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따로 또 같이…아쉬움을 채우는 ‘쩜오 매직’

입력 2026. 04. 01   16:43
업데이트 2026. 04. 0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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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1.5가구 

경도놀이·감튀모임 등 일회성 만남
필요에 따라 모였다 헤어지는 가족…
학연·지연·혈연…전통적 연결 대신
목적·기능 중심 사회적 연결 다양화
1과 2 사이 0.5 더해 ‘가벼운 연결감’
개인 독립성 존중하며 ‘결핍’도 채워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 잔디밭에서 열린 ‘경찰과 도둑’ 놀이.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 잔디밭에서 열린 ‘경찰과 도둑’ 놀이. 연합뉴스


“맥도날드에서 감자튀김 드실 분?”

최근 몇 달 사이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에서는 독특한 모임이 인기다. 일면식 없는 사람들과 패스트푸드점에서 감자튀김만 함께 먹고 파하는 일명 ‘감튀모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경도(경찰과 도둑)’ 열풍이 불기도 했다. 낯선 사람들과 동네 공원에 모여 어린 시절 하던 술래잡기 놀이를 즐기고 집에 돌아간다. 정기적인 모임도 아니고 멤버가 고정돼 있지도 않다. 참가비와 같은 장벽도 없어서 누구나 가볍게 참여할 수 있다.

사회적 연결이 다양화되고 있다. 과거처럼 끈끈한 연대, 학연·지연·혈연 등 단단한 연결고리에 의한 관계 대신 목적·기능 중심의 연대가 이뤄진다. 이미 수년 전부터 동호회나 취미모임이 많아졌지만 최근에는 ‘취미’라는 진입장벽 없이도 가벼운 연결감을 가질 수 있는 일회성 모임으로 확장됐다. 가족의 형태도 달라졌다. 전형적인 가족 모습으로 생각했던 부모-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의 경우 함께 살더라도 각자 다른 채널을 보고 다른 음식을 즐기는 독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갖는가 하면 따로 거주하지만 조부모-부모-자녀가 매일같이 교류하는 새로운 확대가족도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는 이처럼 다양해진 삶의 형태를 ‘1.5가구’라고 칭한다. 명칭에서 느껴지듯 대한민국의 가장 일반적인 가구 형태가 된 ‘1인가구’라는 단어를 변형해 1도, 2도 아닌 유연화된 삶의 형태를 나타내고자 했다. 즉, 개인의 독립성을 존중(1)하면서도 가벼운 연결감(0.5)을 더해 1인 이상으로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이때 연결감은 외로움을 채우는 정서적 연결뿐만 아니라 개인으로 살아가면서 결핍되는 경제·사회적 연결을 모두 포괄한다. 1.5가구의 모습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 번째로 가장 먼저 필요한 +0.5는 정서적 연결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일회성 모임은 정서적 연결감을 충족하면서도 관계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선호하기도 한다. 최근 증가하는 공유 주거 공간을 살펴보면 시설이 얼마나 편리한지를 강조하기보다 입주민 간 가벼운 연결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한다. 예를 들어 입주민을 대상으로 요가 수업, 영화 상영회, 와인 모임 등 각종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 원할 때 참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주방이나 헬스장 등 공용 시설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이웃과의 교류가 이뤄진다.

두 번째로 나타나는 +0.5는 기능적 연결이다. 현대사회의 신(新)확대가족이 여기에 해당한다. 물리적으로 거주 형태가 확대가족에 해당하지 않지만 근거리에 거주하며 서로 기능적인 도움을 주는 가족이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가 그들의 본가 근처에 거주하며 급하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부족할 때 도움을 얻는 식이다. 1인 가구 직장인의 경우 주중에는 직장 근처에서 자취를 하지만 주말에는 본가에 돌아가 3~4인 가구처럼 지내는 경우도 왕왕 있다.

혈연관계가 아닌 경우도 많이 있다. 공간적 여유를 누리고 살고 싶지만 월세가 부담이 되는 사람들이 함께 대형 평수 아파트를 임대해 월세를 분담하고 거실을 공유하는 하우스메이트가 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건물의 위아래층에 사는 이웃 간에 기능적으로 서로를 돕는 ‘층간 가족(Floor-to-Floor Family)’이 등장했다. 예전에도 이웃사촌이 존재했지만, 과거에는 의무적 관계의 성격이 강했다면 지금은 필요에 의한 느슨한 연대에 가깝다.

각자의 수면패턴에 맞춰 싱글침대를 트윈으로 배치한 부부 침실. 게티이미지뱅크
각자의 수면패턴에 맞춰 싱글침대를 트윈으로 배치한 부부 침실. 게티이미지뱅크


세 번째 1.5가구는 연결과 동시에 독립성을 존중하기 위해 필요한 ‘?0.5’다. 다인가구여도 라이프스타일이 세분화되면서 개개인의 생활을 존중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거실에 가족원이 모두 앉을 수 있는 3~4인용 소파 대신 온전히 혼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리클라이너나 안마의자를 두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부부 침실에도 이제까지는 편안한 수면을 위해 침대 사이즈를 크게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각자의 수면패턴에 맞춘 싱글침대를 트윈으로 배치하는 경우도 많다. 부부간에도 취침·기상 시간이 다르고 신체 특성에 적합한 매트리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연결과 독립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다세대주택이 등장했다. 두 세대의 거주 공간이 연결돼 있지만 현관을 두 개 만들어 각자 다른 현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동선을 분리하는 것이다. 서구권에는 한 가족이지만 따로 거주하는 ‘LAT(Living Apart Together)’ 개념도 있다. 직장 위치 등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만의 생활공간을 지키고 싶어 의도적으로 거주를 분리하는 경우도 있다. 생활습관과 같은 현실적인 마찰을 배제하고 정서적 연결은 그대로 취하고자 하는 선택이다.

전형성을 탈피한 1.5가구는 더 많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유연한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다. 연결과 독립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필요하다. 식품 기업은 3~4인분을 기준으로 하는 패키지 대신 여러 취향을 골라 담기 할 수 있는 패키지를 지원하고, 외식업계에서는 이제까지 다인용 메뉴로 통했던 샤부샤부나 고기메뉴도 1인용 메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동시에 연결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필요하다. 감튀모임이 유행하면서 롯데리아에서는 ‘소스 콜키지 프리’ 이벤트를 진행했다. 감자튀김에 곁들여 먹을 소스를 자유롭게 지참하고 참석해도 좋다는 것이었는데,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한 바는 없지만 소비자들의 모임을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는 충분했다. 연결감이 필요한 소비자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 차원에서도 ‘0.5’에 주목해야 한다. 단적으로 2025년 국가데이터처 조사에 따르면 ‘평소 얼마나 자주 외로움을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에 ‘자주 또는 가끔’이라고 답한 사람은 전체 가구에서 38.2%이었지만 1인 가구의 경우 48.9%로 나타났다. 확연히 외로움을 많이 경험한다는 것이다. 1인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서 모두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서적 연결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한 라이프신을 상상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 잔디밭에서 열린 ‘경찰과 도둑’ 놀이.  연합뉴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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