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 예술 >> 선 넘은 미술 ③ - 인공지능(AI)
인간 특유 감성 재현할 순 없지만
높은 완성도·독특함 무장한 AI 작품
미술대회 수상에 경매 고가 낙찰도
AI, 창작자 역할 대체 경계하기보다
‘표현의 가능성 확장’ 시선으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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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사고와 지능적 활동을 모방해 문제를 해결하는 인공지능(AI)은 현재진행형 ‘기술’이다. 이미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에 자리 잡은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삶을 좀 더 편하게 만들어 준다. AI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정보를 검색하고 궁금한 점을 바로 해결하며 개인 비서처럼 활용하는 모습은 일상이 됐다. AI는 단순히 정보를 검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의 요구에 맞는 답을 제공한다.
그러나 최근 ‘선 넘은 AI’라는 제목의 기사와 글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시키는 일과 질문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기대하는 만큼의 능력과 기능을 넘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AI가 ‘선을 넘었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이라는 표현으론 어색할 만큼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AI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상존하는 지금의 모습을 반영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AI에게 기대하는 것은 어디까지일까?
AI는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방대한 정보를 처리, 제공함으로써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일 처리를 돕는다. 시간을 절약하고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활동의 보조인 셈이다. 하지만 보조를 넘어 인간이 할 수 없는 일들을 대신하고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경우를 보며 앞으로 인간의 모든 일이 대체될 것이라는 위기의식과 불안을 느끼는 이도 많다.
AI 등장 이후 대체될 직업과 대체될 수 없는 직업 목록을 살펴보면 예술가는 상대적으로 대체 가능성이 낮은 직업군으로 꼽힌다. 예술의 창의성과 독창성 때문이다. 예술 창작은 단순한 데이터 패턴 학습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 경험, 철학, 직관적 영감을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AI는 작품을 ‘만들 수’는 있지만 인간 고유의 감성과 독창성을 완전히 재현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공개된 AI 예술 작품은 완성도와 독특함으로 미술대회에서 수상하거나 경매에서 고가에 팔리는 등 주목받았다.
2022년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대회에서 AI 이미지 생성 도구 ‘미드저니(Midjourney)’로 제작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수상을 두고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작품을 제작한 제이슨 앨런은 자신의 지시어를 통해 작품이 창작됐고, AI 프로그램은 도구로 사용됐기 때문에 화가의 붓이나 사진가의 카메라, 디자이너의 소프트웨어와 다르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8년에는 크리스티 뉴욕경매에서 프랑스의 예술집단 오비어스(Obvious)가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에드몽 드 벨라미의 초상(Portrait of Edmond de Belamy)’이 약 5억 원에 낙찰되며 예술계에 충격을 안겼다. 14~20세기의 초상화 1만5000여 점을 학습해 생성된 이 작품은 실존하지 않은 인물의 초상으로 데이터를 딥러닝해 재창조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오비어스는 AI의 알고리즘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창의성을 모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작가이자 예술가, 음악가인 K 알라도 맥다월은 2021년 GPT-3와 공동으로 창작한 책 『파르마코-AI(Pharmako-AI)』를 출간했다. 인간과 AI가 함께 책을 쓴 최초의 사례로 인간의 질문과 AI의 대답이 교차하며 자연과 기술의 관계, 창작의 의미, 미래 사회 등에 대한 폭넓은 대화를 전개한다. 책 속에서는 고딕체와 명조체로 인간과 AI가 쓴 글을 구분하고 있지만, 읽다 보면 점점 경계는 모호해지며 독창적 형식을 갖춘 실험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책의 제목 ‘파르마코’는 ‘약’과 ‘독’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는 고대 그리스어 ‘pharmakon’에서 유래됐다. 이것은 인류에게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AI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단어다. 2016년 스티븐 호킹은 케임브리지대에서 한 연설에서 “AI는 인류에게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이거나, 가장 나쁜 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약과 독이라는 파르마코의 양면성과 같은 의미로 읽힌다. 호킹은 AI의 개발과 활용에 책임 있는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얼마 전 미국 대법원이 AI 단독 창작 작품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 판결을 사실상 확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저자 혹은 창작의 주체를 인간에게 한정한다는 의미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고 이미지를 만들어 내던 시대에서 이제는 생성형 AI를 통해 누구나 수많은 이미지를 창작할 수 있게 되며 미술 창작을 빠르게 보편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사이에서는 AI로 만든 작품이 과연 예술이냐, 아니냐는 논쟁이 여전히 오가지만 답을 내놓기 위해서는 예술의 역사와 본질적 의미까지 깊이 파고들어 가야 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예술은 늘 기존의 규범을 흔들며 흐르고 변해왔다는 것이다.
필자도 AI에게 AI와 예술의 미래 관계를 질문해 봤다. 그러자 ‘AI는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며 인간 창작의 새로운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AI는 예술의 미래에서 단순한 도구를 넘어 창작의 동반자로 자리할 것이다. 인간의 감성과 상상력이 중심을 이루되 AI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새로운 표현 방식을 열어준다. 이는 예술가에게 무한한 실험의 장을 제공하고 관객에게는 다층적 경험을 선사한다. 결국 AI와 예술의 관계는 경쟁이 아닌 협력이며, 인간 창작의 본질을 확장하는 길이 될 것이라며 미래를 긍정했다. ‘AI 대전환’ 시대에 필요한 것은 어쩌면 AI가 창작자로서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표현 가능성의 확장이라는 관점의 이동과 조심스러운 긍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AI가 가진 양면성을 어떻게 긍정적 미래로 이동시킬 것인지는 결국 AI를 만들고 사용할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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