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날아온 미국·이란의 종전협상 결렬 소식은 우리에게 무거운 전략적 화두를 던진다. 2주간의 긴박한 휴전 중 마주한 이 결렬의 현장은 첨단 해·공군력 위주의 ‘비대면(Non-contact) 전쟁’이 가진 한계를 보여 준다. 미군은 압도적인 해·공군력과 미사일로 군사적 우위를 점했으나 정작 협상 테이블에서 이란의 ‘핵 개발 포기’라는 정치적 목적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이는 군사적 수단과 정치적 목적 사이의 간극을 메울 ‘결정적 레버리지’가 부재해서다.
전쟁은 본질적으로 정치의 연장이다. 미군이 이란에 심대한 피해를 가했음에도 이란 지도부가 끝내 배수진을 친 이유는 실질적인 지상군 투입이 어려운 미국의 전략적 한계를 간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천명한 전쟁 목적이 수시로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또 이란의 인프라를 타격해 ‘석기시대’로 되돌리겠다고 겁박에 가까운 언사를 쏟아 내는 것은 지상군 투입 없는 현대전의 딜레마를 고스란히 투영한다.
세계적인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는 그의 저서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에서 지상군을 ‘국가 전력의 본질적 힘(The Primacy of Land Power)’으로 규정했다. 이는 이번 분쟁이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교훈이기도 하다. 이란이 미국의 압도적인 화력에도 건재할 수 있는 것은 지상군의 존재와 더불어 인접한 중동 국가들의 취약점을 교묘히 공략한 그들의 비대칭전략에 기인한다. 이란은 드론과 미사일을 지하 깊숙이 은닉하고 대리전을 통해 전장을 분산시킴으로써 미 해·공군력 중심의 정밀타격 효과를 무력화하고 있다. 이런 지능적 저항은 첨단 무기체계의 화려함이 결코 전쟁의 본질적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현대전은 각 군의 긴밀한 합동성이 승패를 가른다. 해·공군력이 적의 심장부에 타격을 가하고 무력화하며 적의 활동을 봉쇄하는 역할을 한다면 지상군은 그 성과를 ‘궁극적 승리’와 ‘항구적 평화’로 이끈다. 즉 적의 도발을 억제하고 상황을 최종적으로 종결짓는 지상군의 ‘결정적 거부 능력’과 ‘지면 점유 능력’은 대체 불가능한 국가적 레버리지다. 이러한 지상군의 독자적 역할이 제대로 갖춰질 때 비로소 협상 테이블에서 적의 침공의지를 꺾고 실질적인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
이제 그 시선을 한반도로 돌려보자. 우리는 지금 인구절벽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파고 속에서 병력 감소를 우려한다. 인구 감소에 대응한 국방 구조의 최적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것이 전쟁의 종결자이자 국가 생존의 핵심인 지상군의 본질적 기능을 약화하는 방향으로 흘러선 안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강력한 지상군이 건재하는 한 그 누구도 우리 땅을 함부로 넘볼 수 없다. 지상군은 단순히 영토의 일부를 지키는 존재가 아니라 국가 주권을 수호하고 국가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다.
전쟁의 시작은 하늘과 바다에서 화려하게 열릴 수 있으나 평화의 마침표는 결국 땅 위에서 찍힌다. 군 구조 개혁의 진정한 지향점은 첨단 기술과 지상군의 유기적 결합으로 적이 한 치의 땅도 넘보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억제력을 유지하는 데 있다. 이것이 미군의 지상군이 단 한 명도 투입되지 않은 미국과 이란 전쟁의 한복판에서 ‘Boots On the Ground(지상군)’의 소중함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