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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사자 유해발굴·신원확인은 헌법정신의 구현이다

입력 2026. 03. 11   14:45
업데이트 2026. 03. 1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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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 중 전쟁이 없던 시기는 270년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역사는 전쟁의 연속이었다. 모든 전쟁의 끝은 있지만, 참전자에게는 ‘생존과 죽음’이란 결과가 남는다. 우리나라도 76년 전 준비 없이 6·25전쟁을 맞았다. 13만여 명은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했다.

정전 후 유해 수습 등 산발적인 시도가 있었으나 추동력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00년 6·25전쟁 50주년 기념사업으로 6·25 전사자 유해발굴이 시작돼 현재는 국방부의 대표 호국보훈사업이 됐다. 유해발굴의 법적 근거는 ‘6·25 전사자 유해의 발굴 등에 관한 법률’에 있다. 이를 원활하게 시행하기 위해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이 존재한다.

국유단은 2020년에 유해 감식, 유전자 분석, 유가족 찾기 등의 업무를 통합수행하는 ‘신원확인처’를 신설해 업무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그 결과 신원확인처는 매년 20명 이상의 신원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업 시작 이후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 총 269명 중 신설 후 최근 5년간(2020~2025년) 확인된 인원이 130명에 달한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수치의 이면엔 여러 어려움이 상존한다. 6·25 당시 우리나라는 행정력이 불비했으므로 신원확인에 필요한 병적·제적을 비롯한 기록이 미흡하다. 6·25 이후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전사자의 유해를 찾기 어렵고, 발견한 유해 또한 대다수 온전한 상태가 아니어서 유전자 추출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유해 소재 제보나 신원확인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6·25 세대는 이미 초고령층이 됐다. 이외에 개인정보 접근의 민감성 증대, 국민적 관심 및 참여 저조 등 극복하기 어려운 요인이 대다수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향후 유해발굴 구수나 신원확인이 크게 증가할 개연성은 적다.

그럼에도 6·25 전사자 유해발굴과 신원확인은 대한민국 헌법정신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유의미하게 지속돼야 한다.

헌법 제10조는 국가의 국민 보호 책임을 천명하고 있다. 특히 우리 헌법재판소와 학설은 사람이 사망한 뒤 명예, 유해 처우 등 사후 인격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미수습 전사자라고 예외일 수 없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의 유해를 발굴하고 신원을 확인하는 것은 단순히 유골을 찾는 행위를 넘어 한 명의 국민을 살려 내는 ‘복원’과도 같은 의미가 있다.

또한 유해발굴과 신원확인은 유가족의 행복추구권과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전후 참전자 생사조차 알 수 없어 받은 심리적 상처를 보듬어 안정과 행복을 찾아 주는 과정이며 유해 감식, 유전자 분석 등 과학적 방법을 동원한 신원확인으로 참전자 생사를 유가족에게 정중히 알려 드리는 일이다.

현세대에는 국가 책무 이행의 강력한 의지의 발로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국가가 잊지 않고 찾는 일은 국가 정체성 유지를 위한 헌법적 책무이며, 오랜 과거일지라도 “국가가 누구를 기억하고 찾고 예우하는가?”를 보여 주는 증거가 된다.

올해도 전국의 6·25 격전지에서 국유단과 육군·해병대 장병들이 발굴을 전개할 것이다. 유해 신원확인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들은 모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헌법정신의 구현자’다.

조용옥 군무서기관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신원확인처
조용옥 군무서기관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신원확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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