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내 이름은 어디까지 팔 수 있을까 -조 말론 사건과 ‘성명권’

입력 2026. 04. 20   16:48
업데이트 2026. 04. 20   16:51
0 댓글

최근 영국에서 흥미로운 소송이 제기됐다. 향수 브랜드 창업자 ‘조 말론’이 자신이 만든 브랜드 ‘조 말론 런던’을 인수한 글로벌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로부터 ‘이름 무단 사용’ 소송을 당한 것이다. 조 말론은 1999년 향수 브랜드와 함께 ‘조 말론’이라는 이름 사용권을 에스티로더에 매각했다. 이후 2006년 회사를 떠났고, 경업 금지기간이 끝난 뒤 2011년 새로운 향수 브랜드 ‘조 러브스’를 설립했다. 문제는 최근 자라와 협업한 향수 제품에 “조 러브스 설립자 조 말론이 만든 제품”이라는 문구를 쓰면서 시작됐다.

이와 관련해 에스티로더는 “조 말론이란 이름은 이미 자사 브랜드 자산이며, 이를 사용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자 상표권 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브랜드 분쟁을 넘어 “자기 이름도 팔 수 있는가” “이름을 팔면 평생 못 쓰는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먼저 상표권 침해 여부를 보자. 상표권 침해가 되려면 단순히 이름을 썼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상품 출처를 표시하는 ‘상표적 사용’이어야 한다. 그런데 ‘조 말론’은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진 향수 브랜드이고, 동일한 향수 제품 포장에 사용됐다. 소비자 입장에선 기존 브랜드와 관련 있다고 오인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에서 상표권 침해로 판단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다음으로, 계약 위반 여부는 계약의 세부 내용에 달려 있다. 조 말론은 브랜드뿐 아니라 자신의 이름 사용권까지 에스티로더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뷰에서도 “이름의 권리를 넘긴 게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밝힌 바 있다. 계약서에 이름 사용 제한조항이 있었다면 조 말론이라는 이름을 쓴 행위가 계약 위반으로 평가될 가능성도 있다.

조 말론이 자신의 이름을 평생 대외적으로 쓰지 않겠다는 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를 지켜야 할까. 여기서 이해해야 할 개념이 성명권과 퍼블리시티권이다. 성명권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할 권리이자 타인이 무단으로 쓰지 못하도록 할 권리를 말한다. 헌법상 인격권의 하나로 인정되는 권리다. 하지만 이름은 인격적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유명인의 이름은 경제적 가치도 가진다. 이를 퍼블리시티권이라고 한다.

우리 법원은 이름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유명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의 이름을 허락 없이 광고에 사용하거나 계약 범위를 넘어 쓴 경우 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왔다. 이름 자체가 고객을 끌어들이는 경제적 가치, 즉 ‘브랜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 이름도 계약으로 완전히 쓰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인격권은 완전히 양도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권리로 본다. 조 말론이 이름 사용권을 매각했다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 자체까지 금지하긴 어렵다. 예컨대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것까지 제한하기는 힘들다.

다만 상업적 사용은 별개다. 이름을 단순히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상품 판매나 광고에 활용하는 경우 이미 양도된 재산적 권리와 충돌할 수 있다. 결국 어디까지가 인격권 행사이고 어디부터가 상표 사용인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조 말론 사건은 브랜드 시대에 개인의 이름까지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동시에 이름은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개인의 인격과 연결된 권리라는 점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내 이름도 팔 수는 있지만 완전히 판매할 순 없다. 이름은 브랜드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