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개되고 있는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은 현대 국제질서가 어떤 방향으로 이동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다. 전통적으로 국가 간 군사작전은 외교(Diplomatic)·정보(Informational)·군사(Military)·경제(Economic)를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이른바 DIME 전략 틀 속에서 추진돼 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군사행동은 DIME 전략의 원조 국가인 미국이 외교·정보·경제 수단과의 충분한 통합적 조율보다 군사적 압박을 우선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이는 단순한 작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질서의 작동방식 자체가 규범 중심 구조에서 힘 중심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상징적 신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국제사회는 이제 절차보다 속도, 합의보다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외교적 측면에서도 변화는 분명하다. 1991년 걸프전처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중심의 집단적 정당성을 확보한 뒤 군사행동을 전개했던 방식과 달리 이번 작전은 전략적 기동성과 대응 속도를 우선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향후 국제사회에서 ‘선(先)조치 후(後)정당화’ 방식의 군사행동이 하나의 새로운 작전 패턴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군사적 측면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전력 구조의 비대칭성이 충돌의 핵심 특징으로 나타난다. 미국은 항모전단과 전략폭격기,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과 글로벌 정보·감시·정찰(ISR) 체계를 기반으로 제한적 압박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기뢰전, 연안 대함미사일, 무인기와 탄도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을 활용한 거부 전략으로 대응 중이다. 특히 호르무즈해협과 같은 협수로 환경에서는 이러한 비대칭 전력이 전략적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다. 이는 현대 해양분쟁에서 원거리 정밀타격 전력과 연안 기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 간 충돌이 하나의 새로운 전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드러낸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에너지와 금융을 결합한 통합 경제안보 압박 전략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의 긴장상황 속에서도 미국은 전략비축유와 금융제재를 병행하며 에너지와 달러 결제망을 전략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군사력뿐 아니라 에너지와 금융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통합 압박 전략이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국제사회가 더 이상 안정된 규범 중심 질서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이런 환경에서 대한민국은 보다 구조적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에너지 수송로 보호를 위한 전략외교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군 정찰위성과 해양감시체계를 포함한 국가 전략 정보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원해 해상교통로 보호 능력과 잠수함 중심의 지속적 해양통제 능력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핵추진잠수함과 같은 상시 억제자산 확보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전략비축유 확대와 에너지 수입처 다변화, 핵심 산업 공급망 안정성 확보 역시 국가 차원의 경제안보 전략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안보는 선언이 아니라 능력이며, 동맹은 전제가 아니라 전략적 수단이다.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생존의 길은 냉정한 준비와 장기적 전략으로만 만들어질 수 있다. 지금 세계는 각자도생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역시 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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