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업 중 생도들에게 “군인이 가져야 할 덕목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종종 던진다. 생도들은 흔히 용기와 희생, 충성과 책임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이 질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곧바로 다른 질문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 덕목이 과연 누구를 향해 있어야 하는가다.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는 군인의 덕목으로 군사적 능력을 논하면서도, 그 핵심을 사람과 공동체의 문제로 되돌려 놓는다.
소크라테스의 제자 크세노폰이 스승의 사후에 기록한 『소크라테스의 회상』에는 소크라테스가 지휘관이 되려는 이들과 나눈 대화가 등장한다. 소크라테스는 군사 지휘를 단순한 기술이나 지식 문제가 아니라 덕의 문제로 이야기한다.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덕은 혼자 탁월해지는 능력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타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힘이다. 따라서 훌륭한 지휘관이란 개인의 능력이나 명성으로 평가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고 그들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는 함께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라는 말로도 이해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중무장 보병으로 복무하며 실제 전투를 경험했다. 당시 그리스 보병은 팔랑크스라는 집단 전투 대형을 전술로써 활용했다. 이 대형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 방패는 ‘아스피스’라 불렸다. 이 방패는 한 손으로만 드는 구조가 아니라 가운데 있는 가죽끈으로 팔목을 고정하고 가장자리의 손잡이를 쥐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오른쪽에서 공격이 들어오면 방패만 살짝 돌려 막을 수 없고 몸을 완전히 돌려야만 해서 불편했는데, 이는 팔랑크스의 밀집대형을 유지하기 위한 설계였다.
아스피스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가 아니라 내 왼쪽에 서 있는 전우를 보호하기 위한 방패였다. 내가 두려움에 못 이겨 방패를 내 쪽으로 돌리는 순간 대형은 무너지고 옆의 전우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고대 그리스 보병에게 방패는 기술이 아니라 윤리의 문제였다. 전투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내 옆 사람을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결심과 신뢰라고 봤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군인이 가져야 할 덕목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답은 분명하다. 그것은 함께 있는 사람을 무너지지 않게 하는 힘이며, 내가 그 자리에 있음으로써 전우가 조금 더 안전해질 수 있는 것이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방패를 들 것인가, 아니면 내 옆의 사람을 지키기 위해 방패를 들 것인가. 그 답 속에 군인이 가져야 할 덕목과 군인으로서의 진정한 행복이 함께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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