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곡소리 나게 힘들다·콧소리 나게 재밌다 ‘운동 많이 된다’

박성준

입력 2026. 03. 23   16:58
업데이트 2026. 03. 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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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수도포병여단, MZ 맞춤 체력단련 

춤을 추듯 파워운동 ‘힙합 전투체력’
온몸 땀에 젖어도 얼굴엔 미소 가득
극한의 심폐지구력 필요한 ‘셔틀런’
직접 도전해 보니 성취감도 남달라

관·학·군 손잡고 역동성·주체성 부여
강압적이고 단조로운 체력단련 탈피
운동처방사가 꼼꼼하게 체력 측정
장병들 “부족한 점 알게 돼” 만족 높아

군대 체력단련의 패러다임이 뒤집히고 있다. 지난 19일 육군수도포병여단에서는 최신 운동 추세를 반영한 ‘MZ세대’ 맞춤형 체력단련이 이뤄졌다. 이곳에선 ‘집중체력단련 주’가 더 이상 고통스러운 인내의 장이 아니었다. ‘관·학·군’이 손잡고 선보인 이번 훈련은 ‘강한 군대’가 반드시 ‘경직된 군대’일 필요는 없다는 걸 현장에서 증명하고 있었다. 글=박성준/사진=이윤청 기자

 

지난 19일 육군수도포병여단에서 최신 운동 추세를 반영한 ‘MZ세대’ 맞춤형 체력단련이 진행돼 한 장병이 운동처방사 지도 아래 순발력을 측정하고 있다.
지난 19일 육군수도포병여단에서 최신 운동 추세를 반영한 ‘MZ세대’ 맞춤형 체력단련이 진행돼 한 장병이 운동처방사 지도 아래 순발력을 측정하고 있다.

 


구령 대신 비트…연병장에 울려 퍼진 ‘힙합 전투체력’

여단 포성대대 연병장에 울려 퍼지는 것은 투박한 “하나, 둘” 구령이 아니었다. 심장을 울리는 묵직한 베이스 비트, 그리고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130여 명의 ‘힙한’ 전사들. 선글라스를 끼고 ‘ROKA’ 로고가 선명한 운동복을 입은 장병들이 모인 모습은 흡사 야외 페스티벌 현장을 방불케 했다.

장병들 사이로 김포대학교 글로벌실용무용과 재학생으로 구성된 강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이 사열대 위로 올라서자 장병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딱딱한 체조를 대신한 것은 ‘리듬 기반 힙합 피트니스’.

목과 어깨를 돌리는 스트레칭조차 힙합 리듬에 녹아들었다. 단순히 근육을 풀어주는 동작이 아니었다. 세련된 춤 동작과 연결되니 장병들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유연해졌다. 생전 처음 해보는 골반 움직임이나 웨이브 동작이 나올 때면 여기저기서 “아이고”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면서도 장병들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가득했다.

“자, 레벨 올립니다! 준비됐습니까!”

강사의 외침에 장병들은 목이 터져라 “예!”라고 화답했다. 스? 동작은 자연스러운 댄스 스텝으로 변주됐고, 런지는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됐다. 헬스장에서나 볼 법한 고강도 운동이 춤과 결합하자 장병들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도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훈련이 절정에 이르자 장병들은 세 개 조로 나뉘어 큰 원을 만들었다. 그 사이로 한 간부가 쑥스러운 듯 걸어 나와 숨겨둔 춤 실력을 뽐냈다. 연병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이어 수십 명의 병사가 강사와 완벽한 호흡을 맞추며 단체 안무를 선보이는 장면은 이번 프로그램이 MZ세대 장병들의 취향을 얼마나 정확히 저격했는지 보여줬다. 웃음꽃이 피어나는 와중에도 장병들의 이마에는 땀이 맺히고 운동복은 목 부분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즐거운 훈련’이 결코 가벼운 훈련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김포대학교 강사들이 ‘리듬 기반 힙합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김포대학교 강사들이 ‘리듬 기반 힙합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근지구력을 측정받는 장병.
근지구력을 측정받는 장병.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 장병들.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 장병들.

