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군사명저를 찾아서 >> 리사 브룩스와 엘리자베스 스탠리 『군사력 건설: 군사적 효과성의 원천』
글로벌파이어파워(GFP)라는 사이트는 매년 세계 군사력 순위를 발표한다. 여기서 한국은 세계 5위의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로 소개된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순위를 어떻게 산출하느냐에 있다. GFP는 일단 핵전력을 제외한 재래식 전력을 대상으로 한다. 측정 대상도 계량화할 수 있는 물질적 요소다. 무기와 병력을 중심으로 재정 규모나 도로와 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에 의존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군사력 순위는 얼마만큼 실제 군사력을 반영하는 것일까?
군사력의 본질적 기준
『군사력 건설: 군사적 효과성의 원천』의 저자 리사 브룩스와 엘리자베스 스탠리가 문제로 삼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실제 군사력의 본질적 기준은 무엇이며, 이러한 군사력은 어떻게 창출되는가 하는 점이다. ‘왜 어떤 국가는 동일한 자원을 가지고도 더 강한 군사력을 발휘하는가?’ 즉 ‘왜 어떤 군대는 제한된 자원에도 불구하고 전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반면 다른 군대는 풍부한 자원으로도 실패하는가?’란 질문은 군사력 논의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군사력은 국가권력의 핵심 요소며 국가 간 협상, 분쟁, 전쟁의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GFP와 마찬가지로 기존 국제정치학 연구에서 군사력의 원천을 설명할 때 주로 경제력, 인구, 기술 등 물질적 자원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국가가 보유한 잠재적 능력만을 보여줄 뿐 실제 전장에서 그 능력이 어떻게 발휘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저자는 군사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자원의 규모가 아니라 그 자원을 전투력으로 전환하는 능력, 즉 ‘군사적 효과성’을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스테판 비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자원 중심 지표들은 전쟁 결과의 60% 정도만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군사력의 상당 부분이 조직적 능력과 제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군사력 창출 과정을 다음과 같은 구조로 이해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국가가 보유한 기본 자원을 판단한다. 여기에는 경제력, 인구, 기술 수준 등이 물질적 요소를 포함한다. 둘째, 이러한 자원을 실제 전투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본 자원이 실질적 군사력으로 전환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군사적 효과성’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동일한 자원을 가지고도 군대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조직되고 운용되는가에 따라 실제 군사력 수준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적 효과성의 네 가지 속성
그렇다면 군사적 효과성, 즉 뛰어난 전투력을 보여주는 군대는 어떤 특성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이론적 기여 가운데 하나는 군사적 효과성을 구성하는 네 가지 핵심 속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는 통합성(integration)이다. 이는 전략·작전·전술 수준의 군사 활동이 서로 일관성을 유지하며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예컨대 전략적 목표와 전술적 행동이 서로 모순된다면 군사력은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 무기 획득, 훈련, 교리 등 모든 군사 활동이 전략적 목표와 연결될 때 비로소 효율적인 군사력이 형성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전략적 차원에서는 영국의 개입을 막아야 했지만, 작전적 차원에서 벨기에를 공격함으로써 영국의 참전을 강요하는 전략적 오류를 범했다.
둘째는 대응성(responsiveness)이다. 이는 군대가 자신의 능력과 환경적 제약, 적의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고 이에 맞게 전략과 교리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효과적인 군대는 새로운 정보나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며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군사 활동을 조정한다. 태평양전쟁에서 미군은 ‘섬 건너뛰기’ 작전을 통해 주어진 상황에 적응한 반면 걸프전에서 이라크군은 미군의 첨단 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셋째는 기량(skill)이다. 이는 군인과 부대가 실제 전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capacity)을 의미한다. 단순히 무기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병사들이 그것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훈련과 교육을 갖춰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량은 개인 병사의 숙련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군 조직이 훈련·교리·지휘·협동을 통해 복잡한 전투 임무를 수행할 능력을 의미한다. 중동 전쟁에서 아랍군의 사상자 비율은 이스라엘군의 10배가 넘었다는 것이 기량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장비의 질(quality)이다. 이는 군대가 얼마나 우수한 무기와 장비를 확보하고 있는지를 의미한다. 같은 비용이라도 더 높은 성능의 무기를 확보할 수 있는 군대는 더 큰 전투력을 창출할 수 있다. 여기서 가성비도 중요하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무기도 너무 비싸면 운용할 수 없다.
저자는 이러한 네 가지 속성이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고급 무기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기량이 떨어지면 싸워서 이길 수 없다. 전략과 전술이 부합하지 않으면 아무리 강한 군대라도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미군의 많은 실패가 증명해 준다. 통합성, 대응성, 숙련, 장비의 질이 모두 결합될 때 비로소 효과적인 군사력을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얼마나 신속하게 창의적인 방식으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절대 열세의 전력 속에서도 휴대용 대공방어체계(MANPADS)와 드론을 통해 러시아의 파상공격을 막아내며 승리의 법칙을 만들어가고 있다.
|
강한 군대의 구체적 내용
그렇다면 이러한 군사력은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 것일까? 군사력의 창출이 군사적 요인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군사력 건설을 둘러싼 사회정치적 요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저자는 군사 조직이 단순히 군사적 논리만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사회구조, 정치제도, 국제 환경과 같은 광범위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일본의 군국주의 문화는 용맹한 군인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이성적 토론과 합리적 판단을 제약함으로써 진주만 기습이라는 전략적 오류를 범하는 결정적 원인이 되기도 했다. 사담 후세인의 종파주의 정치는 이라크군의 전문성과 기량을 크게 약화시켰다. 후세인에 대한 충성이 승진의 결정적 요소가 되면서 무능한 군대로 전락했다. 정치제도의 차이도 장단점을 드러낸다. 미국식 권력분립은 군대의 전문성을 강화시켰지만 통합성을 약화시킨 데 반해 영국의 통합형 권력 구조는 반대 경향을 드러냈다.
국제환경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국제적 흐름에 순종하다가 자국 특성에 맞는 군사력 건설이 어려워진 경우도 있다. 전면전에 요구되는 재래식 전력을 고집하는 바람에 국내 게릴라전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지 못한 아일랜드 사례도 소개된다. 미군의 군사력 건설을 모범으로 삼고 있는 많은 국가가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기여는 군사력을 실질적인 효과의 관점에서 재정의한 점이다. 우리 군이 지향하는 ‘강한 군대’의 구체적 내용이기도 하다. 군사력 건설의 기본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문헌이라는 점에서 일독을 권한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1장, 9장, 10장만 살펴봐도 좋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