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양 K-pop 스타를 만나다

정점, 그 다음을 묻는 질문에 세계에 외친 ‘아리랑’ 답가

입력 2026. 03. 23   16:20
업데이트 2026. 03. 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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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스타를 만나다
BTS의 귀환 

바쁘게 달렸던 20대는 과거로, 30대의 BTS는 새로운 시대로 떠난다
13년의 서사를 14곡에 녹여내고 성장의 열망을 한국적 정서로 승화시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 K팝의 가장 거대한 이벤트는 오래전부터 예정돼 있었다. 지난 20일 방탄소년단(BTS)의 컴백이었다. 

지난해 막내 정국의 제대 이후 모든 멤버가 군 복무를 마친 BTS는 전 세계 대중음악계 정상으로의 귀환을 서둘렀다. 2022년 앤솔러지 앨범 ‘프루프(Proof)’ 이후 3년 9개월 만의 복귀작은 2020년 ‘맵 오브 더 소울: 세븐(MAP OF THE SOUL: 7)’을 발표한 뒤 6년 만에 내놓는 5번째 정규앨범으로 가닥이 잡혔다.

청춘의 불안과 고독을 어루만지며 젊음의 대변자로 거듭난 그룹은 ‘윙스(Wings)’라는 앨범 제목처럼 날개를 달고 비상(飛上)해 한국대중음악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악팀이 됐다. 도저히 멈출 수 없을 것만 같던 성장세는 모든 세상이 정지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이어졌다. 경쾌한 ‘다이너마이트(Dynamite)’ ‘버터(Butter)’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가 간결한 구조와 희망찬 메시지로 그룹의 상업적 최전성기를 이끌어 줬다.

이제 BTS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한다. ‘너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라는 표어와 함께 인간 영혼의 지도를 그리며 바쁘게 달렸던 20대는 과거의 일이다. 30대의 BTS는 지금까지의 방대한 서사를 압축해 기다림에 응해야 함과 동시에 최고조에 달한 세간의 기대를 만족시켜야 한다. BTS의 대답은 ‘아리랑(ARIRANG)’이었다. “나는 누구인가”에 관한 고찰과 세상과의 충돌, 그럼에도 지친 모두에게 안식처를 내줬던 긴 경력이 한국이라는 정체성으로 수렴한다. 두려움 없이 K팝의 길을 개척했던 대표곡 ‘온(ON)’의 정신은 성덕대왕신종의 1분39초 웅장한 잔향으로 잘게 부서진다. 맑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 아이를 쇳물에 던져 넣었다는 전설 속 이야기처럼 사회로 돌아온 멤버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사명에 새로이 복무하고자 멀고 먼 길을 다시 떠난다. 고개를 넘어간다.

“아리랑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다 같이 담겨 있다 보니까 그런 정서가 오랜만에 앨범을 내면서 저희가 그동안 겪었던 희로애락을 포괄하고자 하는 그런 음악을 잘 묶어 줄 수 있겠다.” 리더 RM의 설명에 따라 앨범 제목은 ‘아리랑’이 됐다. ‘아리랑’이 가장 한국적인 음악이라면 앨범 제목과 함께 수록곡에 쓰인 ‘겨레의 마음’ ‘김구 선생님’과 같은 나열 때문만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그룹이란 명성과 국가대표라는 압박을 견뎌야 하는 그룹의 지난 13년 서사를 14곡에 녹이는 압축과 성장을 향한 강한 열망이 이 앨범을 다른 각도에서 한국적인 작품으로 만든다.

앨범은 순서대로 BTS의 경력을 펼친다. RM, 슈가, 제이홉을 주축으로 힙합그룹이 되고자 했던 그룹 초창기의 거친 면모가 전반부의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 ‘훌리건(Hooligan)’ ‘에일리언스(Aliens)’ ‘2.0’에 녹아 있다. 흔히 ‘학교 3부작’으로 불리는 저돌적 시대의 기록을 세계 최정상급 프로듀서들이 참여해 해상도를 높이며, 그룹이 오래도록 지향했던 가치를 다시금 이어 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돋보인다. 

