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있는 강가로 가 주세요.” 늦은 밤 택시에 오른 승객이 기사에게 말했다. 기사는 목적지로 가는 내내 담담히 대화를 나눴다. “힘내세요, 사람 사는 것 별것 없어요. 다 똑같습니다.” 승객이 강가에 도착한 이후에도 기사는 목적지에서 떠나지 않았다. 다리 난간에 올라가 있는 승객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대화를 하는 동안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만약 당시 기사의 말 한마디와 관심이 없었다면 한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을까?
병영생활전문상담관으로서 자살충동 위기자와 상담하다 보면 그들 모두 대화 상대를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이 겪는 힘든 고통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것이다. 자살충동을 느낄 때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을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것은 나쁜 생각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누구나 살다 보면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삶을 끝내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가 진심으로 알아주고 들어주길 원한다. 지속적이고 끊임없는 대화와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2024년도 심리부검(자살 사망자의 가족이나 지인 인터뷰, 유서, 진료기록을 검토해 자살 원인을 추정하는 조사법) 면담 결과서에서 “자살 사망자 99.3%가 자살 경고신호를 보냈으나 유족의 20.1%만이 그 신호를 인지했다”고 보고됐다. 자살 신호를 알아차린 사람은 10명 중 2명뿐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관심을 갖고 잘 관찰하고 먼저 다가가 대화한다면 자살과 관련된 경고신호(언어적 변화, 행동적 변화, 정서적 변화)는 생각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작은 관심과 적극적인 대화가 이어진다면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우울증은 자살 위험성에 큰 영향을 준다. 우울증세가 확인되면 바로 심리상담과 더불어 정신건강의학적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울증상이 있는 이들에게 전문가 상담·치료를 권하면 병원 진료나 심리상담을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우울증을 방치하면 악화되고,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평소 자신의 심리상태를 전문적인 방법을 통해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우울증세가 있다고 판단되면 바로 심리상담을 받아야 한다.
심리상담을 하며 대화하는 것은 그간 알지 못했던 우울증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국방의 임무를 다하고 있는 장병들이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삶을 포기하는 것을 볼 때 병영생활전문상담관으로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 주변 동료들을 향한 작은 관심이 필요하다.
|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