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가성비 전쟁과 비대칭전략

입력 2026. 04. 01   14:18
업데이트 2026. 04. 0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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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동에서 보이는 전쟁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단돈 2만 달러의 이란제 샤헤드 드론이 수십억 원대 요격미사일을 소진하게 하며 이스라엘을 비롯한 중동 각국의 방어망을 경제적 허무주의로 몰아넣고 있다. 호르무즈 연안 정유시설을 정밀타격하고 해협을 봉쇄하는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까지 마비시키는 현실은 첨단 방공시스템이란 공고한 성벽이 저가 무기라는 ‘가성비의 비수’ 앞에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은 단순히 가격 문제가 아니라 전쟁사 불변의 진리인 ‘비대칭전략’의 현대적 발현이다.

전쟁은 언제나 자신의 강점으로 적의 약점을 찌른 비대칭 승리자들에 의해 기록돼 왔다. 기원전 490년 마라톤전투에서 그리스군은 양 날개를 강화한 비대칭전술로 페르시아 대군을 섬멸했고, 몽골 기병은 기동력으로 정주(定住) 군대의 둔중함을 무력화했다. 이순신 장군 또한 판옥선의 구조적 강점과 지형지물을 결합해 수적 열세를 뒤집고 12전 전승을 거뒀다.

현대전의 스텔스 기술이나 정밀타격 능력 역시 적이 대응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일방적 타격을 가하는 극단적 비대칭성의 산물이다. 즉, 전쟁은 정직한 대결이 아니라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적의 약점을 극대화하는 고도의 수싸움이다.

오늘날 드론이 보여 주는 현상 역시 마찬가지다. 적은 우리 방공망을 정면 돌파하는 대신 체계 유지의 막대한 비용과 운용의 경직성이라는 약점을 공략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가성비의 승리가 아니라 적이 선택한 비대칭적 공략이 주효한 결과다. 단순히 ‘싼 무기’를 만드는 데 눈을 돌릴 게 아니라 우리가 가진 정보력과 기술력을 어떻게 비대칭적 칼날로 갈아 적의 심장을 찌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북한의 약점은 명확하다. 비대칭 대응의 ‘요체’는 김정은 지휘부를 조기에 무력화하는 것이다. 북한 체제의 본질은 1인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독재 구조에 있다. 강력한 중앙집권형 구조는 평시엔 효율적인 듯 보이나 전시에 그 정점이 타격받는 순간 체제 전체가 하향식으로 붕괴하는 치명적 경직성을 내포한다. 1인에게 기대는 절대적 의존성은 그 한 사람만 사라지면 거대한 군사기구가 순식간에 마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의 말단 무기체계와 소모전을 벌이는 대신 지휘부라는 단 하나의 급소를 조기에 마비시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압도적이고 ‘가성비 높은’ 비대칭전략이다.

가성비는 전략의 수단일 뿐 목적이 될 수 없다. 진정한 승리는 적이 예측하지 못한 시간·장소에서 적이 대응할 수 없는 수단으로 타격할 때 완성된다. 하이테크와 로테크의 조화는 필요하지만, 그 중심엔 항상 ‘어떻게 적의 체제적 약점을 극대화해 무너뜨릴 것인가’라는 비대칭적 사고가 자리 잡아야 한다. 우리가 적의 계산기를 파괴하는 지혜로운 안보전략을 구사할 때 비로소 진정한 억제력이 완성된다.

강한 군대는 적과 똑같은 방식으로 싸워 이기는 군대가 아니라 적이 싸울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드는 비대칭적 우위를 점한 군대다. 인구절벽과 가용자원의 제약은 우리에게 오히려 비대칭전략의 고도화를 요구한다. 우리가 가진 민주주의의 유연함,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기반, 굳건한 한미동맹, 안정적 산업 기반과 전쟁 지속력 등을 비대칭적 강점으로 승화시킬 때 대한민국은 그 어떤 비대칭 위협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불침항모가 될 것이다.

김용우 서울과학기술대 석좌교수 전 육군참모총장
김용우 서울과학기술대 석좌교수 전 육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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