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가 끊기는 순간 기동은 멈추고 준비된 작전은 무너진다. 이는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닌 현재 중동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보급망 차질이 보여 주는 엄중한 경고이자 현실이다.
최근 발발한 이란·이스라엘 분쟁과 이에 따른 미국의 개입은 현대전의 새로운 양상을 시사한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봉쇄를 전략적 압박카드로 들었으며, 교전 당사국들은 상대방의 정유시설과 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를 정밀타격 1순위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쟁의 승패가 화력 대결을 넘어 아군의 에너지 공급망을 얼마나 수호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전쟁 당사국뿐만 아니라 주변국도 이 충격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국가는 범정부 차원에서 에너지 위기에 맞서 총체적 대응을 강구 중이다.
우리 군은 어떠한가? 원유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항공기가 이륙할 수 없고, 전차는 궤도를 멈추며, 함정은 출항하지 못한다. 국제적인 에너지 위기가 군사작전의 치명적인 한계로 직결되는 연쇄구조가 현실로 닥칠 수 있다. 우리 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첫째, 변화하는 전투체계 발전을 면밀하게 반영해 평시 및 전시 유류 소모율을 지속적으로 데이터화하고 산출해야 한다. 부대별 작전 템포와 지형적 특성, 장비 가동률을 고려한 과학적 유류 소모 모델을 구축해 실제 작전 시 발생할 오차도 최소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군용 유류 비축 기준을 주기적으로 재설정하고 에너지 공급망 위기 시나리오별 세부 대응계획을 현장 중심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둘째, 군시설 및 주요 기지에 에너지 위기 상황 시 즉각 활용 가능한 대체 에너지원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혁신적으로 낮추는 자체 분산형 에너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유류 보급로가 차단된 고립 상황에서도 작전 지휘소나 주요 무기체계가 멈추지 않도록 태양광, 지열, 수소연료전지 등 자립형 에너지 거점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범정부 차원의 에너지 협력체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석탄발전소 가동 상한제를 폐지하고 원전 이용률을 높여 에너지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 중이다.
하지만 군이 자체적으로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확보하는 데는 현실적 한계가 있어 전시 상황에서 민간의 에너지 자원을 군사작전으로 신속히 전환하고 통합관리할 유기적인 민·관·군 에너지 협력체계 구축이 필수다.
전장에서 연료가 바닥나는 것은 우리 군의 손발이 묶이는 것과 다름없는 심각한 문제다. 에너지 안보 확립은 미래의 과제가 아닌 지금 당장 우리 군이 완수해야 할 지상과제이자 필수적인 작전 요구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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