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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적 자율성·기여 확대로 ‘조정된 동맹’ 유지할 듯

입력 2026. 03. 20   17:25
업데이트 2026. 03. 2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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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슈돋보기
미·일관계: ‘힘의 지배’의 시대와 ‘대등한 동맹’을 추구하는 관계의 딜레마

일본,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입장
미국, 안보 제공 거래 관점서 접근
상호 이익에 상충 잠재적 갈등 내포
힘의 논리 심화되는 국제질서 속에서
대외정책 원칙·동맹 요구 양립에 초점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지난해 9월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위한 한 검토 보고서는 오늘의 국제정세를 두고, 세계가 더 이상 ‘법의 지배’하에 움직이지 않으며 오히려 ‘힘에 의한 지배’가 횡행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가시화한 ‘탈냉전의 종언’, 그리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동맹과 국제질서를 다시 힘의 논리로 재편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는 미국의 회복과 이익을 위한 동맹국의 기여, 기존의 안보 제공과 의존 관계를 넘어서 보다 ‘대등한’ 관계로의 전환을 압박하는 방향성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미·일관계에는 어떤 긴장과 딜레마가 자리하고 있으며 향후 미·일관계는 어떻게 전환될 것인가.

먼저 ‘힘의 지배’는 미·일관계에 있어서 두 가지 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첫째, 탈냉전 이후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함께 유지해 온 미·일 간에 국제질서의 근본적인 원칙과 지향점에 대한 공유가 부재한 것을 넘어 직접 충돌할 여지가 발생하고 있다.

일본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내재되어 있는 ‘법의 지배’와 ‘규칙 기반의 질서’를 대외정책 원칙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 원칙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동맹의 이익’과 미·일 각국의 이익이 상당한 정합성을 가지고 추진될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이 인도·태평양을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외교·안보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일본의 입장에서는 대외정책의 원칙과 ‘동맹의 이익’ 사이의 딜레마를 키우고 있다. 중국의 위협과 중·일 안보 갈등은 미·일동맹의 대체 불가성을 재확인시키고 있다. 이는 일본으로 하여금 동맹의 이익을 우선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대(對)중 견제를 위한 가장 강력한 규범적 기제를 일본 스스로가 선별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대미 정책과 대중 정책을 양립시키고, 나아가 원칙에 입각한 대외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는 데 도전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동맹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수렴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외정책의 원칙적 정당성과 일관성을 약화시키는 데 있어서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한 반대’와 ‘힘에 의한 평화’ 간의 긴장 가능성이다. 그동안 일본은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 아래 억제력으로서 군사력 강화와 동맹 협력을 정당화해 왔다. 미·일동맹 강화, 반격 능력 확보, 소다자 안보협력 확대도 모두 이러한 논리 위에서 추진됐다.

 

지난 1월 일본 도쿄 인근 후나바시의 나라시노 캠프에서 일본 지상 자위대와 주일 미군이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월 일본 도쿄 인근 후나바시의 나라시노 캠프에서 일본 지상 자위대와 주일 미군이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힘에 의한 평화’는 힘의 우위를 확보함으로써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그 자체로서는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대한 반대’와 반드시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데 있다. 억제를 위한 힘과 지배를 위한 힘은 현실에서 쉽게 구분되지 않으며 힘의 우위를 앞세운 담론이 지배적이 될수록 억제의 논리는 지배 논리로 확장될 위험이 있다. 일본은 안보 현실상 ‘힘에 의한 평화’에는 동조할 수 있어도 중견국으로서 ‘힘의 지배’ 자체를 정면으로 수용하거나 정당화하기는 어렵다는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대등한 미·일관계’ 또는 ‘미·일관계의 불평등성’은 주로 미국의 입장에서 두 가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하나는 ‘경제와 안보 간의 거래’, 또 하나는 동맹국의 주도적인 역할의 확대다.

먼저 경제·경제안보 관점에서의 ‘대등한 미·일관계’의 추구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미·일관계는 상대적으로 안보 영역보다 경제 영역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경제와 안보 간의 ‘거래’, ‘경제안보’ 속에서 상호 연계해 왔다. 기존에도 ‘경제안보’의 부상에 따라 순수한 경제와 안보 간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는 경향성을 보여왔고, 미·일 안보관계는 이런 정책에 있어 미국의 이익과 미국과의 협력을 고려하게끔 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동했다. 단, 이는 과거에는 동맹 공동의 이익으로서 추진되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미국의 이익이자 안보 제공에 대한 ‘거래’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성과 정도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또는 동맹국의 대미 투자는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에 대한 비용으로서 계산된다. 이런 접근법은 경제와 안보를 분리해서 대응하며 각각의 영역에 있어서 상호 이익을 추진해 나가고자 하는 일본의 접근법과는 상충해 잠재적인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다음은 군사안보적 관점에서의 ‘대등한 미·일관계’의 추구이다. 미국은 미국에 대한 ‘일방적인 안보 의존’ 관계에서 벗어나 동맹국이 자국의 안보를 일차적으로 확보하고, 지역 안보에 있어서도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동맹국들이 역할을 확대해 나가라고 압박하고 있다. 지난 1월 발간된 미 국방전략서에서는 이러한 기조를 분명하게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적 역할분담이나 태세 강화에 있어 ‘대등한 미·일관계’의 추구는 미·일동맹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갈등도 내포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미국의 ‘압박’에 대한 일본의 수동적인 ‘반응’으로서의 정책 전환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한다. 이는 곧 미·일동맹 안에서 일본의 ‘대등성’은 일본의 자율성과 함께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일본의 안보를 위해 필요하며 또한 국내적인 제약 때문에 가능한 역할 범위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속에서 미국이 필요로 하는 일본의 군사적 역할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 다시 말해 ‘대등한 미·일동맹’의 추구는 반드시 동맹의 ‘안정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번 미·이란 전쟁 국면과 지난 19일 미·일 정상회담은 오늘날 미·일관계에서 여전히 동맹의 유지와 강화가 일본 외교의 최우선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일본은 미국의 일방주의와 거래적 접근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중 정책과 지역 안보의 불확실성 속에서 미·일동맹의 전략적 불가결성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일본은 규범과 원칙, 경제와 안보, 자율성과 동맹 기여 사이의 긴장을 해소하기보다 관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앞으로의 미·일관계는 ‘대등한 동맹’이라는 명분 아래 더욱 긴밀해질 가능성이 크지만 그 실질은 비대칭성을 완전히 해소한 관계라기보다 일본의 제한적 자율성과 기여 확대를 통해 유지되는 조정된 동맹에 가까울 것이다. 따라서 향후 미·일관계의 핵심 쟁점은 동맹의 강화 여부 자체가 아니라 힘의 논리가 심화되는 국제질서 속에서 일본이 어느 범위까지 대외정책의 원칙과 동맹의 요구를 양립시켜 나갈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장 혜 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장 혜 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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