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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늘어뜨린 봄… 재주도 좋다!

입력 2026. 04. 02   16:46
업데이트 2026. 04. 0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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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키는 대로, 닿는 대로
봄보다 먼저 피는 섬… 제주 봄꽃 명소

 

지금 이 순간 제주도는 절정이다. 3월 25일경 서귀포시에서 먼저 꽃망울을 터뜨린 왕벚나무들이 섬 전체로 퍼져 나가 4월 첫 주에는 온통 분홍 꽃비 속에 잠겨 든다. 노란 유채꽃은 한 발 앞서 들녘을 채우고 있다. 기나긴 겨울을 지나 이제야 비로소 두 꽃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봄의 절정과 정확히 마주친다. 왕벚나무 자생지를 품은 섬답게 제주의 벚꽃은 꽃잎이 크고 탐스럽다. 만개 후 일주일이면 꽃비로 흩날리기 시작하니 가능하면 서두르는 게 좋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유채꽃은 4월 중순까지 그 자태를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두 꽃의 황금 타이밍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지금이 가장 좋은 시절이라는 뜻이다. 서귀포시 남쪽 해안에서 제주시 도심까지 9곳의 명소를 따라 봄의 한복판으로 들어가 보자. 

 

 

예래생태공원에 만개한 벚꽃.
예래생태공원에 만개한 벚꽃.


예래생태공원>> 하천이 품은 꽃터널

서귀포시 중문 인근 대왕수천 변에 들어선 예래생태공원은 봄꽃여행의 출발점이다. 물줄기가 흐르는 하천 양쪽으로 유채꽃이 빼곡히 피어오르고 그 위로 벚꽃가지가 드리워 은밀한 꽃터널을 만들어 낸다. 수면에 비친 꽃그림자와 나란히 이어지는 산책로는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봄날의 풍경이다. 냇물 위 작은 다리에서 카메라를 들면 유채꽃과 벚꽃이 한 프레임에 담기는 그림 같은 한 컷이 완성된다.


웃물교 길 양옆으로 피어오른 벚꽃.
웃물교 길 양옆으로 피어오른 벚꽃.


웃물교>> 아는 이들만 찾는 봄날

복잡한 명소 대신 조용한 봄 산책을 원한다면 웃물교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다리 주변을 감싼 왕벚나무가 만개하면 제주의 맑은 하늘 아래 소박하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는 풍경이 펼쳐진다. 전농로나 녹산로보다 훨씬 한적해 사람에게 치이지 않고 봄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다.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이미 반쯤 성공이다.


녹산로의 벚꽃과 유채꽃.
녹산로의 벚꽃과 유채꽃.


녹산로>> 분홍과 노랑이 달리는 10㎞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이름을 올린 녹산로는 제주 봄꽃 드라이브의 대명사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일대 약 10㎞에 걸쳐 샛노란 유채꽃 물결 위로 분홍빛 벚꽃이 흐드러진다. 창문을 열고 봄바람을 맞으며 달리다 보면 절로 감탄사가 새어 나온다. 제주의 다른 벚꽃 명소에 비해 약간 고지대에 자리한 탓에 벚꽃 개화시기가 늦다. 서귀포시 남쪽에서 벚꽃의 절정기를 놓쳤다면 녹산로 방향으로 눈길을 돌려 보는 것을 추천한다. 4·5일에는 가시리 조랑말체험공원 일대에서 서귀포유채꽃축제가 열린다. 올해 처음 도입된 야간 개장(오후 5~8시) 때는 조명이 깔린 꽃밭을 거니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성읍민속마을에 핀 유채꽃.
성읍민속마을에 핀 유채꽃.


성읍민속마을>> 초가지붕과 노란 물결

현존하는 몇 안 되는 전통 읍성인 성읍민속마을은 제주 봄꽃여행에 색다른 깊이를 더한다. 조선시대 정의현성 성벽 안팎으로 유채꽃이 만개하고 이엉을 얹은 초가지붕 너머로 봄빛이 번지는 풍경은 어디에서도 쉽게 만나기 어려운 조합이다. 유채꽃의 노란빛과 현무암 돌담, 소박한 민가가 이루는 앙상블이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을을 한 바퀴 도는 데 넉넉잡아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정의현성 남문 외곽에서 성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보자. 한옥과 유채꽃이 담긴 고즈넉한 기념사진이 완성된다.


이승악에 조성된 벚꽃길.
이승악에 조성된 벚꽃길.


