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물의 날로, 물 부족과 수질 오염의 심각성을 전 세계가 함께 인식하고 물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오늘날 물 문제는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 산업 활동에 따른 수질 악화는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를 점점 어렵게 하고 있다. 이는 군 작전환경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전쟁 양상은 변해 왔지만, 물의 중요성은 시대를 막론하고 반복적으로 강조돼 왔다. 고대 로마 군단은 장거리 원정을 수행하기 위해 수로와 저수시설을 구축해 안정적인 급수체계를 유지했고, 이를 통해 장기간 작전을 지속할 수 있었다. 반대로 수원(水源)을 상실한 도시는 전투 결과와 무관하게 붕괴로 이어졌는데, 이는 물이 곧 전쟁 수행 능력임을 보여 준다.
걸프전과 이라크 전쟁 당시 연합군은 극심한 사막환경에서 작전을 전개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식수와 위생용수 확보는 병력 운용의 핵심 과제로 부각됐다. 급수체계가 지연되거나 불안정해질 경우 장병의 체력 저하와 열 관련 질환이 급증해 작전 지속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시리아 내전에서도 급수 및 정수시설이 주요 공격 대상이 되면서 군과 민간 모두 식수 부족과 위생 악화를 겪었다. 이는 군의 전투 수행력 저하로 이어졌다.
군에 물은 단순한 생활자원이 아니다. 장병의 생명과 직결된 식수이자 부대 유지와 작전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 기반이다. 충분한 물이 확보되지 않으면 장병의 체력과 집중력이 저하돼 교전 없이도 전투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군은 전시와 재난상황에서도 식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정수장비를 운용한다. 외부 보급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작전 지속 능력을 보장하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현재 급수환경 교관으로서 정수장비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며, 신규 장비 도입과 운용요원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운용 중인 일부 정수장비는 노후되고 전시 파손 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장비가 충분하지 않다. 소규모 부대에서도 독자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정수장비의 도입 필요성 역시 현실적인 과제다. 안정적인 급수 지원체계 유지를 위해선 장비 보강과 체계적인 대비가 시급하다.
물은 준비되지 않으면 위기가 되고, 원활히 지원될 때 전투력으로 이어진다. 세계 물의 날을 계기로 물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닌 철저히 준비하고 지켜야 할 핵심 자산으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
물 한 컵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전시와 위기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군의 전투력 지속 능력을 지키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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