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공군

‘사막의 빛’ 작전 묵묵한 헌신 공군 현장 임무요원 5인

임채무

입력 2026. 03. 19   17:29
업데이트 2026. 03. 19   18:22
0 댓글

사막을 넘어…“우리는 국민을 지킵니다”
다시 빛으로…“여기는 대한민국입니다”

우리 군이 언제 어디서나 국민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또 한번 지켰다. 중동의 밤하늘, 공군의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한줄기 빛처럼 날아 현지에 고립됐던 우리 국민 204명과 외국 국적 가족 5명, 일본 국민 2명 등 총 211명을 구한 것. 작전명 ‘사막의 빛’은 위기 속에서 군이 존재하는 이유를 가장 선명하게 증명한 순간이었다. 작전 종료 나흘째, 또 다른 곳에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공군 임무요원들에게 당시의 상황을 들어봤다. 임채무 기자/사진=국방부·공군 제공

작전에 참가하는 공군 임무요원들이 출정신고를 하고 있다.
작전에 참가하는 공군 임무요원들이 출정신고를 하고 있다.

 

5공중기동비행단 오호연(소령) KC-330 조종사
5공중기동비행단 오호연(소령) KC-330 조종사


5공중기동비행단 오호연(소령) KC-330 조종사
바람이 예보와 달라 악조건 직면
고도와 속도 변경 수차례 요청
항로 이탈 없도록 쉼 없이…

“이륙 직전 사우디 당국의 영공 통제로 40분간 대기해야 했습니다. 민항기들이 착륙하지 못한 채 공항 인근을 맴도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조종석에서는 모든 비행 준비를 마친 채 묵묵히 기회를 기다렸습니다.”

KC-330 조종간을 잡은 오호연 소령은 긴박했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공항에서의 순간을 이같이 회상했다. 이번 임무는 10여 개국 영공을 통과하며 33시간을 연속 비행하는 고난도 작전이었다. 그 과정에서 상공의 바람이 예보와 40노트 이상 차이가 나는 악조건에 직면하기도 했고, 최대한 안전하고 빠르게 임무를 마치기 위해 고도와 속도 변경을 적극적으로 관제기구에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신호가 계속 포착돼 지정된 항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항법 상태를 계속 점검해야만 했다.

 

KC-330의 강점은 작전 성공의 열쇠였다. 오 소령은 “적외선 유도 미사일 공격을 막아내는 지향성 적외선 방해장비(LAIRCM) 덕분에 시그너스의 기능과 저 자신을 믿고 안심하고 이착륙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간 기착지인 태국 방콕에 착륙할 때는 중동 시간 기준으로 새벽이라는 점을 고려해 탑승객들이 잠에서 깨지 않도록 최대한 부드럽게 착륙하려는 세심함도 잊지 않았다.

 

그는 “서울공항에 무사히 착륙해 쏟아지던 박수 소리를 들었을 때, 국민을 지키는 군인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게 됐다”며 깊은 감회를 전했다.

 

 

5공중기동비행단 박OO(중사) 항공특수통제사(CCT)
5공중기동비행단 박OO(중사) 항공특수통제사(CCT)

 

5공중기동비행단 박OO(중사) 항공특수통제사(CCT)
혹시 모를 상황 대비
항공기 밖 스텝카에서 경계 수행
많은 교민들이 보다 빠르게 탑승하도록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임무를 준비하면서도, 교민들께 최대한 친근하게 다가가 안도감을 드리려 노력했습니다.”

공군항공특수통제사(CCT) 박OO 중사에게 이번 작전의 최우선 목표는 ‘국민의 안전 확보’였다.

통상적인 CCT 작전과 달리 이번 ‘사막의 빛’ 작전에는 보호해야 할 민간인의 수가 많았다.

이에 착륙 전·후 공항 주변과 위협 상황 등을 지속 확인·판단하면서도 국민이 안심하고 KC-330에 탑승할 수 있도록 작전을 펼쳤다.

박 중사는 “교민들이 고국의 땅을 밟는 순간까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고려해 작전을 수립했다”면서 “경호 원칙을 준수하되 저희를 믿고, 안정감을 가지실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부연했다.

이륙 지연 상황에서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항공기 밖 스텝카에서의 경계도 수행했다. 덕분에 많은 교민이 보다 빠르게 KC-330에 탑승할 수 있었다.


