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공군

날 선 눈빛, 어둠도 통제한다

임채무

입력 2026. 04. 01   16:53
업데이트 2026. 04. 0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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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20전비, 야간 기지방호 종합훈련

지상 위협, 빛 바래게 한 경계망

공중 위협, 빛 기둥 가둔 공중망
항공기 공습·지상침투 상황 부여 
검문검색·차단선 구축 등 경계 강화
제논 탐조등 활용 공중 위협 대비
발칸·신궁으로 즉각 교전 적 섬멸


어둠이 짙게 깔린 활주로는 거대한 요새로 변모했다. 적의 은밀한 침투와 공중 위협이 동시에 덮친 절체절명의 순간, 공군20전투비행단(20전비)의 방어망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했다. 영공을 수호하는 전투기가 날아오르기 위해 그 출발점인 ‘기지’의 생존은 절대적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작전수행능력 향상을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20전비 장병들의 모습을 직접 확인했다. 글=임채무/사진=이경원 기자

 

지난달 31일 공군20전투비행단 장병들이 야간 기지방호 종합훈련에서 제논 탐조등을 이용해 적기를 포착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공군20전투비행단 장병들이 야간 기지방호 종합훈련에서 제논 탐조등을 이용해 적기를 포착하고 있다.

 


“훈련 상황 전파! 훈련 상황 전파, 기지 상공 적 항공기 발견!”

지난달 31일 밤 20전비 기지 안에는 다급한 사이렌과 함께 기지 내부방송이 울려 퍼졌다. 지난달 30일부터 전개되고 있는 26-1차 전투태세훈련(ORE) 중 ‘야간 기지방호 종합훈련’의 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작전요원을 제외한 전 인원의 이동이 철저히 통제된 기지는 쥐 죽은 듯 고요하면서도 폭풍 전야의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돌았다. 훈련은 적 특작군의 지상 침투와 항공기 공습이 야간에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전개됐다.

“전조등 꺼! 차 시동 끄고 전원 하차! 트렁크 개방!” 은폐해 있던 방어대원들이 순식간에 나타나 묵직한 목소리로 차를 막아섰다. 단호한 목소리 앞에서 ‘취재 지원 차량’이라는 설명조차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안내를 맡은 백두산 중위는 “현재 부대는 기지에 침투한 적을 식별·격멸하기 위해 촘촘한 차단선을 구축하고 검문검색을 진행 중”이라며 “취재 차량이라고 해서 결코 예외일 수는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굳게 닫힌 트렁크까지 샅샅이 확인하는 엄격한 절차는 짧은 이동 간에도 수차례 반복됐다.

기지 곳곳에는 K200A1 장갑차가 배치되고 군견을 동반한 순찰조가 투입돼 촘촘한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장갑차 앞에서 매의 눈으로 주변을 경계하던 김세현(하사) 기동타격담당은 “이동 차량 검문검색과 차단선 구축 등 철저한 경계가 기지 방호의 핵심”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토록 삼엄한 경계망과 즉각적인 대응에 막혀 기지 내로 스며들려던 적 특작군은 결국 발목을 잡혔고, 치열한 교전 끝에 전원 섬멸됐다.

 

 

진지에서 경계작전 중인 장병들.
진지에서 경계작전 중인 장병들.

 

발칸 운용요원들이 교전 준비를 하고 있다.
발칸 운용요원들이 교전 준비를 하고 있다.

 

군사경찰 장병들이 K200A1 장갑차에서 차단선을 구축하고 있다.
군사경찰 장병들이 K200A1 장갑차에서 차단선을 구축하고 있다.

 

신궁 작전요원들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신궁 작전요원들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여러 번의 검문검색을 통과해 대공방어 진지에 도착하자, 공중 위협에 맞서는 작전요원들의 숨 가쁜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가상의 적기로 투입된 T-11 항공기를 격추하기 위해 발칸과 휴대용지대공유도탄 신궁 작전요원들이 즉각적인 교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야간의 짙은 어둠 속에서도 하늘을 주시하는 요원들의 집중력은 매서웠다.

박승민(하사) 휴대용유도탄관리사수는 “기지방호작전과에서 할당한 표적을 최단 시간 내에 식별해 격추해야 한다”며 야간 조준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어 박 하사는 “항공기 엔진의 고온 열원을 감지해 표적을 백상(하얀색) 배경의 흑점으로 띄워주는 야간 조준기가 어둠 속 표적 탐지에 큰 도움을 준다”며 “야간 임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부사수로부터 표적정보를 들을 때마다 박 하사는 복명복창과 함께 신궁을 좌우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바로 옆 진지에 있던 백승혁(중사) 발칸 분대장 역시 “야간에는 항공기 특유의 소음과 조명에 의존해 식별해야 하므로 사수, 부사수, 탄약수 모두의 유기적인 호흡과 평소 훈련이 절대적”이라며 “언제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날 선 눈빛을 빛냈다.

순간, 밤하늘을 찢는 비행기 굉음과 함께 기지 곳곳에서 거대한 빛기둥이 일제히 솟구쳤다. 대공 감시의 핵심인 ‘제논 탐조등’이 적기를 포착해 강렬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제논 탐조등은 특유의 높은 광도와 직진성 덕분에 장거리의 목표물도 선명하게 비출 수 있어 야간 방공 작전에 필수적인 수단이다.

탐조등 임무를 맡은 김동훈 상병은 장비를 좌우로 기민하게 움직이며 불빛을 점멸했다. 이는 가장 먼저 적기를 포착했으니, 다른 진지에서도 이 불빛을 보고 표적을 향해 탐조등을 집중하라는 일종의 전술적 신호였다. 만약 표적을 놓치면 즉시 탐조등을 끄고 ‘블랙’이라고 전파한 뒤 재탐색에 돌입한다.

여러 갈래의 빛기둥이 십자포화처럼 적기를 옴짝달싹 못하게 옥죄자, 방공진지 곳곳에서 “발사!”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어 격추됐다는 무전이 전파되고 상황이 종료되자, 김 상병은 “어떤 실전 상황이 닥치더라도 즉각 적을 찾아낼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적 특작군 섬멸과 가상 적기 격추로 이어진 이날 훈련은 20전비 장병들의 유기적인 대응 능력을 입증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ORE에서 20전비는 야간 기지방호종합훈련 외에도 전투지휘소 운영, 전시출격, 긴급 귀환 및 재출동, 최대무장 장착훈련, 화생방 종합훈련, 대량전사상자 구호훈련, 활주로 피해복구훈련을 하고 있다.

이형만(준장) 20전투비행단장은 “실전에 가장 가까운 혹독한 상황을 부여해 전 부대원이 위기관리 및 작전 임무 수행 절차를 체화하는 것이 이번 훈련의 목표”라며 “훈련 과정에서 도출된 발전 가능 요소는 실제 전장 환경에 완벽히 부합하도록 즉각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전투태세훈련은? 

전투태세훈련(ORE·Operation Readiness Exercise)은 지휘관·참모를 비롯해 분야별 전투참모단의 위기관리능력을 향상하고, 부대원의 전시 작전수행능력을 키우기 위해 실시한다. 공군작전사령부의 전투지휘검열(ORI·Operation Readiness Inspection)을 준비하는 사전훈련인 동시에 비행단의 작전준비태세를 총괄적으로 점검하는 훈련이다. 특히 훈련은 전투지휘소의 위기 상황 통제계획에 따라 전시전환, 초전대응, 전시지속, 전투력 복원 등 전시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단계별 전시체제훈련을 병행함으로써, 지휘관·참모는 물론 각 임무요원이 전시 행동절차를 숙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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