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전…6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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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진열장 속 거대한 상어가 관람객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금방이라도 덮칠 듯 응시하는 이 상어는 포름알데히드 용액에서 최후를 맞았지만, 보는 이들에겐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다.
이 대형 설치작품은 영국 출신의 현대미술 거장 ‘데이미언 허스트’의 초기작 ‘살아 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이다.
20일부터 오는 6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전을 위해 2012년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 전시 이후 처음으로 국내에 공개됐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자신의 죽음은 실감하지 못한 채로 살아가는 역설을 표현했다.
고개를 돌려 마주하는 또 다른 작품도 관람객을 극한의 긴장감으로 몰아넣는다.
죽은 소의 머리와 파리 유충, 살충기로 구성된 설치작품 ‘천년’이다. 작가는 커다란 유리창 한쪽에서 부화한 파리들이 피가 흐르는 소의 잔해를 따라 다른 쪽으로 이동하도록 구성했다. 그 과정에서 파리가 살충기에 걸리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 삶과 죽음의 순환을 날것 그대로 시각화해 자연의 섭리를 일깨운다.
발걸음을 옮겨 어둠의 전시장에 들어서면 수천 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해골이 또 한 번의 충격을 선사한다. ‘신의 사랑을 위하여’라고 명명된 이 작품은 인간 두개골을 백금으로 주조하고 8601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했다. 영원함·아름다움의 상징인 다이아몬드와 죽음을 의미하는 해골을 조합해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삶의 무상함을 담았다.
작품 뒤로는 수천 마리의 실제 나비 날개를 이용해 제작한 삼면화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를 배치해 극적 효과를 더했다.
데이미언 허스트는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는 4번째 방문이다. 올 때마다 항상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훌륭한 장소라고 생각한다”며 “40년 동안 예술가로 활동한 작품들을 큐레이터들이 잘 전시해 주셨다. 작품 자체에 제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계의 ‘스타’이자 ‘악동’으로 불리는 허스트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이다. 쓰레기 더미에서 찾은 오브제를 콜라주한 초기작부터 현대미술계에 논란을 일으켰던 작품과 미공개작 등 50여 점이 소개됐다.
전시공간이 충격의 연속이라면 MMCA 스튜디오에 재구성한 그의 작업실은 편안함을 선사한다.
영국 런던에 있는 허스트의 작업실 ‘리버 스튜디오’를 재구성한 공간으로 그가 사용했던 붓과 페인트, 작업복뿐만 아니라 작품에 등장하는 소품들이 예술작품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밤늦게까지 작업에 임한 허스트는 거울에 분홍색 글씨로 ‘사랑해요, 대한민국’이라는 친근한 인사도 전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과거 허스트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지금까지 봤던 현대미술 작품 가운데 가장 충격적이었다”며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그는 현대예술 담론의 경계를 확장한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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