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지금까지 군생활에 좋은 멘토가 많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해주고 방향을 제시해준 고마운 분들이다. 하지만 계급이 올라가면서 그러한 멘토들은 하나둘 떠나고 내가 멘토가 돼야 할 때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히 알지 못하고 정리가 되지 않아 곤란할 때가 많다.
누군가가 조언을 필요로 할 때 생각은 있지만 정리가 되지 않을 때 책은 생각을 정리해 누군가의 멘토가 될 수 있는 가히 멘토 중의 멘토라고 할 만하다.
실무에 있으면서 책을 멀리하는 요즘 장병들의 시류가 아쉽다. 스마트폰은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데에는 효율적이다. 하지만 지식 배경과 다양한 경험, 그리고 견해 등 본질적인 것을 축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책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우리의 내면을 확장시키는 다양한 것들의 축적을 가능하게 하고 멘토와의 대화나 어떤 계기로 깨달음을 얻는 데 기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독서는 몰입으로 시작해 긴 호흡으로 진지한 사유를 할 수 있게 한다. 독서에서 몰입은 가장 어렵지만 꼭 해야 하는 부분이다. 몰입은 책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게 하고 이후에는 흘러가듯 책이 제시하는 방향을 따라가며 깊은 생각으로 나의 내면을 살찌우게 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의 희열과 뿌듯함은 독서의 매력을 알게 하며 권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책을 찾게 하는 이유가 된다. 이를 위해 여러 계기를 만들어주고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먼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국방일보 읽기는 독서에 대한 시작에 있어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자신이 생각해 내지 못했던 분야를 읽고 생각하며 동료들과 함께 얘기함으로써 읽는 즐거움을 느끼고 이를 습관화한다면 독서에 도전해볼 만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군에서는 병영도서관과 소규모 북카페들이 있다. 일부 지휘관의 관심이 있으면 잘 운용되지만 여러 업무와 독서를 해야 하는 당사자들의 관심 부족으로 운용에 어려움이 겪는 부대도 있다. 더울 때 시원하게 해주고 추울 때 따뜻하게 해주며, 관심 있는 책들로 자주 바꿔준다면 자연스럽게 책에 눈길이 가고 어느 순간 책에 몰입해 있는 장병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서 활성화를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계발해줬으면 좋겠다. 소규모 북토론회도 좋고 독서감상문을 통한 포상도 좋다. 지금 문고판으로 나오는 진중문고를 크게 만들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아가 병영도서관 운용의 외주화를 통해 전문독서가들이 장병들에게 독서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부에서는 짧은 군 생활에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냐는 얘기도 한다. 하지만 바꿔 말해보면 사람이 어떻게 전투준비만 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고 자신의 위치에 대한 가치를 정립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이렇게 될 때 균형감 있는 군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위에 많은 멘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멘토들의 좋은 조언을 잘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독서를 통해 본질적인 것들에 대한 축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나처럼 좋은 멘토가 되고 싶지만 자신 없는 사람도, 조언이 필요해 멘토를 찾는 사람도 독서는 흔들림 없이 항상 그 자리에서 나에게 조언해주는 멘토가 돼줄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계기를 만들어줘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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