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산문집 출간 - 흑표부대 김원식 소령
군인(軍人)과 문인(文人). 언뜻 생각하면 가장 어울리지 않는 두 갈래 길을 함께 걷는 이가 있다. 2006년 임관해 현재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흑표부대에서 복무 중인, 임관 21년 차 김원식 소령은 지난해 11월 산문집 『기울어진 계절』, 12월 시집 『가슴에 안녕을 묻어 두었다』를 각각 출간했다. 책을 펴내는 데 그치지 않고 부대 내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문학을 매개체로 소외계층 봉사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군인으로서 임무를 완수하는 와중에 군 공동체의 다양한 목소리를 기록으로 남기고, 전우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다는 꿈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최한영 기자/사진 제공=김원식 소령
군인의 삶 기록한 글 모아 책 펴내
학창 시절 문학 전공자도 아니었고, 처음부터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꿨던 것도 아니었다. 보통의 군인처럼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와중에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이 시작이었다. 김 소령은 “독서를 하며 군 생활 경험을 정리할 필요를 느꼈고 삶의 본질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기록하는 데 흥미를 느꼈다”며 “군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글이 쌓이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일과 이후 또는 잠깐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작성한 글은 개인 블로그(觀者놀이-삶을 바라보는 태도의 기록)와 브런치(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에 기록했다. 이를 모아 산문집과 시집을 펴냈다. 김 소령이 쓴 글에서는 군인과 문학도의 삶이 겹친다.
“명령 속에 사는 나는 군인 / 고요 속에 사는 그는 시인 / 나는 전선을 지키고 / 그는 감정을 지킨다….”(시 ‘나는 군인, 그는 시인’ 중),
“나는 군 생활을 하며 작은 어항 속에 갇힌 듯한 순간을 종종 경험했다. 전방의 고립된 초소, 반복되는 작전과 경계 근무, 상명하복의 질서 속에서 때로는 내 삶의 그릇이 바닥까지 좁아진 것처럼 느껴졌다….”(산문 ‘봄비에 씻겨 내려간 어제’ 중).
김 소령은 “바쁜 일정을 보내다 보면 자신의 마음 상태를 점검할 기회를 놓치기 쉽다”며 “글은 그러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 돌아보는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개인적 감정과 경험을 기록하는 일이 군인으로서 정체성을 흔드는 것이 아닌, 자신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군인이자 40대 중년으로서 겪었던 실패와 좌절, 고독과 고통, 심지어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글로 새기며 삶을 돌아보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도 책에 담았다. 자신의 경험이 지금 말 못할 고민에 빠진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회복의 희망을 줄 수 있다고 김 소령은 믿는다.
호국시집 출간, 시각장애인 봉사활동 등 계획
그의 시선은 개인적으로 글을 쓰고, 책을 펴내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주위 전우, 나아가 이웃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한다.
지난달 시 쓰는 군인들과 뜻을 모아 ‘초록동색문학회’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문학회는 현역 장교와 부사관, 군무원, 병사 등 계급과 보직을 구분하지 않고 각자의 언어로 군 생활을 기록한 시를 모아 시집으로 엮는 모임이다. 김 소령은 “결과물이 아닌 서로의 글을 읽으며 공감하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며 “조만간 첫 시집이 나올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오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육·해·공군과 해병대 장병이 함께하는 호국시집 출간도 계획 중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접근성 확대와 봉사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시각장애인 독자들도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음성 자료 제공, 낭독, 기증 등의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김 소령은 “제가 펴낸 산문집과 시집은 현재 시각장애인 전용 프로그램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 애플리케이션, ‘소리샘’ 웹 서비스에 전자도서로 등재돼 텍스트음성변환(TTS) 형태로 시각장애인에게 제공되고 있다”며 “앞으로 출간할 개인 저서, 군인들의 시집 역시 사회공헌 차원에서 같은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병영 독서모임을 활성화하기 위한 실용서 출간도 준비하고 있다. 2014년부터 ‘독(讀)한 녀석들’ 병영 독서모임을 운영해 온 김 소령은 특전사 전입 후에는 ‘특전사군’(‘특’별한 책 한 권, ‘전’환의 시작, ‘사’유하고 질문하는, ‘군’인들) 독서 모임도 만들었다. 독한 녀석들 경험을 토대로 군에서 지속 가능한 독서모임 모델을 정립하고 책으로 남길 계획이다. 김 소령은 “책이 출간되면 장병들의 독서 모임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개인적인 기록을 넘어 여러 부대에서 참고할 수 있는 실용적 사례집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책과 기록, 자신을 돌아보는 방법”
김 소령이 가진 앞으로의 목표도 단순하다. 군인으로서 전투복을 벗는 순간까지 임무에 충실히 하는 한편 독서와 기록을 통해 군 내 다양한 목소리를 남기는 것이다. 김 소령은 “많은 군인이 참여하고 나눌 수 있는 기록과 독서의 장을 지속해서 만들고자 한다”며 “독서와 글쓰기가 하나의 ‘활동’이 아니라 ‘문화’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마지막, 김 소령은 국방일보 독자, 특히 전우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
“여러분들은 최전선과 후방,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각자 역할과 임무를 묵묵히 감당하고 있습니다. 고민과 피로, 흔들림은 많은 장병들이 겪는 감정일 겁니다. 마음이 힘들 때 책과 기록, 독서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임무에 매진하는 장병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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