이승악 입구>> 오름 가는 길의 벚꽃

이승이오름(이승악) 진입로 2~3㎞ 구간은 봄마다 벚꽃터널로 변하는 숨은 명소다. 살쾡이를 닮았다고 이승이란 이름이 붙게 된 이 오름으로 향하는 길목은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더욱 즐겨 찾는 한적한 드라이브·산책로다. 진입로 중간지점에서 벚꽃과 한라산 능선, 초록 들판을 노니는 소 떼의 모습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오름 하단에는 완만하게 이어지는 생태 둘레길이 조성돼 있어 어린아이와 걷기에도 좋다.

단 정상 등반 코스는 가파르고 밧줄 구간이 있으니 체력과 준비상태를 고려해 코스를 선택할 것. 인파에 치이지 않고 차분하게 봄을 만끽하기에 제격인 코스다.


해비치CC 입구에 펼쳐진 벚꽃길.
해비치CC 입구에 펼쳐진 벚꽃길.


해비치CC 입구>> 중산간을 가르는 꽃길

서귀포시 표선면 중산간에 들어선 해비치CC 진입로는 봄이면 뜻밖의 절경을 선사한다. 방풍림과 벚나무가 나란히 서서 꽃잎을 날리고 중산간 특유의 굽이치는 도로 위로 꽃비가 쏟아진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 대신 서늘하고 맑은 중산간의 공기 속에서 봄을 온몸으로 흡수하는 느낌이 각별하다. 아직 입소문이 많이 나지 않아 한적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성읍민속마을과 녹산로를 잇는 동선 중간에 위치해 표선 일대 코스를 짤 때 자연스럽게 묶어 돌기에 좋다. 주차공간이나 인도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으므로 벚꽃 구경을 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함덕 서우봉에 만개한 유채꽃.
함덕 서우봉에 만개한 유채꽃.


함덕 서우봉>> 바다와 유채꽃의 협연

서귀포시와 표선면 일대의 꽃밭을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 발걸음을 북쪽 해안으로 돌릴 차례다. 제주시 북쪽 조천읍의 서우봉은 에메랄드빛 함덕해수욕장과 유채꽃을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는 기생화산이다. 높이 약 111m로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잘 조성된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탐방로 양옆으로 노란 꽃밭이 이어진다. 함덕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유채꽃들이 일제히 흔들리는 모습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풍경이다.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 방문하면 에메랄드빛 바다와 유채꽃의 환상적인 조화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장전리 벚꽃길.
장전리 벚꽃길.


장전리 벚꽃길>> 낮과 밤이 모두 아름다운…

북쪽 해안에서 유채꽃에 흠뻑 취했다면 발걸음을 서쪽으로 돌려 제주의 낭만적인 봄밤을 맞이할 차례다. 제주시 애월읍 장전리의 벚꽃길은 낮보다 밤이 유명한 곳이다. 가로등과 은은한 조명 덕에 일몰 후에도 벚꽃의 매력을 오롯이 즐길 수 있어 야간 드라이브 코스로 주목받는다. 한적한 마을 길을 따라 이어지는 벚꽃터널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아늑하고 감성적이다. 낮에는 투명한 봄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밤에는 조명 아래 몽환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같은 길이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 주는 덕에 낮이든, 밤이든 언제 찾아도 아깝지 않다.


삼성혈에 핀 벚꽃.
삼성혈에 핀 벚꽃.


삼성혈>> 신화 속에 핀 벚꽃

제주시 삼성로의 삼성혈은 고·양·부 세 신인이 땅에서 솟아났다는 탐라국 창조신화의 무대다. 봄이면 세 구멍 주변으로 벚꽃이 만개해 역사적 무게와 봄꽃의 화사함이 한 공간에서 만난다. 삼성전 건물을 배경으로 카메라를 겨누면 전통건축과 봄꽃이 함께 담기는, 발길을 멈추게 하는 풍경이 완성된다. 서두르지 말고 정원 곳곳을 천천히 거닐며 숨은 벚꽃을 찾아보자. 입장료는 성인 4000원. 벚꽃 절정기간에는 관람시간이 한 시간 연장 운영되니 오후 늦게 들러도 여유롭다. 사진=필자 제공

 

필자 김정흠은 여행작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주로 여행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국내외 여행 매체 등과 함께 다채로운 여행 콘텐츠를 선보인다.
필자 김정흠은 여행작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주로 여행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국내외 여행 매체 등과 함께 다채로운 여행 콘텐츠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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