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을 처음 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였고, 연일 혈액 부족을 알리는 보도가 이어졌다. 길을 걷다가 헌혈의 집 앞에 걸린 ‘혈액 급구’라는 배너가 눈에 들어왔다. 문득 ‘헌혈에 참여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이 일었다. 그날 처음 헌혈의 집 문을 열었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헌혈은 혈액의 소중함을 알게 된 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외면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잠깐의 고통으로 여러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헌혈은 생명을 나누는 일이라는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이때부터 헌혈은 하나의 약속이 됐고, 일상 한편에 자리를 차지했다.
생명을 나눈다는 사명감은 꾸준한 실천으로 이어졌고, 2024년 여름 30번째 헌혈을 마치고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헌혈유공 포장 은장을 받았다. 헌혈유공자에게는 30회에 은장, 50회에 금장, 100회에 명예장, 300회에 명예대장이 수여된다. 헌혈유공 은장을 받은 뒤 더 많은 사람에게 생명 나눔을 이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입대 후 헌혈을 이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복무 중에도 부대 헌혈동아리 활동을 통해 보장되는 헌혈 외출과 개인 정기외출, 외박과 휴가를 활용해 헌혈에 계속 참여할 수 있었다. 군에서도 멈추지 않고 열심히 나눔을 실천해 50번째 헌혈에 닿았고, 지난 1월 17일 헌혈유공 금장을 받았다. 50회라는 숫자는 하나의 훈장과도 같았다. 헌혈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오랜 시간 이어 왔다는 사실에 스스로 허락한 작은 자부심이다. 헌혈유공 금장이라는 2번째 이정표를 군에서 얻어 더욱 영광스럽다. 앞으로 명예장에서 명예대장으로 이어지는 다음 이정표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현재 육군50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의무병으로 복무 중이다. 의무병으로 복무하다 보니 생명과 관련된 일은 대부분 작은 판단과 반복적인 확인 속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체감한다. 그간 꾸준히 해 온 헌혈 역시 그랬고, 지금 이 자리에서의 역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헌혈은 누군가를 돕는 일이지만 동시에 이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군의 역할과 닮았다. 보이지 않지만 멈추면 안 되는 일, 누군가는 반드시 맡아야 하는 책임인 것이다.
군인으로서, 의무병으로서 오늘도 혈액의 무게를 생각한다. 내가 흘린 피가 누군가의 오늘을 지켜 줄 수 있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헌혈은 영웅적인 행동이 아니라 우리가 같은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가장 단순하고 분명한 증명인 셈이다.
우리 군이 국토를 지키듯이 헌혈은 우리 사회의 생명선을 수호하는 일이다. 국토를 지키는 우리 전우들이 헌혈로 사회의 생명선도 함께 수호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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