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경제이슈
비만치료제 전쟁, 주사에서 ‘알약’으로
2024년 22조 원 시장, 10년 뒤 10배 커질 듯
위고비 제약사 노보노디스크 ‘경구용’ 내놓자
美 FDA, 일라이릴리 파운다요 최단기간 승인
보험 적용 시 월 3만4000원 수준까지 낮아져
접근 가능한 가격, 공공의료 편입 가능성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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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사 맞잖아요.”
최근 ‘살과의 전쟁’을 치르는 이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불과 몇 달 새 몰라보게 체중이 줄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립니다. 한때 다이어트는 여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중장년 남성 사이에서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습니다. 자신의 외모, 건강 관리에 관심이 높은 2030세대 남성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들이 언급하는 주사는 다름 아닌 위고비, 마운자로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내놓은 비만 치료제입니다.
비만 치료제는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내면서 동시에 건강 관리와 체형 개선을 원하는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릅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150억 달러(약 22조1145억 원)를 기록했으며, 2035년 1500억 달러(약 221조145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그런데 최근 이 시장의 판이 바뀌고 있습니다. 주사로 시작된 비만 치료 경쟁이 ‘먹는 약’으로 옮겨가며 훨씬 더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글로벌 ‘빅파마’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변화를 주도하고 있지요.
위고비로 유명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를 내놓자마자 미국 제약사인 일라이릴리는 즉각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추격의 고삐를 바짝 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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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일라이릴리의 경구용 비만치료제 ‘파운다요(오포글리프론)’를 승인했습니다. FDA가 새로 승인한 파운다요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알약입니다.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면서 체중 관련 질환을 한 가지 이상 앓는 성인에게 처방이 가능합니다.
이때 주목할 부분은 승인 속도인데요. 파운다요는 서류 제출 50일 만에 FDA로부터 허가를 받아 2002년 이후 신물질신약 가운데 가장 빠른 승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만큼 먹는 비만 치료제에 대한 시장의 높은 기대와 정책적 수요가 맞물려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경구용 비만 치료제는 단순히 ‘먹기 편한 약’만은 아닙니다. 비만 치료제 시장 구조를 바꾸는 세 가지 변화를 동시에 만들어 내고 있어 더욱 주목받습니다.
첫 번째는 가격 측면입니다. 일라이릴리는 파운다요 최저 용량 한 달 치를 자비 부담 기준 149달러(약 20만 원·하루 약 5달러)로 책정했습니다. 커피 한 잔 값으로 비만약을 해결할 수 있는 셈입니다.
상업 보험 적용 시 월 25달러(약 3만4000원)로 낮아져 노보노디스크의 경구용 위고비와 같은 수준이 됩니다. 고가의 주사제 중심 시장 구조를 흔들 수 있는 대안이죠. 비만 치료가 일부 계층의 선택이 아닌, 보다 넓은 대중의 선택으로 이동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는 모습입니다.
두 번째는 유통과 공급 측면에서의 변화입니다. 주사제는 냉장 유통이 필수입니다. 반면 경구제는 상대적으로 유통 제약이 적습니다. 이는 비만 치료제의 공급 확대 속도를 높이는 한편 글로벌 확산을 가속화해 시장 규모 자체를 얼마든지 키울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환자의 행동 변화입니다. 주사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사라지면서 복약 순응도가 높아지고, 이는 곧 시장 확대와 직결될 수 있습니다. 특히 복용 편의성이 좋아지고 있는 점은 비만 치료제 시장 확대에 힘을 실어줍니다. 이처럼 먹는 비만 치료제는 가격과 공급, 수요를 동시에 흔드는 ‘게임 체인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만 치료제의 파급력은 의료 정책 영역으로까지 미칩니다. 이미 일부 국가는 비만을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니라 ‘질병’으로 재정의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는 비만을 만성적·진행적 재발성 질환으로 법적으로 규정했는데, 이는 세계 최초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지난해 12월 성인의 장기 비만 치료에 GLP-1 작용제 사용을 권고하는 첫 번째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요. 그만큼 비만 치료를 글로벌 보건 정책에 공식화하는 중요한 진전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비만 치료제가 보다 저렴하고 접근 가능해질수록 보험 급여 적용 논의 역시 본격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비만 치료제를 ‘비급여 시장’에서 ‘공공 의료 체계’로 편입시키는 변곡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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