성덕대왕신종 타종음을 담은 ‘No. 29’는 확실한 전환점이다. 낯선 세상 앞에 무기력하고 고통스러웠던 ‘화양연화 시리즈’의 연약한 BTS가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30대 BTS와 교차한다. “이 나쁜 세상에서 착한 척만 하고 있어”라고 토로하는 타이틀곡은 ‘스윔(SWIM)’이다. 멤버들의 설명과 달리 이 곡은 힘차게 파도를 넘어 노를 저어 가는 뱃노래가 아니다. 아무도 답을 내려주지 않는 외로운 시기에 무한히 충성하는 팬덤 아미(A.R.M.Y.)와 깊이 잠겨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물살을 타겠다는 유연한 태도가 돋보인다. 

새로운 가치관을 정상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혼돈의 ‘노멀(Normal)’과 짙은 쾌락에 정신을 놓아 버리는 ‘라이크 애니멀스(Like Animals)’, 구설에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데이 돈트 노우 바웃 어스(they don’t know ’bout us)’ 파트에서 ‘화양연화’ 이후 ‘러브 유어 셀프(LOVE YOURSELF)’ 시리즈까지 흔들리면서 나아가던 그룹의 10년 전이 들린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채를 띠는 ‘아리랑’의 후반부는 희망적이다. 애절한 사랑을 노래하는 ‘플리즈(Please)’와 함께 보편의 정서를 노래한다. “태양을 향해 뛰어도 가까워지진 않아도 (…) 그저 잠시뿐인걸.”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인투 더 선(Into the Sun)’에서 BTS는 그들이 어째서 방황하는 모든 영혼을 울릴 수 있었는지를 분명히 깨닫고 있다. “그래도 좋은 날이 더 많기를”이라고 기도했던 ‘둘! 셋!’, 기어코 봄은 다시 올 것이라고 믿었던 ‘봄날’, “너도 나처럼 지워진 꿈을 찾아 헤맸을까?”라는 공감과 함께 계속 꿈꾸기를 응원했던 ‘유포리아(Euphoria)’의 BTS가 한 많은 ‘아리랑’을 모두의 가락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의 컴백쇼 마지막 곡이었던 ‘소우주’ 역시 ‘아리랑’의 새로운 BTS가 수많은 강요와 기대,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혼란을 직시하며 새로운 음악을 해 나갈 수 있는 굳건한 음악적 자산이다. “어쩜 이 밤의 표정이 이토록 또 아름다운 건 저 어둠도 달빛도 아닌 우리 때문일 거야.” 칠흑 같은 아리랑이 희망의 아리랑으로 매듭지어진다.

개별 멤버의 솔로 프로젝트와 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 음악이 나오기도 전 의미부터 뽑아내고자 하는 세상에 ‘아리랑’은 충분히 준비된 작품으로 들리진 않는다.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던 광화문광장의 논란처럼 정규앨범 또한 명쾌한 해석 대신 그룹이 처해 있는 상황을 어지럽게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 BTS가 BTS로 존재할 수 없는 시대에 일곱 청년은 BTS로 남아 있고자 고군분투한다.

그것이 1865년 경복궁 중건 당시 전국 방방곡곡에서 동원돼 거대한 궁궐을 지어야 했던 백성들의 한 많은 노래 ‘아리랑’과 결합하며 의외의 면모를 내비친다. 세계적인 슈퍼스타 BTS가 만들어 내는 현상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실시간 속보로 내보낼 것이다. BTS의 컴백을 다루는 한국 사회의 요란한 소음 속에 쉽지 않은 일이나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모여 만드는 음악에 고요하게 귀 기울여 보자.

 

필자 김도헌은 대중음악평론가다. 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와 편집장을 역임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이다. 음악채널 제너레이트(ZENERATE)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운영 중이다.
필자 김도헌은 대중음악평론가다. 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와 편집장을 역임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이다. 음악채널 제너레이트(ZENERATE)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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