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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다이어리] 무엇을 위한 분대장인가

입력 2026. 03. 19   15:30
업데이트 2026. 03. 1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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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있게 해 봐!”

무슨 일을 해도 긴장부터 하던 내가 자주 듣던 말이다. 낯을 많이 가리고, 많은 사람 앞에 서 본 적도 없을뿐더러 별일 아닌 상황에서도 항상 걱정이 앞섰다. 스스로를 내세우는 일에도 익숙지 않았다. 이런 자신을 바꾸고 싶다고 수차례 생각해 왔지만 ‘기회가 없다’는 핑계로 늘 제자리에 머물렀다. 어느 날 기회의 시간이 찾아왔다. 육군훈련소의 분대장, 즉 조교로 근무하게 된 것이다.

기억에 남는 군 생활, 올바른 군 생활을 하고 싶었던 차에 분대장이란 직책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수많은 사람 앞에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분대장으로서 훈련병들을 세워 두고 첫 시범을 보였던 날의 차가운 공기와 따가운 시선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수많은 이의 시선이 몰려 있다는 부담감에 한껏 위축됐다. 하지만 ‘후회 없이 딱 한 번만 잘해 보자’는 마음으로 시범에 임했다.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를 만큼 긴장했던 첫 시범을 무사히 마쳤을 때의 순간 역시 잊히지 않는다. 훈련병의 “멋있다”는 감탄 한마디가 마음에 작은 변화를 만들었다.

그 후로도 여러 차례 실수를 하면서 연습과 노력을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선임·동료들의 조언과 격려가 차곡차곡 쌓였다. 그 모든 경험은 점차 자신감으로 자리 잡았다.

처음부터 완벽한 분대장은 없다. 분대장으로서 모범을 보이려는 노력과 맡은 역할에 대한 책임감이 쌓이며 조금씩 분대장다운 모습으로 성장해 갔다. 이후 중대 선임 분대장의 임무도 수행하게 됐다. 이젠 과거의 나처럼 긴장하고 위축된 후임 분대장을 이끄는 자리에 있다. 그들의 자신감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길 바라며 지난 경험을 나누곤 한다.

무엇을 위한 분대장인가? 육군훈련소에서 분대장을 하며 종종 들은 질문이다. 과거에는 선뜻 답하지 못했던 질문이지만,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수많은 훈련병 앞에서 당당한 군인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어느 누구 앞에서도 단단한 나로 서기 위해서다.

군대는 힘든 공간이지만, 쉽게 하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하루하루 성장해 가는 나, 자기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가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 역시 분대장이란 역할을 맡으면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자신감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책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장병들 또한 각자 자리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 보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분명 새로운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박태섭 상병 육군훈련소 26교육연대
박태섭 상병 육군훈련소 26교육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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