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양 K-pop 스타를 만나다

요괴로 변한 소녀들, 변화무쌍 K팝 세계관

입력 2026. 04. 20   16:28
업데이트 2026. 04. 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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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스타를 만나다
멤버 전원이 일본인… K팝 걸그룹 ‘코스모시’ 

걸그룹 코스모시의 미니앨범 ‘사일런스~보디 & 소울~’ 콘셉트 포토. 사진=NTT 도코모스튜디오 & 라이브
걸그룹 코스모시의 미니앨범 ‘사일런스~보디 & 소울~’ 콘셉트 포토. 사진=NTT 도코모스튜디오 & 라이브

 

 

걸그룹 코스모시의 미니앨범 ‘사일런스~보디 & 소울~’ 콘셉트 포토. 사진=NTT 도코모스튜디오 & 라이브
걸그룹 코스모시의 미니앨범 ‘사일런스~보디 & 소울~’ 콘셉트 포토. 사진=NTT 도코모스튜디오 & 라이브

 

 

걸그룹 코스모시의 미니앨범 ‘사일런스~보디 & 소울~’ 콘셉트 포토. 사진=NTT 도코모스튜디오 & 라이브
걸그룹 코스모시의 미니앨범 ‘사일런스~보디 & 소울~’ 콘셉트 포토. 사진=NTT 도코모스튜디오 & 라이브

 

 

걸그룹 코스모시의 미니앨범 ‘사일런스~보디 & 소울~’ 콘셉트 포토. 사진=NTT 도코모스튜디오 & 라이브
걸그룹 코스모시의 미니앨범 ‘사일런스~보디 & 소울~’ 콘셉트 포토. 사진=NTT 도코모스튜디오 & 라이브


일본인으로 구성, 한국에서 트레이닝
신곡 가사 한국어·일본어·영어 결합
세련된 감각의 일본 Y2K 향수 소환
본토 음악이라는 오리지널리티 확보
실패의 서사 결합…새로운 K팝 창조

“자극적인 이 노래에~ 朝まで(아침까지)~ Falling for you was my only mistake(너에게 빠진 게 가장 큰 실수였어).”

4인조 걸그룹 코스모시의 활동곡 ‘사일런스~보디 & 소울~(Silence~body & soul~)’의 후렴 노랫말이다.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잘게 쪼개진 노랫말은 읽어만 봤을 때는 당혹스럽다. “K팝 노래 가사를 보는 외국인들이 이런 마음인 걸까”라는 온라인상 반응에 공감이 간다. 찬찬히 뜯어보면 감상이 달라진다. 기획사는 해당 언어의 교차를 ‘침묵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터져 나오는 감정의 파편들을 언어의 전환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자부한다. 음악을 들어보면 설명에 이해가 간다.

동이 트기 전 가장 어스름한 새벽, 하우스 비트 위에서 몽환적인 R&B 스타일의 가창을 펼치는 소녀들이 쾌락으로 분주한 도시의 소음을 등지고 지친 몸과 마음을 애써 끌고 나온다. 뮤직비디오는 흥미를 확신으로 바꾼다. 빛을 이용해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모종의 장치를 광고하던 소녀들이 어느 날 요괴로 변해 버려 자신을 파괴하고 침묵해야만 하는 상황에 괴로워하는 모습이 감각적으로 그려진다. 구원은 어디에 있을까. 그들은 스스로 답을 찾는다. “이 세계에서 음악만이 숨이 된다. 가장 큰 소리 속에서만 마음은 살아 있을 수 있다. 그 이름은 코스모시. 침묵의 안쪽에서 아직 목소리를 잃지 않은 존재.”

K팝의 조립시스템은 크나큰 발전을 이뤘다. 이제는 문학이나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매력적인 서사로 지식재산권(IP)을 개발하고, 정교한 코드로 콘셉트를 만들어 그에 부합하는 준비된 연습생을 결합한다. 오늘날 유행의 최전선에 등장하는 음악만 24시간 찾아 듣는 A&R(Artist & Repertoire)들이 전 세계를 돌며 내로라하는 프로듀서·작곡가를 섭외해 가져온 싱싱한 음악은 변화무쌍한 장르를 선보인다. 안무와 스테이지 연출은 사실상 기예에 가깝다.

