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에서 태어난 나는 1994년 해군에 입대했다. 해군교육사령부 기초군사교육단에서 교육을 수료하고 임관한 이후 상륙함 운봉함에서 첫 함정 근무를 했다.
당시 부사관들은 대부분 영내에서 생활하며 여름에는 뜨겁게 달궈진 갑판에서, 겨울에는 혹한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임무를 수행했다. 힘든 환경이었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하루하루를 버텨 나갔다.
1년 뒤 구축함 전주함으로 옮겨 두 번째 함정 근무를 시작했다. 그 시기 국방부에서 지원한 ‘진중문고’ 한 권을 접하게 됐고, 그 안에 담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연이 깊은 울림을 줬다. 특히 작은 나눔이 누군가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내용은 군인으로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했다.
그 계기로 시작한 기부가 어느덧 30년이 됐다. 후원 대상은 조부모와 생활하는 아동,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동 등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었다. 기부는 조용히 이어졌지만, 어느 날 후원 대상 아이로부터 받은 감사편지는 나눔의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희망을 품게 됐고, 장차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내용은 군 복무기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다.
기부를 계속하겠다는 다짐은 가족과 함께했다. 대학에 재학 중인 딸은 기부 30주년 기념패를 보고 스스로 기부에 동참하겠다고 했고,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후배 역시 나눔에 참여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개인의 작은 실천이 가족과 동료로 확산하는 과정을 보면서 나눔이 조직문화 속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느꼈다.
군인의 본분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다. 국민이 보내 준 신뢰와 사랑에 비할 순 없겠지만, 그 마음을 사회로 되돌려드리는 방법의 하나가 꾸준한 기부라고 생각한다. 군 생활을 마무리하는 날까지, 군복을 벗은 이후에도 나눔은 나의 삶과 함께 계속될 것이다. 군인으로서 사명이자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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