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퍼스트 무버’의 ‘베스트 파트너’가 되는 전략이 필요한 때

입력 2026. 04. 03   14:53
업데이트 2026. 04. 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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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현대 전장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첨단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 그리고 인공지능(AI) 기술만이 미래전 승패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환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분쟁의 최전선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우리가 간과했던 본질적인 진실을 일깨워준다. 아무리 뛰어난 AI의 두뇌를 가졌더라도 그것을 현실 세계에서 구현해 낼 압도적인 ‘물리적 실체(Physical)’의 뒷받침 없이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군조차 최근 이란과의 갈등 국면에서 포탄과 정밀 유도 무기 등 기본적인 물량 부족으로 고전을 겪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첨단 무기 체계를 갖췄으나 실전에서 소모되는 막대한 물량을 적시에 생산하고 보급할 수 있는 제조업의 기반이 흔들리면 초강대국조차 발목이 잡힌다.

이스라엘의 자랑인 최첨단 방공 시스템 ‘아이언 돔’의 사례는 더욱 뼈아프다. 요격 미사일 한 발당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이 방어 체계가 조악한 이란제 저가 드론의 ‘물량 공세’ 앞에서는 경제성과 효율성 면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다. AI 시대의 안보가 ‘피지컬 AI’ 역량에 달려 있다는 것은 이미 퍼스트 무버 미국이 AI 전쟁 1.0 시대를 열며 증명해냈다. 그러나 AI 시스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고품질의 하드웨어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한 치의 오차 없이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강력한 제조 역량이라는 것도 드러났다.

작년 10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의 이재용 회장, 현대차의 정의선 회장을 ‘깐부치킨’으로 초대해 러브샷을 하며 동맹을 맺은 일화를 떠올려 보자. AI 혁명의 지배자인 그가 왜 굳이 대한민국의 제조 기업들을 찾아와 베스트 파트너로 선언했을까? AI의 미래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현실 세계를 움직이는 ‘피지컬 AI’에 있음을 꿰뚫어 봤고, 그 물리적 실체를 가장 완벽하게 구현해 낼 압도적인 제조 역량이 대한민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깐부 결의’가 보여준 상징성은 현재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대한민국이 처한 위치와 정확히 일치한다. 미국을 비롯한 자유 진영의 동맹국은 지금 전장의 빈 곳을 채워줄, 빠르고 정확하며 가성비가 뛰어난 ‘제조업의 깐부’를 애타게 찾고 있다. KF-21, K9 자주포, 천궁 등 우리 무기 체계가 세계 시장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극한의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납기를 칼같이 맞추고, 합리적인 유지보수 비용과 압도적인 생산 능력을 갖춘 나라, 즉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피지컬 AI 시대의 하드웨어 제조를 감당할 역량을 갖춘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공연히 이제는 패스트 팔로어를 벗어나 퍼스트 무버의 시대로 가야 한다고 외치지만 구호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동맹국들이 가장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베스트 파트너가 되는 것은 우리의 강력한 제조업 인프라를 통해 충분히 현실로 만들 수 있다.

K방산이 동맹국의 진정한 베스트 파트너로 확고히 자리 잡기 위한 조건은 분명하다. K방산이 자랑하는 가성비와 극한의 제조 역량 위에 전장의 맥락을 읽고 스스로 판단하는 AI의 두뇌를 신속하게 이식해야 한다. 전장의 룰이 바뀌고 있는 지금, 무너진 글로벌 공급망을 대체하고 압도적인 생산력과 첨단 AI 기술을 융합해내는 자만이 다가오는 안보 위기 속에서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대한민국 수호의 방패막이, K방산의 퍼스트 무버를 향한 멈추지 않는 혁신과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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