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흰 정복을 입은 아버지를 보며 해군의 꿈을 키웠다. 해군 장교로 평생을 국가에 헌신하고 바다를 수호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셨던 아버지의 뒷모습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자 이정표가 됐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해군장교가 됐고, 운명처럼 다시 태어난 신형 호위함 ‘천안함’의 전투체계관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천안함에 몸을 싣는 순간, 한 척의 군함이 아니라 대한민국 서해수호의 역사 위에 서 있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천안함은 2010년 3월 26일 서해 바다를 사수하다가 장렬하게 전사한 46용사의 영웅적 투혼과 고(故) 한주호 준위의 숭고한 희생, 살아남은 전우들의 눈물과 국민의 염원이 서려 있는 불굴의 상징이다. 함정 곳곳에는 말없이 이어져 온 다짐이 배어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훈련과 점검 하나하나가 단순한 절차가 아님을 승조원 모두가 알고 있으며 눈빛에는 각자의 결의와 각오가 가득 차 있었다. 이곳에서 수행해야 하는 임무와 각종 상황은 ‘혹시 모를 상황’이 아니라 ‘언제든지 발생할 것이며 반드시 대응해야 할 현실’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전투체계관으로서 임무는 명확하다. 적의 어떠한 도발도 단 한 치의 오차 없이 포착하고, 즉각 응징할 수 있는 완벽한 전투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현재의 천안함은 더 정밀한 탐지센서, 더 강력한 무장 능력, 더 정숙한 추진체계를 갖췄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게 준비된 건 아니다. 결국 함정을 움직이고 상황을 판단하며 대응하는 것은 사람이다. 현재의 기술을 신뢰하되 안일하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양보 없는 교육훈련으로 서해 바다와 국민, 내 옆의 전우들을 수호해 나가고자 한다.
한반도 주변과 국제 해양 안보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북한은 러시아와 전략적 유대를 강화하고 군사적 위협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고 통항선박의 항해가 제한되는 등 해양 안보환경은 격랑 속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해를 수호한다는 것은 수많은 교전과 희생, 선배 전우들이 피로 지켜 낸 겨레의 생명선을 오늘도, 내일도 지키고 이어 가는 일이다.
천안함은 다시는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천안함의 이름과 사명은 가라앉지 않았으며 더욱 굳건해져 서해 바다를 힘차게 항해 중이다. 영해와 국토를 수호하고 우리를 믿고 국민이 일상을 영위하도록 그 소임을 다할 것이다. 오늘도 천안함에 서서 다짐한다. 해군의 길로 이끌어 주신 아버지의 가르침, 제1연평해전에서 시작된 결의, 제2연평해전·대청해전의 용기와 교훈,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46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잊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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