인식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군인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는 위기의 순간 군인에게 최상의 헌신을 기대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군인을 대하는 방식이 곧 그 국가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군인을 무시하는 것은 그들의 헌신을 값싸게 여기는 오만이다. 반면 선진국은 군인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군인을 존중한다는 것은 단순히 봉급을 올리는 처우 개선을 넘어 국가가 개인의 생명을 대하는 철학을 선언하는 일이다. “당신은 소모품이 아니다”는 확신을 주는 것, 그것이 국가의 의무다.
미국의 사례가 보여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군인을 존중하면 군인은 국가를 위해 더 큰 책임을 진다. 존중받는 군인은 더 강하게 싸우고, 그런 군대를 가진 국가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를 지키는 이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있는가?” 그 질문의 답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진짜 수준을 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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