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첨단무기와 미래 전쟁

‘윙맨 1호, 우측방 경계하라’ 마음의 소리 듣고 따르는 드론

입력 2026. 04. 21   15:06
업데이트 2026. 04. 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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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무기와 미래전쟁
조종간을 놓은 파일럿…생각으로 드론을 조종하는 시대

뇌의 전기적 신호 해석하는 BCI 기술
상상하면 즉시 기계로 전달 ‘속도 혁신’
유인기 조종 동시에 다수 무인기 통제
미 국방부, 군집 드론 제어 헬멧 연구 중
조종사 집중력 저하·신호 왜곡 등 과제
시선 추적 기술 결합 정확도 향상 나서

2025년 1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게재된 한 편의 논문이 뇌신경과학계와 국방 분야 이목을 집중시켰다. 논문의 주인공은 ‘T5’라는 코드명으로 불리는 69세 남성이다. 그는 척수 손상으로 인해 목 아래가 마비돼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스탠퍼드대학과 미시간대학 등 연구팀이 그의 뇌에 이식한 두 개의 작은 칩은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가 가상 공간에서 드론을 조종하는 실험에 나선 것이다.

실험 과정은 매우 흥미로웠다. T5가 ‘왼손 엄지를 움직인다’고 상상하는 순간 화면 속의 가상 드론이 앞으로 전진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이어 ‘검지와 중지를 펴는 상상’을 하자 드론이 장애물을 피해 고도를 높였다. 물리적인 조이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뇌의 신호만으로 복잡한 3차원 공간을 비행한 것이다. 이는 인간의 뇌와 기계를 직접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이 보여주는 미래 전장의 단면이다.

BCI 기술의 기본 원리는 뇌가 내리는 전기적 신호를 해석(Decoding)하는 데 있다. 인간이 팔을 움직이려 하거나 특정 동작을 상상할 때 뇌의 운동 피질에서는 고유한 전기 신호가 발생한다. 척수 손상 환자의 경우 이 신호가 근육으로 전달되는 신경 경로가 단절됐을 뿐 뇌에서 생성되는 신호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연구팀은 T5의 뇌, 그중에서도 손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핸드 노브(Hand Knob)’ 영역에 칩을 이식했다. 96개의 미세 전극이 달린 이 칩은 신경세포의 발화를 포착한다. 그리고 인공지능(AI) 시스템은 이 신호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디지털 명령어로 변환한다. T5의 실험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방향을 전환하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손가락 움직임을 세 그룹으로 나눠 정밀한 매핑을 시도했다. 엄지는 전후좌우 이동, 검지와 중지는 상승과 하강, 약지와 소지는 회전을 담당하도록 설정했다. 그 결과 T5는 두피 밖에서 뇌파를 측정하는 기존의 비침습적 방식보다 약 6배 더 정교하게 드론을 제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뇌파가 단순한 신호 전달을 넘어 정밀한 조종간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군사 전문가들이 이 기술에 주목하는 주된 이유는 ‘속도’와 ‘직관성’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 공중전은 0.1초의 차이가 전황을 바꿀 수 있는 환경이다. 기존의 조종체계는 시각 인지에서 판단, 신경 전달, 근육 조작에 이르는 다단계 과정을 거치며 수백 밀리초(ms)의 반응 지연이 불가피하다. 반면 BCI는 뇌의 의도(Intention)가 발생하는 즉시 기계로 전달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이론적으로는 ‘생각의 속도’에 근접한 반응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또한 ‘멀티태스킹’ 능력의 확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래 전장의 핵심 개념인 ‘유·무인 복합체계(MUM-T)’ 환경에서 조종사는 자신의 기체를 조종하면서 동시에 다수의 무인 윙맨(Loyal Wingman)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유인기 조종에 양손과 양발이 이미 할당된 상황에서 BCI는 조종사에게 ‘제3의 손’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종사가 전방을 주시하며 ‘윙맨 1호, 우측방 경계’라는 의도를 품으면 AI가 뇌파를 읽어 명령을 하달하는 방식이다.

미래 전장에서 가상의 병사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활용해 생각만으로 드론을 운용하는 모습.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이미지를 구현했다.
미래 전장에서 가상의 병사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활용해 생각만으로 드론을 운용하는 모습.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이미지를 구현했다.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N3(Next-Generation Nonsurgical Neurotechnology)’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기술을 연구 중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수술 없이 헬멧을 착용하는 것만으로 뇌파를 이용해 군집(Swarm) 드론을 제어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침습식 대비 정밀도 격차를 AI 기반 신호 보정과 고밀도 센서 기술로 좁히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 과제다.

하지만 전장에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주된 난관 중 하나는 ‘신호의 잡음(Noise)’ 문제다. T5의 실험은 통제된 환경에서 뇌에 칩을 직접 이식했기에 비교적 깨끗한 신호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병사에게 뇌수술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헬멧 형태의 비침습적 장비는 두개골을 통과하며 약해진 신호를 읽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 과정에서 신호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병사가 이를 꽉 깨물거나 전장의 소음, 진동 등의 외부 자극에 반응할 때 발생하는 생체 신호가 뇌파와 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종사의 의도와 불필요한 잡음을 구별해내는 고도화된 필터링 기술이 요구된다. 또 다른 과제는 ‘인지 부하(Cognitive Load)’다. 기계를 움직이기 위해 특정 뇌파 상태를 유지하려 집중하다 보면 뇌의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다.

장시간 작전에서 조종사의 집중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현재의 기술 개발 흐름은 BCI가 조종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린다. 긴급 상황에서의 회피 기동이나 복잡한 메뉴 조작을 단순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최근에는 시선 추적(Eye-tracking) 기술과 결합해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 분야에서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나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적인 수준의 반도체 기술과 AI 신호 처리 역량은 BCI 장비의 소형화와 정밀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이다. KA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국내 연구기관에서 뇌파 기반 로봇 제어 원천 기술 연구가 진행 중이며, 이를 국방 분야로 확장하기 위한 연구 연계가 과제로 남아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형 전투기와 연동되는 무인 편대기 운용에 BCI 기술이 접목되는 시나리오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한 병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 군에 한 명의 운용자가 다수의 무인체계를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기술은 실질적인 전력 배수 수단이 될 수 있다.

무기체계의 발전사는 인간의 통제 능력을 확장하는 과정이었다. 도구와 기계를 거쳐 이제는 ‘뇌’라는 영역이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인간의 의지와 기계의 실행력이 뇌파라는 신호로 연결되는 것, 그것이 미래 조종사가 갖추게 될 새로운 능력일지 모른다.

다음 회에서는 잠들지 않는 궤도의 눈, 우주 드론이 바꾸는 정찰의 패러다임에 대해 알아본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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