문제는 조합이다. 최고급의 신선한 재료로 가장 인기 있는 요리를 만드는데, 그 결과물은 ‘두쫀버터봄동우베비빔밥’ 같다. 콘셉트 포토는 콘셉트 포토대로, 트레일러 필름은 트레일러 필름대로, 노래는 노래대로, 춤은 춤대로. 어떤 부분은 대단히 뛰어났지만, 어떤 곳에선 지향하는 바와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 언젠가부터 K팝을 구성하는 각 요소가 필요조건이 아닌 충분조건처럼 기능하고 있다. K팝의 세계관에 대한 피로와 좀 더 쉬운 음악을 바라는 요구는 K팝 팬들이 그저 과거에 머무르고 싶어서만은 아니다. ‘덕질’에 납득이 가는 유기적인 호흡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코스모시는 지금까지 올해 등장한 K팝 가운데 그 요구에 가장 정확히 부합하는 걸그룹이다. 데뷔 이전부터 일종의 메타픽션을 의도하며 등장한 그룹이다. 이 팀은 전 세계에서 5000만 부가 팔린 만화가 실사영화로 각색됐고 그 영화의 주연으로 카미온, 히메샤, 디하나, 에이메이라는 4명의 여고생이 캐스팅돼 아이돌로 데뷔했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영화 줄거리는 아이돌로 데뷔하는 과정에서 소녀들이 우주를 구하는 운명을 자각하게 된다는 내용이라는데, 당연히 그런 만화와 영화는 없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작품과 영화화 이벤트를 기획해 만들어 낸 걸그룹이다. 이렇게 모인 아이들이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의 오감(五感)을 상징하는 노래로 새 세계의 문을 여는 장면을 소개한 작품이 바로 데뷔 EP ‘디 엔드(The A(e)nd)’였다.

백발의 엘프, 교복 입은 미소녀로 분했던 이 시기의 코스모시는 K팝의 어려움을 그대로 체감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소재와 설정을 뒷받침하기에 기성의 K팝 음악 제작 전략은 알맞지 않았다. 답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었다. 사랑을 수치와 법칙으로 통제하려다가 실패한 장치들을 소재로 한 두 번째 EP ‘~오브 더 월드~(~of the world~)’의 코스모시는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되짚으며 자신을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존재, 오류로 정의하고자 한다.

이들은 일본 최대 통신사 NTT 도코모가 제작을 맡고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가 유통을 담당하며, 블랙핑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시티와 YGX 출신의 댄서 무드독이 콘텐츠에 참여한 하이브리드그룹이다.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된 멤버들은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일본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력이 있거나 댄서·모델 출신이다. 한국에서의 트레이닝을 거쳐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노래하며 고난도의 퍼포먼스와 난해한 설정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다졌다.

그래서 ‘~오브 더 월드~’는 어떤 음악으로 우리를 설득하는가. 해답은 Y2K다. 1990년대 일본에서 등장한 우타다 히카루와 미샤, 크리스탈 케이, 아무로 나미에 등 일본어에 특화된 R&B를 노래한 여성 아티스트들과 엠플로 등 힙합그룹이 선보였던 과거 도시의 세련된 감각이 코스모시의 음악에 녹아 있다. 섬세한 R&B 곡 ‘찬스~스위치 온~(Chance~switch on~)’에서 우타다 히카루를, ‘파라다이스~아이 니드 유~(Paradise~I need you~)’에서 엠플로를 떠올리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저지클럽 스타일의 비트에 재즈 플루트 리프를 더한 ‘페이션스(Patience)~오직 너와~’의 ‘과거형 미래주의적 감각’까지 힘을 보탠다. 2000년대 일본 풍경을 토대로 Y2K를 복원하고자 했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실험적인 팝 음악을 들려주는 핑크팬서리스, 한국에선 뉴진스가 이런 노력을 보여 준 사례가 있다.

코스모시는 다르다. 같은 Y2K라도 본토 음악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한다. 여기에 ‘오류가 되기를 택한 소녀들’의 서사가 결합하면서 그룹은 어떤 K팝그룹도 도달하지 못한 신세계를 향해 나아간다. 한 번도 도착한 적이 없는 2000년대의 미래에서 코스모시는 여러 장치의 문제로 인해 이성적 법칙으로 사랑을 통제하는 데 실패한다. 그 실패의 이야기가 굉장히 새로운 K팝을 만든다. 미지의 공간에서 외계인이 만든 K팝의 정수를 듣는다.

필자 김도헌은 대중음악평론가다. 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와 편집장을 역임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이다. 음악채널 제너레이트(ZENERATE)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운영 중이다.
필자 김도헌은 대중음악평론가다. 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와 편집장을 역임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이다. 음악채널 제너레이트(ZENERATE)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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