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경제이슈
5월까지 팔면 양도소득세 100% 면제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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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투자자금을 국내로 유도하기 위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지난 23일 일제히 출시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들고 있는 고환율 국면에서 자금 환류와 환율 안정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RIA는 정부의 국내주식 활성화 정책에 맞춰 출시된 상품으로 해외주식에 투자했던 개인 자금을 국내 증시로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전용 계좌입니다. 지난해 12월 23일 이전에 보유한 해외주식을 RIA 계좌로 옮긴 뒤 매도하고 해당 자금으로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에 1년간 투자하면 일정 비율의 양도소득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감면 한도는 최대 5000만 원입니다. 복귀 시점이 빠를수록 혜택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오는 5월까지 국내 시장으로 자금을 옮기면 전액 면제되고, 7월까지는 80%, 연말까지는 50% 수준으로 감면율이 단계적으로 낮아집니다.
제도 도입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제도 도입을 예고하며 올해 3월까지 해외 자산을 처분해 국내 주식에 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전액 공제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관련 법안인 ‘환율 안정 3법’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면서 100% 면제 적용 기간은 3월에서 5월까지 늦춰졌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인공지능(AI)과 빅테크 중심의 상승 흐름에 힘입어 미국 증시로 자금을 대거 이동시켜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증시 자금이 빠져나가고, 달러 수요가 확대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운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과 금리 인하 기대 약화까지 겹치며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10원을 넘어서는 등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해외 투자 자금의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 흐름은 둔화되는 모습입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25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6억410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지난 1월(44억800만 달러), 2월(39억1700만 달러)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줄어든 수준입니다.
미국 주식 보관금액 역시 줄어들고 있습니다. 24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578억8800만 달러로, 1월 말(1680억1400만 달러) 대비 약 6% 감소했습니다. 정점을 기록했던 지난해 10월 말(1700억1809만 달러)보다 7% 줄어든 규모입니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기준 가계 해외주식 잔액은 1380억 달러”라며 “잔액의 10%포인트 복귀 시마다 약 138억 달러의 외화가 순차적으로 국내 시장에 공급될 전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초기 투자자 반응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RIA 출시 3영업일 만에 가입자 1만 계좌를 돌파했습니다. 2021년 도입된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1만 계좌 달성까지 한 달 이상 걸린 것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입니다. 회사 측은 해외투자 경험을 보유한 개인들이 세제 혜택과 국내 시장 재진입 기회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초기 참여가 빠르게 이뤄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삼성증권 역시 출시 4일 만에 계좌 잔액 300억 원, 계좌 수 4000개를 돌파했습니다. 계좌당 평균 잔액은 750만 원 수준입니다.
증권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계좌 개설 고객에게 현금 리워드나 투자 지원금을 제공하고,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를 낮추거나 면제하는 등 각종 이벤트를 내걸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은 선착순 5만 명에게 1만 원 투자지원금과 금 추첨 이벤트를, 대신증권은 최대 50만 원 규모 추가 지원금 혜택을 내걸었습니다. 유진투자증권은 계좌 개설 고객 전원에게 커피 쿠폰과 상품권을 제공하고, 키움증권은 매수쿠폰을 지급합니다. iM증권도 미국 주식 매도 금액에 따라 최대 15만 원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등 경쟁이 치열합니다.
증권가에서는 RIA가 자금 흐름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해외 자산을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달러 매도세가 최근 변동성이 확대된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RIA는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탤 것”이라며 “2016년 비슷한 법안을 실시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약 12%의 해외자산이 국내로 복귀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장기적인 약세 흐름에도 해당 기간에는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단순한 세제 혜택만으로 투자 방향이 빠르게 전환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국 증시의 구조적 성장 기대와 기술주 중심의 높은 수익률 경험이 누적된 상황에서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환차익 기대까지 더해져 해외 투자 매력이 여전히 유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중동전쟁 장기화 등 대외 리스크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RIA의 자금 환류 효과를 제약할 수 있는 변수로 꼽힙니다. 특히 달러 자산인 해외 주식 수요가 단기간에 약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옵니다.
결국 RIA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국내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입니다.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강화와 함께 기업지배구조 개선, 신성장산업 육성 등이 뒷받침돼야 지속적인 자금 유입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환율과 글로벌 증시 대비 상대 수익률, 정책 신뢰도 등 복합 변수가 긍정적으로 맞물릴 경우 자금 환류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도의 효과는 세제 혜택 자체보다 대외 환경과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며 RIA는 중장기 수급 기반 재편의 전환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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