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시절엔 ‘최약체’였다. 170㎝의 키에 100㎏이 넘는 체중 탓에 방탄조끼를 입는 것조차 버거웠고, 단독군장으로 연병장을 한 바퀴만 돌아도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훈련 때마다 뒤처지는 나를 기다려 주는 전우들의 뒷모습을 보며 미안함과 자괴감을 느꼈다.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1인분도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위축됐지만, 마음 한구석엔 강한 군인이 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
지난해 7월 신병교육을 마치고 비룡여단으로 전입했다. 여단이 혹서기 일과 시행으로 조정된 일과표를 시행해 아침 체력단련을 하던 초창기였다. 오전 7시에 일과를 시작해 오후 4시에 마무리하는 일과표.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중대장님이 고안한 체력단련 프로그램에 맞춰 매일 오전 7시마다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익숙지 않았던 팔굽혀펴기 1개, 단체 뜀걸음 낙오 등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옆에는 항상 응원해 주는 전우들이 있었다.
오후 4시 해가 아직 중천에 떠 있는 시간에 일과가 종료되자 ‘골든타임’이 주어졌다. 이때를 부족한 체력을 채우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매일 5㎞의 뜀걸음과 실내 다목적체육관에서 개인 체력단련을 할 수 있었다.
3개월 만에 10㎏이 빠지자 그간 보이지 않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중대 뜀걸음 대열에서 앞 전우의 발뒤꿈치가 보였고, 행군 시 어깨를 짓누르던 군장의 무게가 가벼워졌다.
체중 감량은 단순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내 몸이라는 ‘전투장비’의 성능 개량이었다.
체력이 붙으니 각종 훈련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예전엔 “제발 빨리 끝나라”고 기도했다면 이젠 “어떤 임무든 완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땀 흘려 얻은 결과는 정서적으로도 단단하게 만들었다.
내가 바뀌자 전우들도 변화했다. 오전 7시가 되면 우리는 서로 운동자세를 교정해 주고, 군가를 제창하며 전우애를 나눴다. 오후 4시 이후에는 뜻이 맞는 전우들끼리 모여 한국사능력검정 자격증을 준비하는 등 우리는 골든타임을 ‘전투력 향상의 장’으로 만들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총 22㎏을 감량했다. 이런 날렵해진 모습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게 아니다. 사격 사로에서 흔들림 없이 총을 받쳐 주는 탄탄한 근육, 급속행군 시 전우의 군장을 대신 들어 줄 수 있는 여유, 어떤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강한 군인정신이다.
전투력은 누군가 주입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를 단련하고자 하는 의지와 그 의지를 뒷받침하는 부대 여건이 만날 때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오늘도 오전 7시를 기다린다. 어제보다 더 강한 내가 되기 위해, 우리 부대의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완벽한 전투원이 되기 위해 전투화 끈을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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