박 중사는 “우리 CCT는 국내외 어느 곳에서, 언제, 어떤 임무가 부여되더라도 완벽히 수행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면서 “작전을 적극 지원해 준 정부와 공군, 그리고 30시간 넘는 비행에도 피로한 기색 없이 밝은 모습으로 헌신한 동료들 덕분에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5공중기동비행단 임철호(중사) 항공적재사
5공중기동비행단 임철호(중사) 항공적재사


5공중기동비행단
임철호(중사) 항공적재사

머리는 차갑게 마음은 따뜻하게
우는 아이 달래기 위해
공군 굿즈 스케치북 색연필 건네


“예상치 못한 이륙 지연 상황에서 ‘머리는 차갑게, 마음은 따뜻하게’를 끊임없이 되뇌었습니다. 기내 안전을 책임지는 저희가 당황하면, 교민들은 저희를 보면서 몇 배의 불안을 더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화물 적재와 기내 안전을 총괄한 항공적재사 임철호 중사는 당시의 무거운 책임감을 생생히 전했다. 이륙이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그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노약자와 임산부, 영유아를 비상구 인근 전방 좌석에 우선 배치하고, 비행 중 난기류가 발생할 때마다 기내를 돌며 승객들의 상태를 꼼꼼히 살폈다. 장시간 비행과 낯선 환경으로 우는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미리 준비한 공군 굿즈와 스케치북, 색연필을 건네며 심리적 안정을 돕기도 했다. 

임무개시 전날 브리핑 때 강근신(준장) 공군5공중기동비행단장이 당부한 “최선을 바라되 최악에 대비하라”는 말을 가슴에 새긴 임 중사는 이번 작전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으로 “기본에 충실할 때 비로소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는 것을 꼽았다. 그는 “작전에 있어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으며, 서로에 대한 신뢰와 책임감이 모여 하나의 임무를 완성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깊이 체감했다”며 “이번 작전을 통해 얻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본에 충실하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작전사령부 홍관영(상사) 항공전투촬영사
작전사령부 홍관영(상사) 항공전투촬영사


작전사령부 홍관영(상사) 항공전투촬영사
이륙 지연 긴장감에도 셔터 멈추지 않아
열악한 현지 통신망 뚫고 사진 전송 
치열했던 현장 알려

“렌즈 너머로 포착한 교민들의 환한 미소는 제 군 생활 중 가장 영광스러운 기록입니다.”

항공전투촬영사 홍관영 상사의 뷰파인더는 작전 내내 교민에게 ‘안도감’을 전해주는 공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현지 상황을 전혀 알 수 없는 환경에서 홍 상사는 동료들과 수많은 변수를 예측하며 준비에 준비를 거듭했다. 마침내 수송기에 탑승해 불안을 떨쳐내고 옅은 미소를 띠는 교민들, 그리고 태극기를 흔들며 이들을 환영하는 임무요원들의 모습은 그가 놓칠 수 없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이륙 지연으로 기내에 긴장감이 돌 때도 그의 셔터는 멈추지 않았다. 출입구를 든든히 지키는 CCT, 불안해하는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의무요원, 차분하게 객실을 통제하는 항공적재사까지. 국가가 국민의 ‘방패막이’가 돼 주는 순간들을 프레임에 빼곡히 담아냈다.

가장 큰 위기는 경유지인 태국에서 찾아왔다. 열악한 현지 통신망과 짧은 체류 시간 탓에 사우디에서 촬영한 사진·영상 전송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홍 상사는 동료들과 수없는 시도 끝에 이륙 직전 극적으로 전송을 완료하며 치열했던 작전의 ‘현장’을 국내에 알릴 수 있었다.

홍 상사는 “서울공항 착륙 직후 쏟아지던 박수와 환한 얼굴로 장병들과 악수하며 수송기에서 내리던 교민들의 발걸음을 잊을 수 없다”면서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공군의 역사를 기록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5공중기동비행단 김승욱(소령) 5항공의무대대장
5공중기동비행단 김승욱(소령) 5항공의무대대장


5공중기동비행단 김승욱(소령) 5항공의무대대장
36주 차 임신부 다리 부종 통증 호소
신속 협조로 좌석 이동
33시간 긴 비행 무사히… 

“33시간의 비행 동안 1시간 간격으로 기내를 돌며 교민들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타국에서 두려움에 떨던 분들이 수송기에 올라 안도의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며, 우리 군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5항공의무대대장 김승욱 소령에게 이번 작전은 출발 전부터 치열한 고민의 연속이었다. 사전 파악된 탑승자 건강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한정된 기내 공간에 어느 수준까지 의료 장비와 의약품을 싣고 갈지 ‘적정선’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처럼 통제된 진료 환경이 아닌,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최악의 우발 상황까지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륙 후 의무요원들의 역할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했다. 기류 변화에도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고령자와 영유아 가족을 기체 흔들림이 적은 구역에 우선 배치했다. 33시간의 긴 비행 동안 의무요원들은 1시간마다 객실을 돌며 교민들의 건강을 확인했다. 구토나 감기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을 즉각 진찰해 부모의 불안을 잠재웠고, 특히 다리 부종과 통증을 호소하는 36주 차 임신부는 항공적재사 등과 신속히 협조해 다리를 뻗고 쉴 수 있는 좌석으로 이동시키는 세심함을 발휘했다.

김 소령은 “어떠한 위기 순간에도 조국은 국민과 함께한다는 굳건한 믿음을 드려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국민이 필요로 할 때 언제든 즉시 투입될 수 있도록 완벽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