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란 타인과 구별하기 위한 기호를 넘어 사물이나 조직에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생명력과 같다. 부대의 이름 또한 그 부대가 수행하는 임무의 가치와 부대원의 자부심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내가 지휘하는 ‘인사지원대대’도 지난해 10월 1일부로 새로운 이름으로 새출발했다. 2023년 11월, 대대장으로 취임할 당시 우리 부대 이름은 중앙보충대대였다. 하지만 ‘보충대’라는 이름이 주는 사회적 편견은 의외로 가혹했다. 부사관 가족들이 “남편이 어디서 근무하느냐”는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보충대에 있다”고 답하면 “아이고, 어쩌다가…”라는 안타까운 시선 혹은 “일은 편하겠네”라는 무지 섞인 비아냥이 이어져 묵묵히 헌신하는 부대원들의 명예를 갉아먹고 있었다. 이 ‘웃픈’ 현실을 마주하며 나는 부대 이름 개정을 결심했다.
개정의 시작은 이름의 근거를 찾는 것부터 시작했다. 우리 부대는 인사사령부의 직할부대로서 전시에 병력보충의 핵심 임무를 수행하기에 ‘인사지원대대’라는 명칭이 타당했다. 또한 군수와 동원 분야가 이미 ‘군수지원’ ‘동원지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점도 설득력을 더했다. 지난 2년은 호소와 간청의 시간이었다. 전국의 보충대를 방문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령부와 관련 부서 실무자들을 찾아다니며 부대 이름 변경의 절실함을 호소했다.
지휘권이 바뀌고 담당자가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보충대가 창설된 지 75년 만에 ‘인사지원대대’라는 새 이름을 얻게 됐다. 현판식 날, 부대원들의 높아진 사기와 응원을 보내준 가족들의 미소를 보며 ‘이름의 힘’을 다시금 실감했다. 부대원들은 더는 자신의 소속을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오히려 육군의 인적 자원을 보호하고 관리한다는 자부심으로 무장했다. 누군가는 그저 간판 하나 바뀐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나 나와 우리 부대원, 그리고 가족들에게 이 변화는 감동이자 힘든 여정의 결실이었다.
우리의 여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제 또 하나 바꿔야 할 이름이 있다. 바로 ‘병역심사관리중대’다. 어려움을 겪는 용사들이 머무는 이곳이 야전에서 ‘병×대’라는 비속어로 희화화돼 불린다는 사실은 가슴 아픈 일이다. 상처받은 용사들이 이곳에 오는 순간부터 치유받고 새로운 시작의 희망을 느낄 수 있도록 나는 다시 한번 부대 이름 개정 건의를 준비하고 있다.
부대 이름은 그 부대의 얼굴이자 혼(魂)이다. ‘인사지원대대’라는 새 이름에 걸맞게 우리는 앞으로도 육군 구성원의 명예와 권익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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