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국방 소버린 AI’ 핵심 기술 내재화 필요성

입력 2026. 03. 12   15:45
업데이트 2026. 03. 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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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전 세계 안보전문가의 시선이 미국 워싱턴DC로 쏠렸다. 미 전쟁부(국방부)와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 사이에 전례 없는 정면충돌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기업 윤리 논쟁이 아니다. 현대전이 ‘AI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됐음을 알리는 동시에 ‘기술 종속’이 곧 치명적인 ‘안보 공백’으로 직결될 수 있음을 증명한 역사적 사건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미군은 이란을 대상으로 한 군사작전에서 팔란티어의 데이터 분석망과 앤트로픽의 대형언어모델 ‘클로드(Claude)’를 연동해 활용했다.

그러나 앤트로픽은 ‘살상용 자율무기 사용 금지’ 등 자사의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미 전쟁부의 ‘제한 없는 AI 사용’ 요구를 전면 거부했다.

이에 피트 헤그세스 장관은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전격 지정했고, 연방정부 차원의 점진적 사용 중단 지시가 하달됐다. 록히드마틴을 비롯한 주요 방산기업과 국방벤처들이 일제히 자체 시스템에서 ‘클로드’를 퇴출해야 하는 대혼란을 맞았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앤트로픽의 윤리 결정이 옳고 그름이 아니다. ‘기업의 AI 윤리정책으로 인해 국가의 작전 수행력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전은 이미 AI 의존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 의존 대상이 외부 기업, 외부 모델, 외부 서비스 업데이트 정책에 묶이는 순간 국방 전력은 언제든 중단되고 제한되며 차단될 수 있다. 이번 클로드 사태가 전 세계 군사전략가에게 남긴 충격적인 선례다.

우리나라도 대형언어모델을 적용한 미래 전력인 한국군지휘통제체계(KCCS) 전력화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KCCS가 외산 AI 위에 구축된다면 3가지 치명적 위험에 노출된다.

첫째, 기업의 정책 변경 한 번에 작전 수행 능력이 흔들린다. 둘째, 한국군의 핵심 군사 데이터가 외국계 기업에 유출돼 종속된다. 셋째, 공급 차단 등 유사시 군의 지휘통제체계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 이는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미국의 이란 공습 시작부터 현실이 되고 있는 시나리오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올해를 ‘AI 3대 강국 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범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방 소버린 AI’를 단기에 구축할 충분한 기술력과 산업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부터 합동참모본부 주도의 KCCS 전력화를 위한 ‘국방 소버린 AI’를 하향식 핵심 기술로 기획하고, 기술 내재화를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이어 왔다.

우리 국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어떤 외부 기업의 정책 변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완전히 통제 가능한 국방 AI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한국군의 작전 데이터, 전력 구조, 위협 판단 정보는 대한민국 영토에서만 처리·저장돼야 한다. 셋째, 우리 기술로 만든 대형언어모델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 외산 모델을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모델을 우리가 진화시켜야 한다.

AI 패권 경쟁이 과열되는 지금 군사 AI 서비스 개발을 외부에 위탁하는 국가는 디지털시대 식민지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반도체, AI를 활용한 K방산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수준을 증명하고 있다. ‘국방 소버린 AI’가 그 마지막 퍼즐이다.

합동전영역지휘통제체계(JADC2) 개념 구현을 위한 KCCS에 대한민국의 국방 AI 두뇌를 핵심 기술로 개발해 어떻게 이식할지 고민할 때다.

박재혁 육군중령 한국국방연구원 현역연구위원
박재혁 육군중령 한국국방연구원 현역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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