 

본지 박성준 기자가 셔틀런(왕복달리기)에 도전하고 있다.
본지 박성준 기자가 셔틀런(왕복달리기)에 도전하고 있다.

 

한 장병이 유연성을 측정하고 있다.
한 장병이 유연성을 측정하고 있다.



체력은 수치로 말한다…과학화 전투체력 진단

연병장을 벗어나 대대 2층 다목적실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또 한 번 바뀌었다.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한 개만 더!”라는 절박하고도 활기찬 외침이 들려왔다. 다목적실은 거대한 ‘체력 측정실’로 바뀌어 있었다.

각 구간마다 민첩성, 근력, 근지구력, 유연성, 인바디 등 항목이 적힌 팻말이 놓였다. 경기 광명시 체력인증센터 소속 운동처방사들이 각 항목에 배치돼 장병들의 체력 측정을 돕고 있었다. 장병들은 자신의 체성분 결과와 혈압, 각종 데이터가 적힌 문진표를 들고 순환식 측정을 이어 갔다.

기자도 직접 민첩성과 악력을 측정해 봤다. “평균 이상”이라는 결과에 안도했지만, 1등급에 미치지 못했다는 운동처방사 설명에 묘한 승부욕이 발동했다. 옆에서 측정하던 한 장병은 “군대에서 제 체력을 이렇게 데이터로 정밀하게 확인하니 부족한 점이 뭔지 확실히 알겠다”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15명 내외의 장병들이 매트 위에 누워 필라테스 동작에 열중하고 있었다. 스크린 속 영상을 따라 하며, 체육 전공자들로 구성된 교관들의 지도 아래 장병들은 평소 쓰지 않던 속 근육을 깨웠다.

다른 한 장병은 “밖에서 하려면 비싼 운동인데 부대에서 공짜로 알려주니 너무 좋다”고 했다. 이처럼 필라테스는 장병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단순히 유연성을 기르는 것을 넘어, 무거운 장비를 다루는 포병들에게 필수적인 허리 근력 강화와 부상 방지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었다.

연병장 한쪽에서는 체력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셔틀런(왕복달리기)’이 진행되기도 했다. 20m 간격의 고깔 사이를 신호음에 맞춰 왕복하는 훈련이다. 갈수록 신호 간격이 짧아져 극한의 심폐지구력을 요구한다.

50회를 넘어서자 탈락자가 속출했지만, 끝까지 남은 장병들은 서로의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했다. 기자 역시 직접 도전해 봤다. 30회를 넘기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밀려왔다. 옆에서 함께 뛰는 장병들의 기세에 밀려 결국 1등급 기준인 62개를 완수했다. 다리가 풀려 주저앉으면서도 묘한 성취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이번 육군수도포병여단 시범 운영은 기존의 강압적이고 단조로운 체력단련에서 벗어나 ‘스스로 하고 싶게 만드는’ 동기부여의 성공 사례였다. 김포대학교의 예술적 감성과 광명시의 과학적 분석, 그리고 김포시의 전폭적인 시설 지원이 어우러져 장병들의 전투력을 ‘힙하게’ 끌어올렸다. 기존의 획일적인 체력단련에서 벗어나 음악과 퍼포먼스를 결합하고 데이터 기반 체력관리까지 더한 것이 특징이다. 장병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훈련 몰입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모델로 평가된다.

장병들을 지도한 김현문 김포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는 “장병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오히려 큰 에너지를 얻었다”며 “국가방위의 핵심인 장병 체력증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관 임무를 수행한 고범승 상병도 “전우들과 함께 음악에 맞춰 땀 흘린 시간이 군 생활에 활력소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민우(중령) 포성대대장은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장병들이 군생활 중 가장 역동적이고 즐거운 체력단련을 경험할 수 있었다”며 “최고의 환경에서 단련된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언제든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강한 육군의 면모를 현장에서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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