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경제이슈
상장형 공모펀드 BDC가 뭐길래…
K엔비디아 ‘리벨리온’ 등 유망 비상장기업
BDC 지분 매수 통해 개인에 투자 길 ‘활짝’
주식이나 ETF처럼 실시간으로 매매 가능
최소 모집가액 300억 원, 펀드 소형화 방지
운용사도 일정 비율 투자해 책임경영 유도
벤처기업 중심 변동성·불확실성 숙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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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토스’ ‘두나무’ ‘리벨리온’ 같은 이름은 누구에게나 익숙합니다. 일상의 결제, 자산 관리, 심지어 인공지능(AI) 반도체 뉴스에서까지 자주 들리는 브랜드죠. 막상 주식 시장에서는 이들을 찾아볼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모두 비상장기업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로선 아쉬운 일이죠. 우리 생활 속에서 혁신을 일으키는 기업들이 정작 국내 증시에는 보이지 않으니 그 성장을 함께할 수 없어서입니다. 그렇다고 선뜻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비상장기업 투자 시장은 오래전부터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곤 했습니다. 정보 접근성은 낮고, 투자금은 크며, 무엇보다 중간에 현금화할 방법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은 비상장 주식 투자는 ‘부자들의 장기투자 놀이터’로 좀 더 익숙하게 받아들여 왔습니다.
지난 3월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정부가 ‘기업성장펀드(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비상장기업 투자 시장이 일반투자자에게도 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BDC는 개인투자자가 주식 시장에서 비상장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공모펀드입니다. 쉽게 말해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공모펀드 중 상장까지 하는 구조인 셈입니다.
미국에선 이미 1980년대부터 널리 시행돼 벤처기업 성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는데, 이번에 한국형 모델이 시장에 도입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1호 공약’ 중 하나죠. 우리가 벤치마킹한 미국 시장을 보면 BDC 상품 수익률이 연 7~12% 수준의 배당수익을 목표로 하는데, 고수익 채권이나 전통적인 리츠보다 높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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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투자대상 기업은 비상장 벤처·혁신기업, 벤처조합, 코넥스·코스닥 상장사 등으로 펀드 자산 총액의 60% 이상이 여기에 투자돼야 합니다. ‘토스’ ‘두나무’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리벨리온’이 대표적이죠. 비상장 주식 투자와 다른 것은 공모라는 점인데요. 일반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고, 거래소에서도 사고팔 수 있습니다. 국내에선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라는 도입 취지에 맞춰 유가증권 시장이 아닌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투자자가 ‘토스’ ‘리벨리온’ 같은 기업의 가치 상승을 믿고 있다면 이젠 직접 비상장 주식을 구매하지 않아도 됩니다. 해당 기업을 주요 투자대상 기업으로 편입한 BDC 지분을 매수함으로써 사실상 간접적으로 그 기업의 성장에 베팅할 수 있는 셈입니다.
환금성도 대폭 개선됐습니다. 기존 비상장 주식 투자는 돈을 장기간 묶어 둬야 하는 점이 가장 높은 진입장벽이었지만, BDC는 설정 후 90일 이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야 합니다. 투자자들이 별도의 중개사이트를 찾을 필요 없이 기존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실시간 펀드 지분을 사고팔 수 있게 된 셈이죠. 또 소액으로 간접 투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꼭 큰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유망한 비상장기업의 주주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존 펀드와 달리 증권 매입뿐만 아니라 ‘금전 대여(대출)’ 방식도 허용됩니다.
이 점이 젊은 투자층에도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 같은데요. 고성장산업에 관심이 큰 MZ세대에 ‘이젠 나도 유망 스타트업의 주주가 될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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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기업 투자의 위험성을 고려해 투자자 보호장치도 도입됐는데요. BDC는 최소 5년 이상의 만기를 설정해야 하며 최소 모집가액은 300억 원으로 제한해 펀드 소형화를 방지했습니다. 또한 운용사의 책임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모집가액의 일정 비율(600억 원 이하분 5%·초과분 1%)을 운용사가 직접 ‘시딩(Seeding) 투자’하도록 했습니다. 이 지분은 최소 5년에서 최대 10년까지 의무 보유해야 하는데요.
투자자 입장에서 이 제도는 일종의 ‘안심장치’입니다. ‘내 돈뿐만 아니라 운용사도 자기 돈을 걸었다’는 구조는 이해관계의 일치를 유도하기 때문인데요. 가치 평가의 투명성을 위해 분기별 공정가액 평가와 반기별 외부 평가도 의무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펀드 내 기업들의 가치가 ‘투명하게’ 산정되는지가 주기적으로 검증된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그전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국내 투자 시장에 관심이 있다면 최근 미국의 블루아울 환매제한 사태도 BDC에서 벌어진 게 아닌가 의아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이슈가 된 블루아울의 펀드(Capital Corp II)는 사모신용형으로, 미국형 BDC의 수익구조 핵심은 기업 대출입니다. 은행이 아니라 운용사들도 중소·중견기업에 직접 대출해 주고 여기서 나오는 이자로 배당을 주는 형식으로, 펀드 설명에도 순자산 가치의 일정 비율까지 환매가 가능하다는 제한적 유동성이 명시된 구조인데요.
반면 한국 BDC는 지분투자형이란 게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대출은 개별기업 투자 총액의 40%로 제한하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분기별 평가와 공시의무 등을 부여해 안정성을 강화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산업 자체가 미국에서 부정적인 건 아닙니다. BDC를 포함한 사모대출 시장은 지난 20여 년간 미국 성장산업의 중요한 자금 공급 역할을 해 왔습니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 속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때도 이 시장의 자금을 공급했고, 최근엔 AI 투자자금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관련 투자 등에 자금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그 역할이 커지고 있죠.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BDC 투자가 만능은 아니라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비상장·벤처 중심의 투자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데요. 벤처 자산의 경우 어떤 기준으로 자산 가치를 평가하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또 펀드 상장으로 환금성이 좋아졌다고 해도 그 안의 자산은 여전히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은 잘 숙지한 뒤 투자하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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