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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생활 전문상담관 기능과 역할

입력 2026. 04. 10   16:45
업데이트 2026. 04. 1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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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권 연세대 상담코칭학 교수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유영권 연세대 상담코칭학 교수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다양한 현장서 상담·심리 교육
단순 위로 넘어 삶에 긍정 영향
생명·군 조직 지키는 필수 투자
전문상담관 확충·지원 늘려야

국방부는 2005년부터 ‘병영생활 전문상담관’ 제도를 도입해 장병들의 군 복무 부적응을 해소하고 자살 등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2009년엔 ‘병영생활 전문상담관 운영에 관한 훈령’을 제정했고, 육군22보병사단 총기 사고(임 병장 사건) 이후 상담관을 대폭 증원해 현재 약 660명의 상담관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일선 부대뿐만 아니라 훈련소 등 다양한 현장에서 심리 검사와 개인 및 집단상담, 심리 교육 프로그램 운영, 지휘관 자문 등을 수행하며 장병의 마음 건강을 지키고 있다. 관심병사(도움·배려 병사) 관리를 넘어 양성평등, 군 성폭력 피해 상담, 초급간부의 직무 스트레스 상담까지 담당하고 있다.

상담관의 역할은 단순 상담에 그치지 않는다. 위기나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현장에 투입돼 장병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관련 부서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한다. 이런 노력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군 조직 전체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초급간부들의 정신건강이 위태로운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한 장교는 임관 이후 자신과 관련한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고 업무도 과중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군 수사기관의 조사와 업무 부담에 동료들이 걱정할 만큼 살이 빠지고 얼굴이 어두워졌지만, 누구에게도 마음의 고통을 털어놓지 못했다. ‘군인이 약하다’는 인상을 주기 싫었다.

그런데 상담관을 만나며 전환점을 맞았다. “요즘 힘든 일은 없나요”라는 단순한 질문 한마디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동안 쌓였던 마음의 부담을 털어놨고 상담을 통해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상담관을 주기적으로 찾으며 심적 안정을 되찾았고, 결국 수사 문제를 원만히 털어내며 업무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 소령 진급의 성과까지 얻었다. 이는 군내 상담이 단순한 위로를 넘어 개인의 삶과 경력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상담관의 역할에서 주목할 점은 상담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첫 상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심적 상황을 확인하고 내담자와 관계를 유지한다. 한 상담관은 180여 명을 상담했는데 그중 100명과 꾸준히 연락하며 심적 지지망을 형성했다고 한다. 그러자 대다수가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 내가 터놓을 상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힘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극단적 선택 예방에 ‘지속적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군이라는 폐쇄적 조직의 특성상 누군가 어려움을 들어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극단으로 치닫는 마음속 증기를 빼낼 수(환기)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개인이 스스로 회복하고 성장할 계기가 된다. 이는 상담관의 역할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담은 정답을 제시하는 과정이 아니라 내담자가 자신의 내면에 있는 힘을 발견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상담관은 장병들 마음에 공감하고 이들의 생각을 지지하는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편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군에서 상담을 받으면 ‘무슨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것이란 우려나 진급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것이다. 일반 사회보다 군 조직은 이런 오해가 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심적 압박 등을 방치하고 강한 척하다 자신도 모르게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무기를 다루는 군 특성상 마음의 병을 그냥 두는 것은 위험하다. 군 상담은 조직의 건강을 높이는 중요한 과정일 수밖에 없다.

군 전력이 강해지는 데 첨단무기가 전부는 아니다. 무기를 다루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면 첨단무기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상담관은 군의 정신적인 전력을 지탱하는 핵심 인력인 것이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전선에서 장병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용기를 준다. 한 통의 전화, 한 번의 상담, 한 줄의 안부 메시지가 한 장병의 생명을 구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극단적 선택 예방은 명령과 제도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군 특유의 분위기는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우려도 있다. 이럴 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버텨주는 역할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생긴다. 상담관이 그 역할을 하는 존재다. 병영생활 전문상담관 제도는 더 확대되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장병들의 귀중한 생명과 군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필수 투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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