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포성이 한반도를 뒤덮던 1953년 3월, 백골연대(현 진백골여단) 장병들은 위험을 무릅쓴 결단으로 전장을 뒤흔드는 작전을 전개했다. 18명의 결사대로 구성된 소대가 적진 깊숙이 침투해 중공군을 사살하고 포로로 생포한 뒤 전원 복귀한 ‘변암동전투’다.
그 전투의 중심에는 1대대 2중대 3소대장이었던 고(故) 박석순 소위가 있었다. 작전을 앞둔 순간 박 소위는 극도의 긴장감과 지휘자로서 작전을 지휘하고 있다는 책임감에 이가 부딪혀 딱딱 소리가 날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적군의 지휘관 역시 같은 상황일 것이다. 이 악조건을 누가 먼저 극복하고 싸움에 임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며 필승의 의지를 다졌고, 이곳에서 반드시 공을 세우고 소대원들과 같이 돌아가겠다고 결심했다. 그러자 떨리던 입술도 차츰 안정됐다고 한다.
세월이 흐른 지금, 같은 부대 1대대 2중대 3소대장으로 복무하고 있다. 소대원들과 함께할 때마다 그 책임감을 더욱 실감한다. 지난 중대 전술훈련 중 무거운 장비를 메고 험한 지형을 이동하는 상황에서 계획되지 않은 일이 발생하자 소대원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나를 향했다. 다음 행동을 결정할 판단을 기다리는 순간이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묻는다. 변암동전투의 소대장, 박석순 소위는 어떤 마음으로 소대를 이끌었을까. 두려움과 혼란 속에서도 부하들을 이끌며 끝까지 임무를 수행했던 선배 장교의 결의는 오늘날 소대를 지휘하는 내게 분명한 기준이 되고 있다.
그 순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소대장의 명령 하나는 단순한 지시가 아니다. 함께하는 전우들의 움직임과 안전, 임무 결과로 이어지는 책임이란 사실을 말이다. 그 책임은 결국 소대원들과의 신뢰 속에서 완성된다는 것도.
훈련 중 소대 통신병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소대장님, 3소대는 언제든 준비돼 있습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말엔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결의와 서로를 향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소대를 이끌고 있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동시에 느껴졌다.
힘든 훈련에도 서로를 격려하며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려는 소대원들의 모습은 소대장으로서도 큰 힘이 된다. 내가 소대를 이끌고 있지만, 이들 소대원이 나를 더 강한 지휘자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늘도 소대장으로서 다짐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소대원을 지키고 임무를 완수하는 지휘자가 되겠다고, 변암동전투의 박석순 소위처럼 언제나 소대원들 가장 앞에 서는 지휘자가 되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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